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씨는 아이들이 편히 말하도록 지도했다. 하지만 지금 그 결정을 후회하고 있다. 사춘기를 거치며 부모에게 반항하는 아이가 반말을 마구 퍼부어서다.
A씨는 “의견 충돌 시 아이가 존댓말을 하니 그나마 덜 화가 나던데요”라는 이웃 엄마의 말에 뒤늦게나마 아이들에게 존댓말 교육을 하려 했지만, 이미 고등학생이 된 자녀들에게 적절한 시기는 오래전 지나간 것 같다. A씨는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까?
육아 관련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자녀들의 반말을 우려하는 부모들이 고민을 털어놓고 있다.
‘언젠가는 하겠지’ 생각에 타이밍을 놓친 이들도 많고, 다른 집 아이들은 존댓말을 잘 쓰는데 우리 아이는 그렇지 않다며 어떻게 해야 하느냐고 묻는 글도 보인다.
통상 아이가 말문이 트이고 자기 의사표현을 시작하는 시기는 2~3살 무렵이다. 이때는 말하는 것보다 듣기 능력이 더 발달한다. 부모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는 게 전문가 조언이다.
임영주 부모교육연구소 대표는 “아이에게 존댓말을 자주 들려주면 자연스레 입에 밴다”며 “부부 사이에서도 높임말을 쓰는 게 좋다”고 조언한다. 어린이집 등 단체 생활을 통해 존댓말 듣는 게 익숙해지면, 나중에 아이에게 억지로 가르치려는 수고를 덜 수 있다고 그는 덧붙였다.
한 육아 커뮤니티에는 “저희 아들이 5살인데 어른들에게 존댓말을 거의 안 쓴다”며 “여태 뭐했냐고 물으셔도 드릴 말씀이 없다”는 내용의 글이 올라온 적도 있다.
초등학교 동창인 부부가 서로를 편히 대하다 보니, 아이가 자기를 보고 배운 것 같다고 밝혔다. 어른들에게 반말하는 아이를 보면서도 집안 식구들이 ‘오냐오냐’ 한 것도 이유 같다고 덧붙였다.
해당 게시물을 올린 네티즌은 “100% 저희가 잘못 가르친 게 맞다고 생각한다”며 “아이가 존댓말을 쓰도록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느냐”고 물었다. 여러분이라면 어떤 조언을 해줄 것인가.
아이의 존댓말과 관련한 어느 네티즌의 고민.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
아이가 2살 정도가 되면 두세 단어를 조합해 자기가 원하는 문장을 표현할 수 있으며, 표정과 어투 등을 토대로 존댓말과 평어 차이를 구분할 수 있다고 임 대표는 설명했다.
아빠에게 존댓말 쓰지만, 엄마에게는 반말하는 아이도 많다. 누구의 탓이라 말하기는 어려우나, 비교적 엄마의 영향이 크게 작용한 결과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친정엄마에게 반말하지만 아빠에게 존댓말 쓰는 엄마를 보면서 ‘아, 엄마에게는 반말해도 되는구나’라고 아이가 생각한다는 것이다.
이 외에 △ 아빠가 직접 아이에게 “존댓말을 써달라”고 부탁하는 경우나 △ 남편에게 존댓말 하는 엄마를 보면서 ‘아빠에게는 존댓말을 쓰는 게 당연하다’고 여기는 아이도 있다고 임 대표는 설명했다.
임 대표는 “존댓말을 사용하게 되면 말하기 전에 한 번이라도 더 생각하고 신중해지게 된다”며 “상대를 이해하고 배려하는 자세를 키울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른들의 존댓말을 듣게 되면 아이는 자신이 존중받는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고 덧붙였다.
김동환 기자 kimcharr@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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