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업들의 재능 기부, 일명 '프로보노(Pro Bone)'의 시대가 열렸다.
프로보노의 어원은 '공동선을 위하여(Pro Bono Publico)'라는 뜻의 라틴어에서 유래했다. 기업의 특성과 전문 역량을 살려 사회적 약자를 돕는 새로운 형태의 기업 사회공헌 활동을 통칭한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2014년 135개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것에 따르면 2000년 기업 사회공헌활동의 95%를 차지하던 일반 기부는 2014년 55.8%로 줄고, 동기간 프로보노 형 사회공헌활동은 5%에서 44.2%로 늘었다.
이런 추세는 올해도 계속될 예정이다. 연말을 맞아 대다수의 기업들이 자사의 전문 인력과 사업 자산을 활용한 사회공헌 활동을 전개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 중에서도 특히 어린 나이에 힘든 투병생활을 견뎌야 하는 소아암 환아들과 그 가족들에게 새로운 꿈과 희망을 전하기 위한 기업들의 프로보노 활동이 두드러져 눈길을 끌고 있다.
* 아름다움을 선물하는 하이모 러브 헤어 캠페인
국내 가발전문기업 하이모(대표 홍인표)는 기업 특성을 살려 2000년부터 지속적으로 프로보노 사회공헌활동 ‘러브헤어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하이모의 러브헤어 캠페인은 항암 치료 부작용으로 인해 탈모를 겪지만 치료비 부담으로 인해 가발 구입이 어려운 소아암 환아들에게 무료 가발을 제작해 지원하는 캠페인이다. 올해로 16년째를 맞은 하이모의 대표적인 사회공헌활동으로, 지난 2월에는 1000번째 수혜 아동을 선정, 하이모의 가발을 선물하는 뜻깊은 시간을 갖기도 했다.
하이모의 러브헤어 캠페인은 16년간 약 2만6000여명에 달하는 모발 기증자들의 따뜻한 사랑과 하이모의 축적된 전문 기술이 만나 이뤄졌다. (모발 기증 2007년부터 현재까지 약 3민3600여 건)
하이모는 모발 기증에서 가발 제작 및 전달까지 모든 과정을 도맡고 있다. 소아암 환아들이 외모에서 비롯되는 자신감을 회복하고 삶에 대한 의지와 용기를 얻을 수 있도록 돕고 있다. 무엇보다도 러브헤어 캠페인은 하이모가 국내 1위 가발 전문기업으로서 생소한 모발 기부 문화를 조성하고, 이를 대중적으로 확산시키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 달콤한 위로를 함께 나누는 GS의 사랑의 빼빼로 세트
GS25는 백혈병소아암협회와 손잡고 기업 인프라와 사업 노하우를 활용해 ‘사랑의 빼빼로 세트’ 행사를 진행했다.
지난 9월 협회 아동들이 참여하는 ‘사랑의 빼빼로 그리기’를 진행했으며 아동들이 직접 그린 그림을 박스에 인쇄, ‘사랑의 빼빼로세트’를 제작해 판매했다.
고객들은 사랑의 빼빼로 세트를 구매함과 동시에 자연스럽게 기부에 참여할 수 있으며, 판매 수익금의 일부는 향후 백혈병소아암협회에 전달된다.
기업 차원의 사회공헌을 넘어 협회 아동들의 그림이 담긴 사랑의 빼빼로 세트를 주고 받음으로써 전 사회적으로 나눔의 의미를 되새기고 기부 문화를 알리는 데 앞장 서겠다는 취지다. GS25는 ‘사랑의 빼빼로 세트’ 외에도 매해 다양한 나눔 상품을 제작, 운영할 예정이다.
* 따뜻한 온정을 나누는 한섬의 소아암 아동 돕기 자선 바자회
현대백화점그룹 한섬은 패션 전문 기업의 특성을 살려 지역사회에 도움이 되는 디자인, 재봉 지원 등 다양한 프로보노 사회공헌 활동을 펼치고 있다.
지난 10월17일에는 현대백화점 신촌점 유플렉스 문화홀에서 ‘소아암 아동 돕기 자선 바자회’라는 이름으로 자체 바자회를 개최했다.
바자회를 위해 한섬 임직원들의 개인 소장품을 비롯 디자이너들의 의류, 잡화, 액세서리 제작 샘플 상품 등 총 3000여점이 마련됐다. 뿐만 아니라 총 80여명의 임직원들은 당일 일일 판매사원 및 행사 진행 요원으로 참여, 상품 소개와 코디법들을 고객들에게 직접 안내하며 사랑 나눔에 적극 동참했다. 또 한섬은 매칭그랜트 방식으로 바자회 수익금과 같은 금액을 자체적으로 지원, 아산병원 소아암 아동 치료비로 전달할 계획이다.
* 손으로 사랑을 전하는 시세이도 ‘미라이-츠바키’
한국 시세이도는 ‘아름다움과 건강을 창조한다’는 기업 철학 아래 시세이도의 전문성을 바탕으로 소아암 환아 가족을 위한 손 마사지 봉사활동을 실시하고 있다. 이는 지난 2012년부터 임직원들의 자발적인 참여로 꾸준히 이어져 온 사회공헌 프로젝트 ‘미라이-츠바키’의 일환이다.
투병생활로 지친 환아들의 가족들에게 릴랙싱 핸드 마사지와 메이크업 서비스 등을 제공, 잠시나마 피로를 해소하고 정서적 안정을 찾을 수 있도록 돕는다. 진심 어린 마음을 뜻하는 '오모테나시(お持て成し)' 에 기반한 글로벌 적 캠페인으로 지난 연말에 서울 삼성병원에서 진행해 큰 화제를 모은 바 있으며, 올 연말에도 지속 진행한다.
하이모 관계자는 "프로보노는 기존 노블리스 오블리제에서 한 차원 더 나아간 혁신적 움직임으로서, 사회적인 기여뿐만 아니라 기업 내적으로도 임직원 자기 계발 및 근무의욕 고취, 전문성 강화 및 브랜드 기초 자산 확보 등에 큰 도움을 준다"며 "하이모 러브헤어 캠페인도 국내 1위 가발 전문기업으로서의 역량을 발휘해 사회에 기여하고, 이를 통해 또다시 새로운 가능성을 발굴하는 선순환적 구조로, 기업의 대표적인 사회공헌 활동으로서 앞으로도 꾸준히 이끌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현화영 기자 hhy@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