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들어서만 최소 8차례 넘어
전문가 “지각판에 압력 높아져
8.0 이상 강진 최소 4번 가능성”
진앙 육지라도 얕은 바다에 영향
지진 계속 땐 쓰나미 발생할 수도 일본 구마모토현 지진 전후로 필리핀·대만·에콰도르 등 ‘불의 고리’라 불리는 환태평양조산대 일대에서 연쇄 지진이 일어나며 초대형 지진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2011년 쓰나미를 동반한 동일본대지진은 이처럼 환태평양조산대 일대에 크고 작은 지진이 잇따른 이후에 일어났기 때문이다.
16일(현지시간) AP통신에 따르면 남미 에콰도르에서 규모 7.8의 강진이 발생해 최소 77명이 사망했다. 규모 4.8의 지진이 먼저 일어난 뒤 같은 지점에서 강진이 잇따랐다. 이 지진으로 에콰도르 중서부 해안에 있는 과야킬 시에서 주택과 고가도로·다리 등이 붕괴됐고, 만타 지역에서는 공항 관제탑이 무너져 항공기 운항이 중단됐다.
이달부터 ‘불의 고리’에서는 지진이 연쇄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에콰도르와 태평양 건너편에 있는 남태평양 바누아투공화국에서는 지난 3∼14일 규모 6.4∼6.9의 지진이 4차례 일어났다. 14일 일본 구마모토현에서는 규모 6.5의 지진이 발생했고 2일 뒤 7.3의 강진이 잇따랐다. 15일에는 필리핀 남부 민다나오 섬 해안에 규모 5.9 지진이 일어났고, 16일에는 대만 타이둥에 규모 4.4 지진이 나타났다. 지난 나흘 간 5개국에서 6차례 강진이 발생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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찢긴 도로위로 위태로운 탈출 16일 일본 구마모토현 연쇄 지진으로 종잇장처럼 찢겨진 미나미아소무라의 한 도로를 주민들이 위태롭게 걸어가고 있다. 이번 지진으로 구마모토현 일대의 수많은 가옥들이 무너져내렸고 도로와 다리가 파괴됐다. 미나미아소무라에서는 현재 8명이 연락이 끊긴 상태다. 미나미아소=AP연합뉴스 |
이처럼 환태평양조산대에선 올해 들어 지진과 화산 폭발이 끊이지 않고 있다. 환태평양조산대는 일본과 동남아시아 국가, 뉴질랜드, 북미, 남미의 해안지역을 잇는 지진·화산대다. 판으로 이뤄진 땅덩어리들이 부딪치며 지진·화산 활동이 자주 일어나기 때문이다. 지구의 지각판 중 가장 큰 태평양판과 유라시아판, 북미판, 인도·호주판, 필리핀판, 남미판 등이 맞물려 있다.
지난 나흘간 발생한 이 일대의 지진이 초대형 지진의 전조가 아니냐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2011년 3월 발생한 규모 9.0의 동일본대지진은 뉴질랜드에서 200명가량의 사망자를 낸 크라이스트처치 지진 발생 17일 뒤에 일어났다. 과학자들은 최근 지진 횟수가 잦고 규모가 크게 나타나고 있는 점에서 지각판 이동에 따른 초대형 강진의 발생 가능성을 내놓고 있다.

미국 콜로라도대 지질학자 로저 빌햄은 “앞으로 규모 8.0 이상의 강진이 최소 4차례 더 발생할 수 있다”며 “지각판에 지금까지 쌓인 압력으로 인해 메가톤급 지진으로 커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일본 가고시마대학의 이무라 류스케 지질학과 교수는 “이번 지진의 패턴은 규모가 가장 큰 본진 뒤에 여진이 잇따르는 형태가 아니었다”며 “더 큰 지진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도쿄를 포함한 일본 수도권에서 약 200~300년을 주기로 일어나는 것으로 추정되는 ‘간토 대지진’(1855년, 1923년 간토 지방에 일어난 큰 지진)이 임박했다는 경고도 꾸준히 제기된다.
지진보다 강력한 재앙인 쓰나미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태다. 미국 USGS의 지질학자 폴 카루소는 “수심이 얕은 바다를 진앙으로 규모 7.0 이상의 지진이 발생하면 쓰나미가 동반된다”고 설명했다. 현재 일본 지진은 진앙이 육지지만 얕은 바다에서 지각판이 흔들리면 쓰나미가 몰려올 가능성이 높아지게 된다. 앞서 16일 일본 기상청은 일본 아리아케해와 야쓰시로해에 쓰나미 주의보를 발령했다가 해제했고, 나가사키현 서쪽과 구마모토현 아마쿠사나다 연안에는 쓰나미 예보를 내렸다.
폴 카루소는 “지진보다 지진으로 인한 해일이 더 위험할 수 있다”며 “여진이 계속된다면 쓰나미 대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불의 고리란=일본과 동남아시아, 뉴질랜드, 북미, 남미의 해안지역을 잇는 고리 모양의 지진·화산대. 태평양판·유라시아판 등 지각판이 맞물려 있어 지진과 화산 활동이 활발하다. 전 세계 활화산과 휴화산의 75%가 몰려 있고 지진의 80∼90%도 이 지역에서 발생한다.
이현미·조성민 기자 engin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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