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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 중의 을' 대리기사들…업체 갑질에 '눈물'

입력 : 2016-07-24 18:36:38 수정 : 2016-07-25 11:5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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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카카오 서비스 개통 이후
기존 업체들 자체 내부 단속나서
기사들 “정당한 영업 방해” 반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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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2일 밤 11시 무렵 서울 서초구 방배동 함지박사거리 인근의 한 카페. 대리기사 홍모(55)씨가 어두운 표정으로 2시간째 스마트폰만 노려보고 있었다.

스마트폰에 설치한 L사의 대리운전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 들어오는 ‘콜’을 기다리는 것인데 하나같이 12㎞ 이상 떨어진 고객뿐이었다. 홍씨는 고객이 부른 곳으로 이동할 때면 대부분 걷거나 버스를 이용하고 2㎞를 넘지 않는 곳에 한해 택시를 이용한다. 그런 홍씨에겐 이날 떨어진 콜은 멀리 떨어져 있는 고객뿐이었다. L사는 관련 앱 업체 중 시장 점유율이 80%를 넘는 곳이다.

홍씨는 “하루 6만∼7만원 버는데 10㎞ 넘는 곳은 택시비를 빼면 손에 쥐는 게 없다”며 “요즘 왜 이러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자정을 넘겨 새벽 3시까지 대기하던 홍씨는 결국 다른 기사들에게 수소문을 한 뒤에야 자신에게 벌어진 일을 알게 됐다. 수주 전에 설치한 대리운전 앱 ‘카카오드라이버’가 화근이었다.

24일 대리기사단체 등에 따르면 최근 수도권의 주요 대리운전업체가 특정 앱을 이용하는 대리기사를 찾아내 영업을 방해하는 등 불이익을 주고 있다. 일부 업체는 심지어 특정 앱 사용 금지를 약속하는 각서까지 강요해온 것으로 나타났다.

이달 초 대리운전업체들은 공지를 통해 대리기사들에게 ‘3사 연합(L사 등 주요 앱 3개를 이용하는 업체 모임) 콜을 수행하면서 다른 회사 영업이 적발된 경우 콜 수행을 제한합니다’, ‘폰 2, 3개 써도 적발된다’ 등 경고 메시지를 통보했다. 지난달 카카오가 출시한 대리운전 앱 ‘카카오드라이버’에 대해 “골목상권 침해”라며 반발하던 기존 업체들이 내부 단속에 나선 것이다.
대리운전 기사들이 호출을 기다리며 대기하고 있다. 남제현 기자

또 자체 제약을 받고 있던 기사들에게는 조치 해제를 조건으로 ‘이행확약서’에 서명할 것을 통보했다. 해당 문서에는 ‘다른 프로그램을 사용하지 않겠다’, ‘업체 조치에 민형사상 책임을 묻지 않겠다’ 등의 조항이 담겨 있다. 업체 측은 “본사만 이용하는 기사를 보호하기 위한 차원”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리기사단체는 ‘우월적 지위를 이용한 불법행위’라며 반발하고 있다. 전국대리기사협회 김종용 회장은 “대리기사가 소속 직원도 아닌 데다 앱에 대한 합당한 비용을 지불하고 이뤄지는 정당한 영업행위를 시장 내 독점적 지위로 막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승환 기자 hwa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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