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명 기초 닦은 트로츠키 삶과 사상 재탐구
유대인 부농 아들로 태어나 ‘혁명의 별’로
레닌 사후 스탈린과 당내 권력 투쟁서 패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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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장한 예언자 트로츠키 1879-1921 트로츠키 평전 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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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무장의 예언자 트로츠키 1921-1929 트로츠키 평전 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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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방된 예언자 트로츠키 1929-1940 트로츠키 평전 3 아이작 도이처 지음/김종철 옮김/시대의창/각권 2만5000∼2만8000원 |
사회주의 기초를 닦은 레온 트로츠키(1879∼1940)의 평전 3부작은 20세기 100년간의 흐름을 기록해 놓은 수작이다. 아울러 21세기 역사의 향방을 유추해보는 서사문학인 동시에 역사서다.
모두 2000여쪽에 걸쳐 러시아 혁명과 트로츠키의 생애를 재구성했다. 그간 한국 지식인들은 러시아 혁명을 울 안에 갖힌 채 볼 수밖에 없었다. 치열한 냉전의 틈바구니에서 살아야 했기 때문이다. 트로츠키 평전은 그런 우리에게 역사를 제대로 보여주는 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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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온 트로츠키가 멕시코 망명 당시 찍은 사진으로 살해되기 직전의 모습이다. 저자는 트로츠키가 러시아 혁명을 진정한 민중혁명으로 이끌려고 노력했던 인간주의자라고 소개했다. 시대의 창 제공 |
저자가 밝히려는 것은 트로츠키의 진정한 실체다. 스탈린과 그의 추종자들, 그리고 미국 정보당국이 각색한 트로츠키는 잘못 알려져 있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레닌이 죽은 뒤 스탈린은 트로츠키와의 권력 투쟁에서 승리했다. 스탈린 체제하에서 트로츠키의 공적과 사상은 왜곡됐다. 패자인 트로츠키는 ‘혁명의 적’이 될 수밖에 없었다. 끝내 망명지 멕시코에서 암살자의 도끼에 맞아 죽은 채 발견됐다.
저자에 따르면 트로츠키는 누구보다도 열정적인 혁명가였다. 부유한 유대인 농민의 아들로 태어난 그는 제정러시아의 현실을 제대로 깨달았다. 차르 체제와 기득권 집단을 타도해야 러시아인 대다수가 인간적인 삶을 살 수 있다고 확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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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망명 당시 도움을 준 지인들과 산책할 때의 모습. |
그러나 러시아혁명은 스탈린 일파에 의해 일국사회주의로 변질된다. 트로츠키의 의도와는 달리 소련은 인권을 억압하고 사람을 죽이는 비밀 체제로 추락했다. 트로츠키 사례는 마치 고르바초프의 페레스트로이카 경우와 흡사하다. 고르비의 페레스트로이카 역시 왜곡돼 세상에 알려졌기 때문이다. 고르비의 개혁개방은 군부와 결탁한 기득권력의 쿠데타로 물거품이 되고 소련은 붕괴됐다. 뒤이은 옐친의 주정뱅이 정치가 국정을 농단하는 우스꽝스러운 상황이 벌어졌다.
지금 푸틴이 지배하는 러시아는 미국식 자본주의와 부정부패가 뒤범벅이 된 채 굴러가고 있다. 푸틴은 스탈린 시절의 패권주의를 되살리려 하고 있다. 그런데도 러시아 국민의 90% 이상은 푸틴을 지지하고 있다. 트로츠키가 이런 러시아를 본다면 무슨 말을 할까? 인류 역사상 처음 피압박 민중 혁명이 성공한 러시아는 스탈린 정권 아래서 패권주의와 전체주의로 치달았다가 지금은 어정쩡한 부패 자본주의 체제로 변질됐다.
역사에 가정은 없다고 했지만, 만약 러시아혁명 이후 스탈린이 아닌 트로츠키가 레닌의 뒤를 이었다면 오늘날 세계의 모습은 분명 달라졌을 것이다. 러시아 혁명 정권이 당내 민주주의를 확립하고 진정한 의미의 민중혁명으로 이행했다면 말이다.
정승욱 선임기자 jswoo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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