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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짝 기분 좋았을 뿐인데… 큰일 한 느낌" 정현, '금의환향'

입력 : 2018-01-28 21:37:01 수정 : 2018-01-28 21:3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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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니스 메이저 첫 4강신화/입국장 팬·취재진으로 장사진/“이번 대회 모든 순간 잊지 못할 것”/테니스 향한 국민 관심·응원 당부
호주오픈 테니스 대회 4강 신화를 작성한 정현이 28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하면서 손을 흔들며 인사하고 있다.
인천공항=연합뉴스
한국 테니스 사상 첫 메이저 대회 4강 진출 신화를 작성한 정현(22·삼성증권 후원)이 28일 금의환향했다. 이날 인천국제공항 입국장은 수백명의 팬과 수십명의 취재진으로 장사진을 이뤘다. 이를 의식한 듯 정현 역시 “호주오픈 4강에 올랐을 때는 살짝 기분이 좋았을 뿐이었는데 공항에 도착하니 큰일 하고 돌아온 것 같은 느낌”이라는 소감으로 벅찬 감정을 나타냈다.

정현은 2018 호주오픈 테니스 대회 남자 단식 3회전에서 ‘신성’ 알렉산더 즈베레프(독일), 16강전에서는 전 세계랭킹 1위 노바크 조코비치(세르비아), 8강전에서는 테니스 샌드그랜(미국)을 잇따라 무너뜨렸다. 4강전에서는 ‘테니스 황제’ 로저 페더러(스위스)를 맞아 고군분투했지만 16강전부터 생긴 물집과 피멍 통증 때문에 경기를 끝까지 치르지 못하고 2세트 기권했다.

정현의 도전은 준결승에서 멈췄지만 그가 이룬 업적은 지난 한 주 동안 국민에게 큰 행복을 안겼다. 정현은 이날 “할 수 있다는 생각은 늘 했는데 이렇게 빨리 이뤄질 줄은 생각지 못했다”며 “한국 테니스를 포함해 아시아 테니스가 저로 인해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것 같다”고 이번 대회 성과를 소개했다.

그동안 한국 테니스는 1981년 US오픈 여자 단식에서 이덕희와 2000·2007년 US오픈 남자 단식에서 이형택이 기록한 16강 진출이 메이저 대회 최고 기록이었다. 정현은 16강전 이후부터 한국 테니스 역사를 계속 새로 써나갔다. 이 때문에 정현은 이번 대회 매순간을 잊을 수 없다. 정현은 “(기억에 남는 장면을) 하나만 꼽으라면 못 꼽겠다”며 “최초 8강전 진출도 생각나고 조코비치와 2년 만에 코트에서 상대한 것도 영광이지만 그 선수를 이긴 것도 기억에 남는다. 첫 4강도 생각나고 모든 순간을 잊지 못한다”고 떠올렸다.

비록 부상 때문에 경기를 접었지만 페더러와의 준결승은 정현의 미래에 큰 디딤돌로 작용할 전망이다. 정현은 “페더러는 정말 부드럽게 경기를 했다”며 “그래서 체력적으로 덜 지치는 것 같다. 배울 점이 많다”고 치켜세웠다. 정현은 이번 대회 전 네빌 고드윈(남아공) 코치를 만나 서브 등 경기력을 개선했다. 국내 지도자와만 함께하던 정현에게 새로운 도전이었는데 결과는 탁월했다. 정현은 대회 후 고드윈 코치와 정식 계약을 했다. 정현은 “외국인 코치님과 팀을 꾸리기 전에 새로운 변화를 받아들일 수 있는지 걱정했는데 고드윈 코치님은 선입견을 깨 줬다”며 “그 덕에 코트 안팎에서 좋은 생활을 할 수 있었다”고 감사를 표했다.

대회 전까지 세계랭킹 58위이던 정현은 이제 29위까지 치솟았다. 정현은 “이렇게 빨리 한국 최고 기록을 깰 줄 몰랐다.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가고 싶다. 톱 10 진입도 욕심 난다”며 포부를 드러냈다. 그동안 한국에서 테니스는 비인기 종목으로 분류됐는데 정현의 활약으로 열풍이 불 조짐이다. 정현은 “테니스를 인기종목으로 끌어올리고 싶다”며 “2주 동안 많은 관심과 응원 느끼면서 경기했다. 한국 테니스를 위해 더 많은 응원 부탁드린다. 더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최형창 기자 calling@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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