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미래 서울, 도시재생에서 해법 찾다] ⑤ 재생을 통해 도심의 개념을 바꾼다

입력 : 2016-11-06 22:57:54 수정 : 2016-11-06 22:57:54

인쇄 메일 url 공유 - +

산업 쇠락에 버림받았던 도시, ‘머물며 즐기는 공간’이 되다 영국 제2의 도시이자 공업도시 버밍엄. 도시의 중심인 버밍엄역에서 열차에서 내려 20여분을 걸으면 아담하고 예쁜 운하가 나타난다. 운하를 중심으로 고풍스러운 옛 건물과 아담하면서 현대적인 붉은 벽돌 건물들이 함께 어우러져 서 있는 모습이 이채롭다. 운하 위에는 유람선이 유유히 떠다니고, 시민들은 삼삼오오 모여 햇볕을 쬐거나 산책을 즐긴다.

버밍엄 시내 대표적 상업지역인 ‘브린들리 플레이스(Brindley Place)’의 모습이다. 지금은 도시 최고의 ‘핫플레이스’(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곳) 중 한곳으로 꼽히지만 사실 이곳은 불과 20여년 전만 해도 인근 주민들조차 발길 들이기를 꺼리던 지역이었다.

1970년대 이후 제조업이 쇠락하면서 동시에 지역 또한 급속히 슬럼화됐기 때문이다. 지역 주민에게도 버림받았던 쇠락한 공간이 어떤 과정을 거쳐 지역의 명소로 다시 되살아날 수 있었을까?

◆스쳐가는 도심에서 상주하고 즐기는 도심으로

브린들리 플레이스 재생의 역사는 무려 30여년 전까지로 거슬러 올라간다. 버밍엄시가 도시 체질 변화를 목표로 1985년 시작한 ‘고밀 압축형 복합 도심재생 프로젝트’가 지역재생 프로젝트의 모태다. 이후 1993년 본격적으로 사업이 시작돼 주민 의견수렴과 공사 등 10여년의 긴 기간을 거쳐 지금의 모습으로 지역이 재탄생했다.

프로젝트의 핵심은 황폐해진 도심지역을 재생해 도시 활성화를 꾀하는 것이었다. 이전까지 도심은 단순히 일을 하기 위해 찾거나, 교통수단을 이용하기 위해 스쳐 지나가는 곳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이처럼 도심의 기능이 지나치게 한쪽으로 편중됐기 때문에 산업의 쇠퇴가 지역 전체의 슬럼화로 직결될 수밖에 없었다.

이에 따라 브린들리 플레이스는 철저히 ‘더 많은 사람이 모이고 즐길 수 있는 공간’을 목표로 조성됐다. 도심을 낮시간 동안만 머물거나, 스쳐가는 곳이 아니라 머물며 즐기는 공간으로 바꿔나가겠다는 것이다. 사무공간이 밀집한 비즈니스공간과 쾌적하면서도 친환경적인 휴식공간을 결합한 지역의 콘셉트는 이렇게 만들어졌다.

신축건물도 위협적인 고층빌딩 대신 20층 이하의 개방성을 갖춘 현대적 건물로 제한했다. 이들 건물 중심에는 주민들을 위한 이벤트가 펼쳐지는 중앙광장이 자리하고, 광장 주변을 2곳의 미술관과 극장, 국립해양생물관 등 문화시설이 둘러싸고 있다. 이 중앙광장에서부터 이어진 동선은 자연스럽게 버밍엄운하와 이어지며, 하나의 산책로를 형성한다. 운하를 중심으로 형성된 상업지역도 이 동선을 해치지 않으면서 지역과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도록 설계됐다.

브린들리 플레이스 재생을 담당한 아젠트(ARGENT)사의 롭 그로브스(사진) 버밍엄지역 책임자는 “과거에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버밍엄 도심에 일하러 왔다가 밤이 되면 떠났다”면서 “그러나 재생 이후에는 더 많은 사람들이 이곳을 찾고, 더 오래 머문다. 그러다보면 자연스럽게 이 지역이 안전하다고 느끼게 되고, 다시 오고 싶다고 느끼게 된다”고 설명했다.

쇠락한 공장지대에서 버밍엄 도심 ‘핫플레이스’로 재탄생한 브린들리 플레이스. ‘스쳐가는 도심’이 아닌 ‘머무르고 즐기는 도심’을 만들기 위해 업무공간과 문화공간이 혼재된 보행친화적 공간으로 조성됐다.
◆ 보행친화적 환경 개선을 통해 도시의 체질개선까지 이뤄


브린들리 플레이스에서 시작된 도시 재생은 도시 전체의 활력 제고로 이어지고 있다. 한때 쇠락한 공업도시였던 버밍엄은 현재 유럽 최대의 컨벤션도시로 거듭나는 중이다. 이러한 도시의 체질개선에는 브린들리 플레이스를 필두로 불링(Bullring) 등 지역의 재생사업이 결정적 역할을 했다. 이들 재생사업을 통해 도심의 환경이 개선되면서 도시 전체의 이미지 또한 쇄신됐기 때문이다.

특히 잘 가꿔진 보행네트워크는 결정적 역할을 하고 있다. 국제회의 등을 위해 버밍엄을 찾은 이들은 도시의 보행환경을 만끽하며 자연스럽게 버밍엄을 ‘다시 찾고 싶은 도시’로 인식하게 된다.

현재 버밍엄시와 아젠트사는 브린들리 플레이스 인근 도심 핵심부를 재생하는 ‘파라다이스 서커스 재생사업’을 2014년부터 진행 중이다. 시청을 중심으로 최고급 호텔과 대학, 사무공간, 식당과 쇼핑몰을 건립하는 계획이다. 파라다이스 서커스 재생 역시 브린들리 플레이스와 마찬가지로 보행친화적인 도심재생으로 추진되고 있다. 이렇게 되면 버밍엄역에서 도심 중심부 빅토리아광장, 시청, 브린들리 플레이스를 연결하는 대규모 보행네트워크가 완성되게 된다.

그로브스 지역 책임자는 “도심의 장점은 지하철 등 대중교통이 잘 갖춰져 있다는 것”이라면서 “영국의 경우 젊은이일수록 자동차를 이용하기보다 걸으면서 스마트폰 등을 통해 주변과 소통하고, 지역의 여러 문화를 즐기는 것을 선호한다. 그런 추세에 맞춰 버밍엄 도심은 보행자 중심 공간으로 완전히 체질을 개선 중”이라고 밝혔다.

버밍엄=글·사진 서필웅 기자 seoseo@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이나영 ‘수줍은 볼하트’
  • 이나영 ‘수줍은 볼하트’
  • 조이현 '청순 매력의 정석'
  • 에스파 지젤 '반가운 손인사'
  • VVS 지우 '해맑은 미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