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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준의 한국은 지금] 영혼 없는 회사표 선물세트…"경영팀 보고 있나"

입력 : 2017-09-16 13:41:15 수정 : 2017-09-16 16:3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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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물은 마음을 주고받는 것’이라는 말이 있다.
선물의 크기나 가격을 떠나 받아서 싫은 사람은 없겠지만, 추석이면 형식적으로 일괄 구매해 하나씩 나눠 갖는 ‘회사표 선물세트’는 뒷말을 낳는다.
60대 인기를 얻은 비누세트.
■ "안 봐도 뻔한 선물세트…차라리 돈으로"
직장인 A씨는 이번 추석 현금 100만원과 선물세트가 지급된다는 정보에 “선물세트 대신 현금을 받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회사가 거래처와의 관계를 위해 매년 똑같은 제품을 일괄 구매하기 때문이다.

B씨는 “유명하고 비싼 제품이지만 독신남에게 필요한 물건은 아니다”라며 “어려운 형편에 단돈 10만원이라도 현금으로 받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 ‘선물세트=형식’
회사의 선물세트 지급을 두고 의견이 엇갈리는 가운데 ‘형식’적이라는 생각이 많다.

직장인 모임에서 중소기업 경영팀 B씨는 “챙기지 않으면 야박하다는 소리가 나오고 현금으로 주기에는 10만원 단위로 지급해야 해서 선물을 챙기는 편이 회사로서는 나은 선택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만 원권 5장을 준비해 지급하는 사례는 찾아볼 수 없거나 매우 드물다”며 “선물세트를 많이 구매하면 표면상 가격보다 저렴한 이유도 있다”고 덧붙였다.
비누, 샴푸 등 생필품은 개인 선호에 따라 호불호가 갈린다.
■ “사람마다 취향이나 기호가 다른 이유”
국내 취업포털이 지난 11일 직장인 1349명을 대상으로 추석 상여금을 묻는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전체 46.7%는 '상여금 대신 추석 선물이 지급된다'고 답했다

아무것도 지급되지 않는 것보다 받는 쪽이 기쁘지만, 직장인들은 “불필요한 제품보다 현금으로 받는 것이 좋다”고 입을 모았다.

그들은 과일, 정육, 수산 등은 추석 제사상에 올릴 수 있는 선물은 ‘도움 된다‘고 말하면서도 개인 취향과 기호에 맞지 않는 선물보다 ’현금이 좋다‘고 말했다.

모임에서 직장인 B씨는 “술 못 마시는 사람도 있고, 카페인 때문에 커피는 입에도 대지 않는 사람이 있다”며 “이들이 주류나 커피세트를 받고 내켜 하지 않는 것은 당연하다”고 했다.

또 생필품 선물세트는 개인 취향에 따라 선택해 쓰는 경우가 많아서 활용도가 떨어진다는 의견도 상당수였다.

■ “나는 선물세트 한다”
한편 한양대 유통연구센터가 소비자 1517명에게 추석 선물에 관한 계획을 조사한 결과 직장·사업 관련 지인에게 5만원 이하 선물세트를 준비한다고 30%가 복수 응답했다.

그들은 추석 선물로 건강식품(37%), 과일세트(34%), 생활용품세트(19%), 정육세트(14%), 주류세트(11%), 커피/차세트(8%), 통조림(가공식품) 세트(8%), 수산물세트(7%)를 구매하겠다고 답했다.

반면 선물에 대한 부담으로 ‘평소 선물은 주지도 받지도 않는 것이 편하다’고 응답한 사람이 전체 49%로 나타났으며, 83%는 ‘비용보다 무엇을 구매할지 더 고민스럽다’고 말했다.
소비자 1517명을 대상으로 추석 선물 계획을 조사한 결과. 가족에게는 현금, 형제·친척 과일세트, 직장 지인 과일세트, 선생님 상품권 등을 선물한다고 응답했다. (자료= 한양대 유통연구센터) 
선물에 대한 여러 인식이 주는 사람도 준비하는 사람도 고민하게 한다.
‘선물은 마음을 주고받는 것’이란 말을 떠올려보면 좋겠다.

이동준 기자 blondi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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