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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플러스] 불황에 내몰린 자영업자들…'폐업' 처리 업체만 호황

입력 : 2017-02-02 19:53:09 수정 : 2017-02-02 21:0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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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체감 경기실사지수 65.6 / 기준치 ‘100’ 크게 밑돌아 악화 / 월세는 커녕 이자 갚기도 벅차 / 폐업 처리 업체만 때아닌 호황 / 자영업종 사회안전망 확충 시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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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고양의 한 아파트 밀집 지역에서 8년간 치킨집을 운영해온 50대 A씨는 고민 끝에 얼마 전 사업을 접었다. 경기가 워낙 안 좋은 데다 연예인을 광고모델로 내세우며 새로운 메뉴를 끊임없이 개발하는 프랜차이즈 치킨집을 당해낼 재간이 없었다. 가게 사정이 어려워지면서 은행에서 빌린 돈도 발목을 잡았다. A씨는 “치킨 한 마리 팔면 2000원 정도 남는데, 버는 돈은 은행 이자를 갚기에도 벅찼다”며 “가게가 생계수단이 아니라 짐이 돼 버려 폐업을 결정했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경기 한파가 지속되면서 자영업자들이 ‘폐업’의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단기적인 부양책을 넘어 자영업 분야의 먹거리 창출과 사회안전망 확충에 나서야 한다고 지적한다.

서울 영등포구 번화가에서 작은 카페를 운영하던 30대 B씨도 프랜차이즈업체에 밀려 가게 문을 닫았다. 그는 ‘카페는 장사가 잘된다’는 생각에 은행 대출을 받아 카페를 차렸다. 하지만 대형 프랜차이즈 카페들이 우후죽순처럼 들어서면서 이내 월세를 감당하기도 힘든 형편이 됐다. 그의 카페 주변에는 카페가 6곳이나 있었다.

자영업자들의 폐업이 잇따르면서 상가 등 상업용 부동산의 공실이 적지 않다. 서울의 주요 상권인 서대문구 이화여대 일대에는 상가 매물만 100여개이고, 8000만원에 거래되던 권리금을 3000만원으로 낮춰도 거래가 안 되는 실정이다.

이대 앞 공인중개사 사무소 관계자는 “이대는 상권이 좋아 웬만해서는 계약을 갱신하는데 지난해 중순부터 상가 10곳 중 3곳 꼴로 재계약을 포기한다”며 “2~3년 장기계약을 맺은 경우도 가게를 매물로 내놓는다”고 전했다.

하루아침에 업종이 바뀌는 경우도 허다하다. 연세대 인근의 한 프랜차이즈 치킨집 점주는 “골목 끝 가게는 고깃집에서 치킨집으로, 다시 고깃집으로 바뀌었고, 건너편은 치킨집에서 곱창집이 됐다가 지금은 포장마차”라며 “한자리에서 업종이 몇 개월 만에 서너 번씩 변한다”고 씁쓰레했다.

자영업자들이 느끼는 체감경기는 바닥이다.

2일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의 ‘2017년 1월 소상공인시장 경기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상시 근로자 5인 미만 사업체 2400개를 상대로 조사한 지난달 체감 경기실사지수(BSI)와 이달 전망 BSI는 각각 65.6, 85.8에 그쳤다. BSI는 기준치 100 미만이면 경기 악화를 뜻한다.

폐업 처리업체들은 때 아닌 호황을 맞고 있다. 서울의 한 폐업 지원 서비스 업체 관계자는 “폐업 상담이 한 달 평균 100건쯤 되고, 이 중 50∼60건이 실제 폐업으로 이어진다”며 “치킨집을 비롯한 음식점 폐업률이 가장 높다”고 했다. 약국과 편의점, 학원 등도 문을 닫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하지만 뜻밖의 호황이 마냥 반갑지만은 않다. A씨의 폐업을 맡았던 업체 대표는 “지난해 이맘때에 비하면 폐업 처리 건수가 3배 정도 늘었다”며 “‘본전도 못 찾고 폐업한다’는 식의 얘기를 들으면 안타깝다”고 토로했다.

서울시립대 윤창현 교수(경제학)는 “자영업자들은 성공 가능성이 낮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일자리를 못 찾아 당장 먹고살려고 창업한다”며 “정부는 상반기에 집중적으로 재정을 당겨 써 수요를 창출하기 위한 지원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진영·김지현 기자 jyp@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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