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년 전만 해도 중국 여행을 다녀온 사람들은 그곳 공중화장실에 대한 ‘충격’을 잊지 못한다. 대부분 칸막이가 없다. 낯선 이들이 서로 엉덩이를 드러낸 채 볼일을 본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을 계기로 베이징 상하이 등 대도시 공중화장실 사정은 많이 나아졌다. 시진핑 국가주석은 관광객 유치를 위해 ‘화장실 혁명’을 이끌고 있다. 지난 3년간 화장실 7만개를 개조 혹은 신축했다. 2020년까지 6만4000개를 추가로 건설한다고 한다. 이젠 TV는 물론 냉장고, 소파까지 갖춘 ‘5성호텔급’ 호화 화장실도 등장할 정도다. 그럼에도 시골로 가면 여전히 칸막이 없는 화장실이 많아 관광객이 당황해한다고 한다.
외국인들이 이해할 수 없는 우리의 화장실 문화가 있다. 대변기 옆에 놓인 휴지통이다. 불쾌감을 넘어 비위생적이란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정부가 지난 1일부터 ‘공중화장실 등에 관한 법률 시행령’을 개정해 공중화장실 휴지통을 모두 없애기로 했다. 그런데 지금도 휴지통이 그대로 있는 공중화장실이 많다고 한다. 휴지통을 없앴더니 하루에도 몇 차례 변기가 막히는 소동이 빚어져 청소원이 애를 먹는다. 휴지통을 없앤 화장실에서도 쓰레기가 산더미처럼 쌓여 있다고 한다. 시행 초기지만 실종된 시민의식이 아쉽다. 화장실은 한 나라의 수준을 가늠할 수 있는 척도나 다름없다. 1988년 우리는 서울하계올림픽 때 재래식 화장실을 급하게 수세식으로 바꾸는 등 ‘문명국’을 알리는 데 열중했다. 30년 만에 개최하는 평창동계올림픽에서는 이제 선진 시민임을 세계에 보여줄 필요가 있다. 공중화장실 에티켓이 그 출발점이다.
박태해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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