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안타레스 붉은 별의 만남 머잖아

요즘 저녁 하늘에는 1등성 이상의 밝은 별이 열 개나 보인다. 특히 눈에 띄는 별은 동쪽에 보이는 붉은 별이다. 바로 화성이다. 그 왼쪽으로 조금 덜 밝게 보이는 별은 토성이다. 남쪽 하늘 높은 곳에는 화성만큼 밝은 별이 보이는데 그것은 목성이다. 화성과 목성은 워낙 밝아서 하늘만 맑다면 어디서나 쉽게 확인할 수 있다. 행성과 별(항성)은 밝기에서도 차이가 나지만 가장 큰 차이는 반짝임에 있다. 별은 반짝반짝 빛이 흔들리지만 행성은 거의 흔들림이 없다. 물론 바람이 심하게 불거나 먼지가 많은 날에는 지평선 근처의 행성도 반짝거리지만 별과 비교해 훨씬 덜하다.
화성과 토성은 요즘이 1년 중 가장 밝게 보인다. 행성이 밝게 보인다는 것은 지구와 가까워졌다는 뜻이다. 지구보다 바깥 궤도를 돌고 있는 외행성은 태양의 정반대 편에 올 무렵이 거리가 가장 가깝다. 화성은 5월 하순, 토성은 6월 3일 즉 오늘이 이 위치이다. 전문용어로는 이때를 ‘충’이라고 한다. 화성은 약 2년 2개월마다 ‘충’의 위치에 온다. 최단 거리로 화성에 탐사선을 보내려면 이 시기에 맞춰 로켓을 발사해야 한다. 만약 그 기간에서 많이 벗어나면 비행 거리가 길어지고 그만큼 많은 예산이 들어간다.
옛날 사람들은 별을 통해 방향을 찾았다. 별은 지구의 자전 때문에 동쪽에서 떠 서쪽으로 진다. 해와 달, 행성이 가장 높이 떴을 때가 ‘남중’했을 때이다. 남쪽을 바라보면 왼쪽이 동쪽이고, 오른쪽이 서쪽이다. 육지에서 제주도를 바라본다고 생각하면 왼쪽이 동해안이고, 오른쪽이 서해안인 것을 생각하면 된다. 이에 오른쪽에 있는 행성이 더 서쪽에 있는 것이고, 더 빨리 진다.
지구에서 봤을 때 모든 외행성은 서쪽에서 동쪽 방향으로 태양을 돈다. 즉 매일 조금씩 왼쪽(동쪽)으로 이동한다. 이것을 ‘순행’이라고 한다. 하지만 외행성이 가장 밝게 보일 때는 지구가 이들을 추월할 때로 이들이 뒤로 움직이는 것처럼 보인다. 즉 매일 조금씩 오른쪽(서쪽)으로 움직이는데 이를 ‘역행’이라고 한다. 외행성은 역행할 때가 가장 밝다. 하지만 그 기간은 오래가지 못한다. 화성과 토성 아래로 붉은 1등성 하나가 보이는데 전갈자리의 으뜸 별인 안타레스다. 안타레스는 화성의 라이벌이라는 뜻이다. 화성과 안타레스가 모두 붉은색이기에 둘이 가까이 있으면 마치 라이벌이 함께 있는 것처럼 보여서 붙여진 이름이다. 지금은 화성이 워낙 밝아 안타레스가 그 이름에 어울리지 않게 어둡게 보인다.
화성은 이달 하순부터 밝기가 줄어들면서 다시 정상적인 순행 길로 접어든다. 그때부터 약 두 달간 화성은 안타레스에 접근한다. 붉은 별이 접근하는 모습이 마치 불과 불이 만나는 형국처럼 보여 동양의 점성술사들은 이때를 매우 불길한 시기로 보며 국가적인 위기가 올 수 있기에 왕이 궁성을 벗어나면 안 된다고 말하고 있다. 물론 점성술사의 이야기일 뿐이다.
이태형 한국우주환경과학연구소장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