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받고 대리실험에 논문대필까지… '학위장사' 교수들 구속

한의학 석·박사 논문을 사실상 대필해 주는 대가로 현직 한의사이자 학생인 45명으로부터 총 7억5000만원을 받아 챙긴 한의대 교수와 조교수가 구속됐다. 학문과 진리를 탐구하는 상아탑이 일부 교수의 ‘학위 장사’로 얼룩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경기 용인동부경찰서는 17일 배임수재 및 위계에 의한 업무방해 혐의로 수도권 소재 사립대 한의대 교수 A(59)씨와 조교수 B(40·여)씨를 구속했다. 경찰은 또 논문 대필 대가로 이들에게 돈을 준 혐의(배임증재)로 한의사 C(42)씨 등 45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에 따르면 A씨 등은 2012년부터 최근까지 5년간 논문 작성을 위한 실험비 명목으로 석사과정은 1100만원, 박사과정은 2200만원을 각각 받는 수법으로 모두 7억5000만원을 받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 조사 결과 A교수 등은 매년 학기 초인 3∼5월 “논문 실험비가 필요하다”고 학생들에게 공지해 차명계좌나 현금으로 돈을 받았으며, 학생들의 학위논문을 사실상 대필해 주고 논문 심사 때에는 직접 심사위원으로 들어가 논문 통과에 일조한 것으로 드러났다. 흰 쥐를 이용한 한의학 실험 등 논문 관련 실험은 조교수나 연구원에 의해 이뤄졌을 뿐 학생들은 직접 참여하지도 않았다고 경찰은 전했다.

하지만 A씨는 경찰 조사에서 “학위논문 실험 과정에서 학생들과 꾸준히 협의하고 지도해줬을 뿐”이라며 혐의를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에서 사건을 송치받은 수원지검은 사안의 중대성을 감안해 부장검사가 직접 주임검사를 맡아 보강수사와 기소를 하도록 했다.

교수들이 돈을 받고 학위논문을 대필해주거나 논문 심사에서 편의를 제공하는 비리는 좀처럼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해에도 전북지역 한 대학에서 교수 2명이 대학원생 11명으로부터 논문 대필 및 논문심사 편의 명목으로 총 9400만원을 챙긴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징역형을 선고받기도 했다.

김건호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