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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닉슨-박근혜-트럼프를 관통하는 평행이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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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7-05-11 14:14:04 수정 : 2017-05-11 14:1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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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 다른 시대를 산 두 사람의 운영이 같은 패턴으로 전개되는 것을 평행이론이라고 한다. 미국의 리처드 닉슨 전 대통령과 박근혜 전 대통령의 몰락 과정을 보면 평행이론이 실재하는 듯한 기시감이 든다. 여기에 또 한 명의 대통령이 동참하는 듯한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그 주인공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핵심 측근들과 러시아가 유착해 미국 대선에 개입했다는 ‘러시아 커넥션’ 수사의 최고 책임자인 제임스 코미 연방수사국(FBI) 국장을 9일(현지시간) 전격 경질했다. 미국의 뉴욕 타임스,(NYT), 워싱턴 포스트(WP) 등 주요 언론은 일제히 ‘제 2의 워터 게이트 사건’이 터졌다고 진단했다. 트럼프가 40여 년 전의 닉슨 운명을 따라가고 있다는 것이다. 트럼프의 코미 국장 해임 후폭풍을 지켜보는 한국 특파원의 눈에는 닉슨뿐 아니라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으로 탄핵을 당한 박근혜 전 대통령이 오버랩된다. 

◆코미, 콕스, 이석수 전 특별감찰관

코미 FBI 전 국장은 전격 해임되기 전 트럼프 대선 캠프와 러시아 간 ‘내통’ 의혹 수사를 위한 예산과 인력 보강을 시도했다고 NYT, WP 등이 10일 보도했다. 코미 전 국장이 이번 수사를 확대하려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그를 단칼에 제거했다는 주장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WP는 복수의 미 정부 관리들을 인용해 “코미 전 국장이 지난주 법무부에 더욱 많은 수사 자원을 요구했다”면서 “코미는 로드 로젠스타인 법무부 부장관과 지난주 회동에서 이러한 요구를 한 데 이어 8일 상원 정보위원장과 민주당 중진의원들에게 관련내용을 브리핑했다”고 전했다.

지난 1972년 6월 닉슨의 재선을 위해 활동하던 그룹이 워싱턴의 워터게이트 빌딩에 있는 민주당 전국위원회 본부에 침입해 도청장치를 설치하려다 발각됐다. 워싱턴 포스트가 이 사건을 특종 보도하자 아치볼드 콕스 특별검사가 임명돼 수사에 착수했다. 콕스는 백악관 집무실 대화 내용이 녹음된 파일이 있다는 사실이 드러나자 이 테이프 복사본을 제출하라고 닉슨에게 요구했으나 닉슨이 이를 거부했다. 닉슨은 여기서 한걸음 더 나가 콕스 특검을 전격 해임했다. 미국 언론은 이를 ‘토요일 밤의 학살’이라고 부른다. 

닉슨은 그 이후 여론의 역풍을 맞았다. 여론 조사에서 닉슨에 찬성하는 비율이 44%로 반대한다는 비율 43%를 앞질렀다. 미 하원은 그 여론을 등에 업고 닉슨 탄핵안을 통과시켰다. 닉슨은 1974년 8월 상원 표결을 앞두고 자진 사임했다.

박 전 대통령은 이석수 당시 특별감찰관이 미르·K스포츠재단 의혹을 내사하고, 우병우 당시 민정수석에 대한 수사 의뢰를 하자 그의 사표를 받는 방식으로 쫓아냈다. 청와대는 이 전 감찰관에게 감찰 내용 유출 혐의를 적용해 몰아냈다. 그러나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은 언론의 추적 보도를 통해 눈덩이처럼 커져갔고,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수사에 착수해 박 전 대통령이 기소됐다. 콕스 특검, 이석수 특별감찰관을 자른 닉슨과 박 전 대통령은 부메랑을 맞아 몰락했다. 트럼프가 코미 전 국장을 축출하자 야당인 민주당은 특별검사 임명을 요구하고 있고, 정치권 외곽에서 트럼프 탄핵 운동이 시작됐다.

◆추락하는 것은 날개가 없다

닉슨, 박 전 대통령처럼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국정 지지도가 날개 없는 추락을 계속하고 있다. 미국 퀴니피액 대학이 10일 공개한 새 여론 조사에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국정 지지도가 36%로 사상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지난 5월 4∼9일 사이에 1078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국정운영 방식을 지지하지 않는다는 응답 비율이 58%를 기록했다. 이 같은 국정 지지도는 지난달 19일 발표된 조사 때의 40%보다 4%포인트 떨어진 것이다. 여론조사 기관 갤럽은 이에 앞서 지난달 20일을 기준으로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 후 국정 지지도가 평균 41%를 기록해 1953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역대 대통령의 취임 초기 국정 지지도는 평균 61%였다.

닉슨은 지지율이 반대 비율보다 낮아지자 사임의 위기에 몰렸다. 박 전 대통령도 최순실 국정농단 의혹이 불거진 뒤 30%대의 콘크리트 지지율이 무너지고, 그 비율이 10% 미만까지 떨어져 식물 대통령으로 전락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율은 향후 그의 운명을 가르는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 정치권에서는 트럼프 캠프와 러시아 간 내통 의혹을 파헤칠 특별 검사 임명 문제가 쟁점으로 부각됐다. 민주당은 “워터 게이트 사건 당시처럼 특별검사 임명이 불가피하다”고 정부·여당을 압박하고 있다. 미 의회는 그러나 특검 지명 권한이 없고, 법무부가 나서야 한다. 미 의회는 특검 수사와는 별개로 특별 진상조사위 가동을 모색하고 있다.

워싱턴=국기연 특파원 ku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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