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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만나는 ‘비운의 혁명가’ 트로츠키

입력 : 2017-02-03 19:36:43 수정 : 2017-02-03 19:3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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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 최대 사건 ‘러시아 혁명’ 100주년
혁명 기초 닦은 트로츠키 삶과 사상 재탐구
유대인 부농 아들로 태어나 ‘혁명의 별’로
레닌 사후 스탈린과 당내 권력 투쟁서 패배
무장한 예언자 트로츠키 1879-1921 트로츠키 평전 1

비무장의 예언자 트로츠키 1921-1929 트로츠키 평전 2
추방된 예언자 트로츠키 1929-1940 트로츠키 평전 3
아이작 도이처 지음/김종철 옮김/시대의창/각권 2만5000∼2만8000원
100년 전인 1917년 2월 러시아 공산 혁명은 20세기 최대의 사건이었다. 혁명으로 소비에트 사회주의가 탄생했다. 그러나 1989년 베를린 장벽이 무너졌다. 1991년 소련이 붕괴되고 중국마저 개방된 체제로 전환했다. 사실상 지구상의 현실 사회주의 체제는 오류를 드러내면서 몰락해버렸다. 냉전 이데올로기라는 닫힌 틀에서 벗어났다는 지금 세계는 어떤가. 신자유주의라는 경제적 폭압과 정치적 보수화 흐름은 점점 갈등의 불씨를 키우고 있다. 중화주의와 ‘트럼프주의’는 곧 파열음을 낼 것이고, 유럽은 분열될 것이 분명하다.

사회주의 기초를 닦은 레온 트로츠키(1879∼1940)의 평전 3부작은 20세기 100년간의 흐름을 기록해 놓은 수작이다. 아울러 21세기 역사의 향방을 유추해보는 서사문학인 동시에 역사서다.

모두 2000여쪽에 걸쳐 러시아 혁명과 트로츠키의 생애를 재구성했다. 그간 한국 지식인들은 러시아 혁명을 울 안에 갖힌 채 볼 수밖에 없었다. 치열한 냉전의 틈바구니에서 살아야 했기 때문이다. 트로츠키 평전은 그런 우리에게 역사를 제대로 보여주는 전기다.


레온 트로츠키가 멕시코 망명 당시 찍은 사진으로 살해되기 직전의 모습이다. 저자는 트로츠키가 러시아 혁명을 진정한 민중혁명으로 이끌려고 노력했던 인간주의자라고 소개했다.
시대의 창 제공
젊은 시절 열렬한 공산주의자였던 저자 아이작 도이처는 작가이자 언론인이었다. 그러나 스탈린의 독재에 반기를 들다가 제명됐다. 이후 영국 잡지 ‘이코노미스트’ 편집장을 지내는 등 저널리스트로 살았다. 저자는 10여년에 걸쳐 트로츠키 전기를 썼다. 책에선 하버드 대학이 소장 중인 비밀 자료들이 다수 공개된다. 생전 트로츠키는 자신의 자료를 누구도 볼 수 없도록 요청해놓았다. 그러나 트로츠키 부인의 특별한 배려로 저자는 그 자료를 열람할 수 있었다.

저자가 밝히려는 것은 트로츠키의 진정한 실체다. 스탈린과 그의 추종자들, 그리고 미국 정보당국이 각색한 트로츠키는 잘못 알려져 있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레닌이 죽은 뒤 스탈린은 트로츠키와의 권력 투쟁에서 승리했다. 스탈린 체제하에서 트로츠키의 공적과 사상은 왜곡됐다. 패자인 트로츠키는 ‘혁명의 적’이 될 수밖에 없었다. 끝내 망명지 멕시코에서 암살자의 도끼에 맞아 죽은 채 발견됐다.

저자에 따르면 트로츠키는 누구보다도 열정적인 혁명가였다. 부유한 유대인 농민의 아들로 태어난 그는 제정러시아의 현실을 제대로 깨달았다. 차르 체제와 기득권 집단을 타도해야 러시아인 대다수가 인간적인 삶을 살 수 있다고 확신했다.


미국 망명 당시 도움을 준 지인들과 산책할 때의 모습.
이 점에서 트로츠키는 제대로 된 인간이었다. 그는 압제에 신음하는 동포를 해방시키는 데 일생을 바쳤다. 1905년과 1917년의 혁명에서 러시아 민중을 일깨우는 데 성공했다. 소비에트 체제를 굳건히 하는 데도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서방 세계가 상투적으로 말하는 사회주의자 또는 좌파이기 이전에 그는 성실하고 용기있는 사람이었다. 트로츠키는 혁명가인 동시에 탁월한 언론인이자 문학평론가, 군사이론가, 외교관, 군인이었다. 그는 천재였으나 단순한 세속적 천재가 아니었다. 천재에게 결여되기 쉬운 용기와 통찰력과 행동력도 겸비한 사람이었다.

그러나 러시아혁명은 스탈린 일파에 의해 일국사회주의로 변질된다. 트로츠키의 의도와는 달리 소련은 인권을 억압하고 사람을 죽이는 비밀 체제로 추락했다. 트로츠키 사례는 마치 고르바초프의 페레스트로이카 경우와 흡사하다. 고르비의 페레스트로이카 역시 왜곡돼 세상에 알려졌기 때문이다. 고르비의 개혁개방은 군부와 결탁한 기득권력의 쿠데타로 물거품이 되고 소련은 붕괴됐다. 뒤이은 옐친의 주정뱅이 정치가 국정을 농단하는 우스꽝스러운 상황이 벌어졌다.

지금 푸틴이 지배하는 러시아는 미국식 자본주의와 부정부패가 뒤범벅이 된 채 굴러가고 있다. 푸틴은 스탈린 시절의 패권주의를 되살리려 하고 있다. 그런데도 러시아 국민의 90% 이상은 푸틴을 지지하고 있다. 트로츠키가 이런 러시아를 본다면 무슨 말을 할까? 인류 역사상 처음 피압박 민중 혁명이 성공한 러시아는 스탈린 정권 아래서 패권주의와 전체주의로 치달았다가 지금은 어정쩡한 부패 자본주의 체제로 변질됐다.

역사에 가정은 없다고 했지만, 만약 러시아혁명 이후 스탈린이 아닌 트로츠키가 레닌의 뒤를 이었다면 오늘날 세계의 모습은 분명 달라졌을 것이다. 러시아 혁명 정권이 당내 민주주의를 확립하고 진정한 의미의 민중혁명으로 이행했다면 말이다.

정승욱 선임기자 jswoo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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