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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DI는 한국 경제성장 부진의 가장 큰 원인을 수출에서 찾고 있다. KDI 측은 “수출 부진이 세계경제의 성장세 둔화뿐 아니라 대외 경쟁력 약화에도 기인하고 있다”며 “수출 회복세는 제한적인 가운데 우리 경제의 잠재성장률이 점차 하락하고 있다”고 밝혔다. KDI는 세계시장의 수요가 둔화하는 상황에다 중국 등 후발국이 추격해오는 데 따른 경쟁력 저하가 더해져 올해 수출 증가율이 1.0%로 낮은 수준에 머물 것으로 예상했다.
수출 부진과 대내외 불확실성 확대는 미래 성장의 발판인 설비투자를 갉아먹고 있다. 총고정투자 증가율은 지난해 3.8%에서 올해 2.1%, 이 중 설비투자는 5.3%에서 -3.0%로 급감할 것으로 예상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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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외적으로도 세계경제가 좀처럼 회복세를 보이지 못하는 가운데 G2 리스크가 여전하다. KDI는 중국 경제가 경착륙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판단하면서도 “부채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어 향후 구조조정이 급격하게 진행되면 실물경기가 급락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내다봤다. 미국도 기준금리 인상을 예고하면서 기초여건이 취약한 신흥국을 중심으로 금융 불안이 크게 확대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외풍에 취약한 한국 경제로서는 대형 악재가 아닐 수 없다.
내년 상황도 낙관적이지 않다. 국내외 경제기관은 우리나라의 내년 경제성장률을 2%대 후반에서 3%대로 전망하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한국은행이 3.0%를, 국제통화기금(IMF)이 2.9% 성장을 전망한 데 비해 KDI는 비교적 최근 상황을 반영해 2.7%로 더 낮게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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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태 한국개발연구원(KDI) 거시경제연구부장이 24일 정부세종청사 기획재정부 브리핑룸에서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발표하고 있다. 세종=연합뉴스 |
KDI는 최대 현안인 부실기업 구조조정의 성패에 따라 성장률의 낙폭이 달라질 것이라고 진단했다. KDI는 “구조조정이 지연되면 경제 불확실성과 사회적 비용이 증가하고 대외 충격에 더욱 취약해짐으로써 고용과 투자를 중심으로 경기가 위축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또 “구조조정이 진행되면서 대규모 실업이 발생하거나, 금융시장 불안 등 부정적 영향이 나타나 내수를 중심으로 경제 성장세가 제약될 수 있다”고 봤다.
KDI 김성태 거시·금융경제연구부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올해 성장률 2.6% 전망치에 구조조정이 야기할 수 있는 부정적 영향은 직접 포함하지 않았다”며 “구조조정 여파에 미국과 중국 리스크까지 더해지면 2%대 초반까지 떨어지는 것도 불가능한 상황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KDI는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과 같은 재정의 적극적인 역할을 주문했다. 구조조정으로 발생할 수 있는 실업률 상승, 경기 위축에 적극 대응해 거시경제 안정을 도모해야 한다는 당위론에서다. 김 부장은 “구조조정 과정에서 경기의 부정적 파급효과가 크게 나타나면 추경을 편성하는 게 타당하다고 본다”며 “영향이 크지 않다면 내년 예산에 미리 반영해 탄력적으로 대응하는 방안도 필요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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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DI는 현재 진행되는 구조조정에서 컨트롤타워 부재의 문제점을 꼬집기도 했다. 정부는 구체적인 구조조정 추진 계획을 마련해야 하며, 이 과정에서 이행 여부를 감독할 범정부 차원의 통제기구 역할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세종=이천종 기자 skyle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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