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 어떤 글자를 찾을 수 있을까요?”
강사의 질문이 끝나자 곰곰이 생각하던 아이들은 저마다 “미음(ㅁ)이요!” “유(ㅠ)도 있어요!” “니은(ㄴ)도 있는 거 같아요!”라고 소리쳤다.
눈이 초롱초롱한 아이들 앞에는 높다란 석탑 하나가 우뚝 서 있었다.
지난달 30일, 서울 용산구 국립한글박물관의 ‘자연 속 한글 탐험’ 수업에 참여한 아이와 부모 등 20여명은 오전 10시10분부터 11시40분까지 약 1시간30분 동안 박물관 뜰과 용산가족공원 등에서 한글 자음과 모음 찾기 탐구활동을 펼쳤다.
국립한글박물관에 따르면 ‘자연 속 한글 탐험’ 수업은 신체활동 및 놀이학습 등으로 구성된다. 의성어, 의태어 그리고 색채어 등을 알아보는 게 목표다. 6~7세 아동과 부모가 함께 참여하며, 자연을 느끼고 그 속에서 한글과 친해질 기회를 제공한다.
2014년 9월, 처음 시작했으며 지금까지 총 61회에 걸쳐 부모와 아동 등 1800여명이 참석했다.
단순한 조형물에 불과하지만, 석탑도 자세히 살펴보면 아이들에게는 한글 자음과 모음을 찾을 수 있는 유용한 도구다. 생활에서 한글을 찾아내니, 아이의 호기심을 유발하기도 좋다.
아이들에게 다소 낯선 ‘의성어’나 ‘의태어’라는 말은 순화시켜 ‘흉내 내는 말’이라 부른다고 교육을 맡은 설민희(31) 강사가 설명했다. 시청각 교육으로 흥미를 유발한 뒤, 야외에서 아이들이 한글 닮은 ‘자연의 친구’를 찾는다고 덧붙였다. 돌, 나무, 꽃 그리고 조형물 등을 말한다.
흩어지기 전, 아이들은 주머니에서 한글 자음 조각을 하나씩 뽑았다.
김준혁(5·가명) 군은 ‘미음(ㅁ)’을 손에 쥐었다. 자연에서 미음과 유사한 물건을 찾는 게 과제였다. 30여분 동안 소년은 네모난 돌, 나무 조각 그리고 나뭇가지 4개를 이어 미음을 만들었다. 나눠준 활동지가 꽉 찼다. 준혁군의 어머니는 아들을 뿌듯하게 쳐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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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 속 한글 탐험’ 활동지. 이리저리 연구한 아이의 흔적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국립한글박물관 제공. |
서채훤(5)군의 아버지는 평소 국립한글박물관을 자주 찾지만 교육에 참여한 건 처음이라고 밝혔다.
집안일 때문에 신청한 아내 대신 교육에 왔다고 말한 서군의 아버지는 “아들이 좋아하니 기쁘다”고 웃었다. 아빠 옆에 조심스레 선 서군은 “인사해야지”라는 아버지 말에 쑥스러운 듯 옅게 미소만 지었다.
설씨는 “아이들이 한글을 느끼고 찾는 게 ‘자연 속 한글 탐험’ 수업의 매력”이라며 “학습 성과를 요구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부모와의 유대를 형성하고 자연에서 한글을 익히도록 지도한다”고 말했다.
발표 시간, 다소 쑥스러워하면서도 아이들 얼굴에서는 즐거움이 넘쳤다.
국립한글박물관 관계자는 “한글 친밀도와 이해도를 높이도록 다양한 교육을 개발·운영할 예정”이라며 “일상에서 아이들이 한글을 자연스럽게 접할 기회를 제공하겠다”고 말했다.
김동환 기자 kimcharr@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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