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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얼마나 더 희생돼야 안전하게 일할까요”… 환경미화원의 눈물

입력 : 2018-01-15 06:00:00 수정 : 2018-01-15 09:3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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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법 미비… 대책 마련 시급 / 낙하물에 맞고 못 찔려 파상풍 / 타던 차에 치여 숨지는 일 많아 / 최근 3년 사망 산재 신청 34명 / 골절 등 부상자도 1958명 달해 / 비용 절감 이유 안전무시 여전 / “사고 날때만 반짝 관심 아쉬워”
지난 10일 오후 경기도 고양시 덕양구의 한 도로에서 청소작업을 하던 환경미화원 A(48)씨는 느닷없이 날아온 쇠파이프에 맞아 쓰러졌다. 인근의 아파트 신축공사장에서 길이 2.5m 쇠파이프가 떨어지면서 A씨의 머리를 덮친 것이다. A씨는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숨졌다.

지난해 11월29일 낮 광주광역시 광역위생매립장에서는 쓰레기수거차 적재함을 정리하던 구청 협력업체 소속 환경미화원 B(57)씨가 동료 실수로 작동한 기계식 덮개에 머리를 심하게 다쳐 숨졌다.

같은 달 16일에도 광주의 한 도로에서 환경미화원 C(59)씨가 쓰레기수거차에서 잠시 도로에 내린 사이 후진하는 차에 치여 목숨을 잃기도 했다.

환경미화원들의 안전이 위협받고 있다. 각종 교통사고 위험에 늘 노출돼 있고 쓰레기를 거둬들이다가 녹슨 못에 찔려 파상풍에 걸리거나 세균성 악취로 인한 감염병에 시달리기도 한다. ‘비용절감’ 등의 이유로 환경미화원의 안전이 무시되고 관련 법은 여전히 미비해 안전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14일 근로복지공단의 자료에 따르면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무거운 쓰레기를 옮기다가 골절상을 입는 등 업무 중 사고로 다친 환경미화원은 1958명이다.
같은 기간 골절(추락, 교통사고)과 심혈관 등 상해, 질식 등으로 숨져 산재 신청자 명단에 이름을 올린 환경미화원도 34명으로 집계됐다.

2015년에는 40대 환경미화원이 새벽 근무 중 깨진 액자를 치우다 녹슨 못에 손목이 찔려 3일 뒤 파상풍으로 숨지기도 했다. 재활용품을 수거하다 분리수거함 안에서 깨진 유리조각에 팔꿈치가 찔리거나 쓰레기를 정리하던 중 플라스틱 파편이 눈에 튀는 경우도 있었다.

현재 환경부는 폐기물관리법 시행규칙에서 생활쓰레기 처리업무 및 관련 행정처리 권한을 모두 지방자치단체에 위임하고 있다.

이에 지자체의 계약단가에 따라 안전장비가 천차만별이고 관리감독도 부실하다는 문제 제기가 끊이지 않고 있다.
일각에서는 일부 사망사고의 경우 수거차량 및 작업안전 기준을 제대로 준수하지 않아 발생한 ‘인재’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서울의 한 자치구 소속 환경미화원 정모(47)씨는 “우리도 청소차 뒤편에 위태롭게 매달려 가는 것이 위험하고 불법이라는 걸 안다”면서도 “하지만 청소차에 타고 내리기를 반복하는 상황에서 과도한 업무를 처리하기 위해서는 차량에 매달릴 수밖에 없는 현실”이라고 설명했다.

또 현장에서는 안전대책뿐 아니라 열악한 작업 환경을 개선해 달라는 목소리가 많다.
경기도내 한 지자체에서 근무하는 환경미화원 김모(41)씨는 “새벽부터 온갖 쓰레기를 수거하고 운반하면 몸에서 악취가 나는 것은 당연지사”라며 “하지만 100여명의 환경미화원들이 작업복을 씻을 세탁기는 겨우 1대뿐”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샤워시설도 형식상 존재할 뿐 실제 사용하기 힘들 정도로 문제가 많다”며 “퇴근해 집에 들어갈 때 어린 자녀를 한번도 제대로 안아주지 못했다는 동료들이 대부분”이라고 토로했다.

최근 바른정당 하태경 의원이 환경미화원들의 안전한 근무환경을 위한 ‘환경미화원 안전법’을 발의했다.

하 의원은 환경부가 각 지자체로 위임한 안전장비 지급 및 수거차량 기준을 일괄적으로 마련하고 매년 안전점검 및 실태조사를 실시하도록 하는 내용의 법안을 내놨다. 하 의원은 “앞으로 더 이상 국가가 국민을 지키지 못하는 불행한 일이 없도록 국회가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김선영 기자 007@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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