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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오길의생물의신비] 참새의 겨울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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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8-02-01 21:19:29 수정 : 2018-02-01 21:1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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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서운 추위에도 참새 몇 마리가 필자의 글방 앞뜰에서 먹이를 찾아헤매고 있다.

참새는 한자어로 빈작(賓雀)·와작(瓦雀)·황작(黃雀)이라고 하며 주로 집 근처에서 무리를 지어 사는 참샛과의 텃새다. 참새의 특징은 머리는 짙은 갈색이고, 등은 갈색에 검은 세로줄 무늬가 나 있으며, 눈 밑 얼굴은 희고, 턱밑과 뺨은 검으며, 배는 흐린 흰색으로 땅바닥에선 늘 두 다리를 모아 폴짝폴짝 뛰어다닌다.

수컷은 암컷을 꼬드길 때 부리를 위로 추켜올리고 꽁지를 부채 모양으로 벌린 채 몸을 뒤로 굽히는 식의 구애행동을 한다. 그러다가 짝짓기를 하면 초가지붕 처마, 기와 틈새, 나무구새통 같은 곳에 둥지를 틀고 알을 낳는다. 그러면 장난꾸러기 아이들은 초여름에는 참새 알을 끄집어내 구워 먹고, 겨울에는 처마에서 잠자는 놈을 사로잡아 참새구이를 하곤 했다.

참새는 다른 새가 그렇듯 보통 때는 곡식 낱알, 풀씨, 벌레를 잡아먹지만 새끼에게는 반드시 단백질 덩어리인 벌레만 잡아 먹인다.

지금도 그렇지만 옛날에도 가을들판에서 시끌벅적 들끓는 참새 쫓기는 질릴 정도였다. 허수아비를 여기저기 세우고, 그것도 부족해 새끼줄을 논두렁 따라 치고는 구석구석에 깡통을 주렁주렁 매달아 줄을 당기고, 꽹과리를 귀가 먹을 정도로 두드리며 엄포를 놓아 쫓곤 했다. 이렇게 너무 들끓어 사람을 귀찮게 하던 참새가 확 줄어버렸다. 그건 아마 1980대 주요 번식처인 초가집이 슬래브지붕으로 바뀌고, 또 제초제와 살충제로 인해 주먹이인 벌레가 사라진 탓이다. 그래도 이제껏 쉽사리 씨가 마르지 않고 꽤 남아 있다. 모질고 끈질긴 생명력을 발휘하는 오달지고 옹골찬 참새가 가상하기도 하다.

추운 날씨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풀씨라도 있나 서성거리던 참새떼가 먹을 것을 찾아 또 어디론가 간다. 추운 겨울 밥 한 끼 먹기 힘든 건 참새도 마찬가지인가 보다.

권오길 강원대 명예교수·생물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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