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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가 보편화되면서 줄임말이 홍수를 이룬다. 지난해 뇌섹남(뇌가 섹시한 남자), 웬열(웬일이니), 예지앞사(예전이나 지금이나 앞으로나 사랑해), 심쿵(심장이 쿵 뛸 정도로 놀람) 등 신조어가 히트했다. 대중의 눈길을 사로잡는 문화상품들도 줄임말로 표현된다. 쿡방 먹방 등은 요리하는 내용을 다루는 프로그램이다. 쿡방이 퍼트린 줄임말도 있다. 맛있는 저녁을 줄여서 ‘맛저’라고 한다. 젊은 세대에게 ‘문상’은 문화상품의 줄임말이다. 상주를 위문하는 뜻으로 생각했다면 ‘쉰세대’이다. “버카충하고 고터에 있는 맥날에서 보자”는 말을 이해하지 못한다면 쉰세대가 분명하다. 버카충은 버스카드충전을 뜻하고 고터는 고속터미널, 맥날은 맥도날드 햄버거 가게이다.

줄임말은 유행어로 한 시대를 풍미한다. 인구론(인문계 학생의 90%가 논다), 군대리아(군대와 롯데리아 합친 말. 주 1∼2회 나오는 군대 특식), 노무족(Nomore Uncle족, 유행에 민감한 40∼50대 남성), 열정페이(열정을 빌미로 한 저임금노동) 등은 시대상황을 반영하고 있다. 찰러리맨(Child+Salaryman, 아이 같은 직장인), 출근충(출근하는 벌레. 직장인 비하어) 같은 말은 부정적인 뉘앙스를 풍기고 있다.

뉴미디어의 확장성은 쉰세대들을 신세대에 언어로 연결해 주고 있다. 축약된 말에서 젊은이들의 생각을 읽는 것이다. 갈비(갈수록 비호감), 솔까말(솔직히 까놓고 말해서), 생얼(맨얼굴), 얼빵(얼굴이 빵점), 극혐(극도로 혐오), 장미단추(장거리서 보면 미인, 단거리에서 보면 추녀)는 중년 ‘엄빠(엄마 아빠)’들에게도 낯설지 않다.

카톡으로 오가는 단어는 더욱 축소되고 암호화되고 있다. ㅈㅅ(죄송), ㄱㅅ(감사), ㄱㄷ(기다려), ㅎㄷㄷ(후덜덜, 무섭네)쯤에 이르면 젊은 엄지족의 경제성을 눈치채게 된다. 경제성은 IBM(이미 버린 몸), BAE(Before Anyone Else, 애인, 가장 아끼는 친구), CU(See You), GM(Good Morning) 등처럼 외국어를 넘나들게 하기도 한다.

줄임말이 퍼지는 것은 ‘인기’와 경제성 때문이다. 정보를 공유하려는 동류의식도 줄임말을 만드는 데 한몫한다. 정치도 인기와 경제성, 동류의식을 이용한다. ‘창가문답.’ 박근혜 대통령이 그제 부처 업무보고를 받으면서 한 말이다. “창조경제의 가시화는 문화에 답이 있다”는 줄임말이다. 메시지가 유행을 타고 성과를 거두길 기대한다.

한용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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