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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 한잔 나누며] “기후변화, 환경 울타리 넘어 경제·안보문제로 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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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6-09-23 20:57:43 수정 : 2016-09-23 21:2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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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병옥 기후변화행동연구소장 “기후변화는 더 이상 환경이라는 울타리에만 가둬둘 수 없습니다. 올여름 폭염사태만 봐도 전기 누진제 문제와 연결되면서 사회문제로 비화했습니다. 이 대목이 기후변화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안병옥(53) 기후변화행동연구소장은 “기후변화는 단순한 환경문제가 아니다”라며 이같이 말했다. 유엔 기후변화협약 발효가 임박해진 가운데 23일 서울 종로구 내수동에 위치한 기후변화행동연구소에서 만난 안 소장은 “기후변화는 사회, 경제, 복지 등 다양한 문제와 맞물려 큰 파장을 불러올 것”이라고 강조했다. 기후변화는 그동안 제조업으로 버텨온 한국 경제에도 많은 영향을 미칠 것이란 얘기다. 그는 “결국 에너지 문제와 연관돼 있기 때문에 지금부터라도 서둘러 이 문제에 관심을 가진다면 성가신 환경문제가 아닌 경제를 일으키는 지렛대 역할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안병옥 기후변화행동연구소장은 “기후변화는 더 이상 환경이라는 울타리에만 가둬둘 수 없다”며 “우리나라도 미국처럼 기후변화에 적극 대응해 새로운 기회를 만들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제원 기자
그러면서 정치인들이 기후변화를 먼 미래의 일로 치부하고 관심을 잘 보이지 않아 문제라고 지적했다. 미국 등 선진국은 이미 기후변화의 중요성과 파급력에 주목하는 것과 비교된다. 안 소장은 “미국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연설 주제로 기후변화를 자주 언급하는데 기후변화와 신재생에너지 확대 등을 통해 몇 개의 일자리가 생겨나고 미국을 비롯한 세계 경제구조가 전면 개편될 것이라는 말을 자주 한다”며 “우리나라 정치인들도 기후변화가 일상과 사회에 어떤 변화를 불러올 것인지를 명확히 인식하고 정책을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기후변화는 지구 전체의 시간으로 보면 천천히 진행되지만 어느 순간 임계점을 넘어설 경우 무서운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게 학자들의 의견이다. 안 소장은 “일상에서 단풍에 물이 드는 것을 모르고 있지만 시나브로 진행되던 일이 어느 날 붉은색 단풍으로 나타난다”며 “사회가 경각심을 갖고 대응을 서둘러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1980년대 대학가 반공해운동을 시작으로 환경운동에 눈을 뜬 안 소장은 서울대 해양학과에서 석사학위까지 마친 후 1987년 한국공해문제연구소 연구원으로 본격적인 전업 활동가의 길에 들어섰다. 그는 “당시 대학 분위기는 엄혹한 정치사회 현실로 인해 대학원에 진학한다는 사실 자체도 누군가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며 “과학기술이 만들어낸 부정적인 면, 당시에는 환경문제보다 공해문제라는 말을 많이 썼는데 그때부터 문제에 관심을 두게 됐다”고 말했다.

1991년 국내 활동을 잠시 접어두고 독일에서 10년간 응용생태학을 공부해 박사학위를 받고 다시 환경운동가의 길로 돌아왔다. 그는 유학을 가면서 주변 사람들에게 환경운동으로 꼭 돌아오겠다는 약속을 남겼고 이를 지켰다. 안 소장은 “환경문제는 그 어떤 사회문제보다 근본적인 문제라고 생각했다”며 “공부를 하다 보니 환경문제는 평생 내가 해야 할 일이라는 확신이 생겼다”고 했다.

그가 본 독일의 환경인식은 1990년대 우리 현실과는 너무 달랐다. “독일은 1970년대부터 환경운동이 본격화돼 녹색당이 의회에 진출해 있었고 사회적으로 환경과 관련한 토론회도 활발했다”며 “우리나라는 1990년대 공해나 오염 문제는 많이 제기됐지만 본격적인 환경문제에 대한 논의는 금기시됐다”고 말했다.

귀국 후 안 소장은 시민환경연구소 부소장, 환경운동연합 사무총장 등을 지냈다. 당시 이명박정부에서 추진한 4대강 사업에 대해 환경단체의 대표이자 생태학자로서 반대운동의 선봉에 섰다. 그러다 환경운동연합에 대한 검찰의 압수수색과 실무자 횡령사건 등이 터져 위기도 겪었다. “원래 사무총장은 3년 임기인데 이를 채우지 못하고 1년 반 만에 사태에 책임을 지고 물러났다”며 “이후 몇 달간 해외 환경운동 동향을 살펴보니 세계는 환경문제가 큰 전환기에 왔고 그 중심에 기후변화가 있었다. 기후변화를 풀지 못하면 더 이상 경제발전이나 나아가 인류의 생존도 어렵다는 걸 알게 됐다”고 말했다. 2009년 6월 기후변화행동연구소를 설립했다. 이후 아이러니하게도 당시 정권의 눈밖에 난 그를 만나기조차 꺼렸던 정부 관계자들이 기후변화에 관심을 보였고, 이명박정부의 녹색성장 정책은 기후변화 대응에 시발점이 되기도 했다.

안 소장은 앞으로 기후변화 정책에 시민의 목소리가 많이 담길 수 있는 활동을 벌이려고 한다. 우선 그동안 공개되지 않은 탄소배출권 거래제 기업별 할당량이나 정부가 국제사회에 내놓은 감축목표(미래 온실가스 배출량의 37% 감축)의 결정 과정 등을 집중적으로 파헤칠 계획이다. 그는 “정부가 아무리 좋은 정책을 내놓더라도 투명성이 담보되지 않으면 국민의 신뢰를 얻을 수 없고 결국 성공한 정책으로 연결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기후변화는 난민 문제로 이어져 이웃나라에 영향을 미치기도 하고 에너지 문제로 연결돼 경제에 직격탄이 되기도 합니다. 미국 펜타곤(국방부)이 기후변화 보고서를 내는 것만 봐도 단순한 환경문제를 넘어 경제, 안보문제, 국가의 존립과 직결되는 이슈로 부상한 것이지요.”

안 소장은 “여야를 막론하고 정치권에서는 기후변화 같은 장기적인 문제를 좋아하지 않는데 앞으로 우리 지도자들도 환경이 아닌 국가안보 문제로 생각하고 깊이 고민해줬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조병욱 기자 brightw@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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