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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주의 일상 톡톡] "회사=전쟁터 vs 회사밖=지옥"

입력 : 2015-12-03 05:00:00 수정 : 2015-12-03 05: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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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의 자영업자, 밑천 5000만원도 안돼
"회사는 전쟁터지만 회사 밖은 지옥이야." 이는 지난해 수많은 직장인들의 공감대를 자극하며 인기를 끌었던 한 드라마의 명대사 중 하나다. 이런 대사와 같이 실제 자영업자들의 삶은 더욱 나락으로 떨어지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자영업자 수는 1차 베이비부머 세대(1955~1963년생)의 은퇴와 맞물려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인 2007년 정점에 달했다. 경기가 좋았던 그 시절 612만4000명에 달했지만 이내 금융위기의 직격탄을 맞아 줄어들기 시작했다.

3년만에 50만명 감소했던 자영업자 수는 다시 경기가 반짝 살아난 2011년 반등해 580만명대로 늘어났다가 불황이 그늘이 찾아온 2012년 이후 다시 감소하는 추세다. 특히 최근에는 정년퇴직 후 진로는 '치킨집 창업'이라는 말이 생겨날 정도로 50대 이상의 고령층 자영업자 수가 많이 늘었다.

하지만 3년 전부터 자영업자 수는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부진한 경기에 부채압박 등으로 문을 닫는 자영업자들이 속출하고 있는 것이다.

◆경기 부진, 부채 압박…문 닫는 자영업자 속출

통계청에 따르면 올 8월 기준 자영업자 수는 562만1000명으로, 2년 전(574만7000명)에 비해 12만6000명(2.2%) 감소했다. 지난 10년간 자영업자의 생존률은 불과 16.4%에 불과했다. 국세청이 제출한 국정감사 자료를 보면 2004~2013년까지 창업한 개인사업자 건수는 949만건으로, 이중 현재까지 버티고 있는 업체는 156만건으로 나타났다.

사업 자금도 영세하고 준비기간도 짧았던 탓이 컸다. 최근 2년간 사업을 시작한 자영업자 70%가 밑천이 5000만원을 넘지 않았고, 준비기간도 절반이상이 3개월이 안될 정도여서 소액으로 허겁지겁 가게를 차렸다가 망하기를 반복하고 있는 실정이다.

뒤늦게 가게 위치를 바꿔 보고 그래도 안되면 업종 전환을 해 보는 등 온갖 노력을 다 해도 더이상 버틸 여력이 안되면 훌훌 털고 임금 근로직을 다시 찾기 마련이다.

◆사업자금 영세, 준비기간도 짧았던 탓

하지만 전체 자영업자의 절반이 넘는 비중을 차지하는 50대 이상 고령층(53.6%)의 경우 새로운 일자리를 찾는 게 힘든 상황이다. 때문에 자영업을 폐업하면 별다른 소득없이 집에서 쉬거나 비정규직 일자리로 갈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실제 올해 자영업자 수가 줄어든 영향으로 비정규직 근로자가 일시적으로 증가하는 현상을 보이기도 했다. 통계청의 '경제활동인구조사 근로형태별 부가조사'에 따르면, 8월 기준 비정규직 근로자는 627만1000명으로 1년 전 대비 19만4000명(3.2%) 증가했다.

퇴출하는 자영업자들이 사회 극빈층으로 전락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사회 안전망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편, 자영업자 수는 갈수록 줄고 있는 반면 자영업자 대출액은 꾸준히 늘고 있다. 이른바 벌어서 가게 월세도 못내는 '좀비 가게'가 늘면서 이들이 금융권 대출로 '돌려막기'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의 '10월중 금융시장동향'에 따르면 은행으로부터 빌린 자영업자(개인사업자)의 대출액은 235조5000억원으로 올들어 26조2000억원 증가했다. 이는 증가폭 기준으로 지난 2009년 이후 최대치다. 자영업자 대출 증가액은 ▲2011년 13조원 ▲2012년 15조원 ▲2013년 17조1000억원 ▲2014년 18조8000억원으로 해마다 늘고 있다. 올 10월까지의 증가액은 이미 지난해 연간 증가액을 뛰어넘었다.

하지만 통계상으로 드러난 기업대출뿐만 아니라 자영업자들이 은행권 주택담보대출이나 신용대출, 제2금융권 대출 등을 받아 기존의 대출을 갚거나 생활비로 쓰는 경우를 포함하면 전체 규모는 500조원을 훌쩍 넘었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지속된 경기불황, 수익성 저하…빚으로 생계 연명

즉, 자영업자 수가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는데 대출액이 늘고 있는 것은 경기 불황이 이어지면서 수익이 나빠지자 빚을 내 연명하는 곳이 늘어난 것으로 풀이된다.

경기 불황이 심화되고 수익성 악화로 폐업률이 더 높아지게 되면, 개인사업자 대출의 질은 급격히 나빠질 우려가 있다. KB금융경영연구소가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자영업자 차주당 대출규모는 지난 2013년 기준 1억1700만원으로, 임금근로자(3800만원)의 약 3배 수준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상황에서 금리가 오르거나 주택가격이 하락할 경우 자영업자의 부채 규모가 임금 근로자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은 만큼 부실 위험은 더 크게 증가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금융당국에서도 긴급 점검에 나선 상황이다. 한국은행과 금융감독원은 지난달 신한·국민·KEB하나·우리·기업 등 시중 5개 은행을 대상으로 개인사업자 대출 집행 상황과 부실화 가능성 등에 대해 공동 조사했다. 자영업자 대출이 급증한 배경을 진단하고 추이를 지켜보기 위한 차원에서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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