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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희귀 배지! 넌 내 거야"…올림픽의 상징 '핀 트레이딩'

입력 : 2018-02-15 13:00:00 수정 : 2018-02-20 10:1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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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마주치면 배지 교환 '올림픽 핀 트레이딩 문화' / '배지'는 현지인에 대한 고마움의 표시 / 선수촌·MPC·올림픽 파크 앞 트레이딩 명소로 변모

지난 13일 강원도 강릉 선수촌 앞에서 만난 올림픽 배지 수집가 정 카이(25). 배지를 교환 하기 위해 사람들이 찾아 왔다. 안승진 기자.

“배지(핀) 교환할까요?”

지난 10일 강원도 강릉 황영조 체육관에서 남북 단일팀 경기를 응원하던 전승훈(61)씨는 옆에 있던 재일교포 한성우(31)씨 모자에 달린 배지를 보자 대뜸 ‘핀 트레이딩(배지 교환)을 청했다. 한씨도 전씨 옷에 달린 배지를 보더니 익숙한 듯 배지를 모자에서 떼 건넸다. 전씨는 “배지를 서로 교환하는 것은 올림픽 문화 중 하나”라며 “좋아하는 동계스포츠 종목 배지를 모두 모으는 게 목표”라고 옷에 달린 다양한 배지를 뽐냈다.


2018 평창동계올림픽 경기가 펼쳐지고 있는 평창·강릉 지역에서는 서로 올림픽 배지를 교환하는 이른바 ‘핀 트레이딩’을 쉽게 볼 수 있다. 외국 선수나 배지 수집가들은 올림픽 기간이면 개최지에서 현지 사람들과 서로 배지를 교환한다.

◆ 배지는 올림픽에서 만난 사람들에 대한 ‘고마움의 표시’

올림픽 관계자나 외국인 선수들은 ‘감사의 의미’로 자신의 나라나 올림픽을 상징하는 배지를 현지인에게 선물한다.

평창 진부역에서 자원봉사자를 하는 박준우(25)씨는 역에서 안내 일을 하다 토마스 바흐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에게 올림픽 배지를 받았다. 박씨가 선보인 토마스 바흐 배지는 올림픽의 상징 오륜기가 새겨져 멋스러웠다. 박씨는 “올림픽 위원들이 주는 배지로 알고 있다”며 “이 배지는 가장 아끼는 배지가 됐다”고 뿌듯해했다.
 
강원도 평창 진부역에서 자원봉사를 하는 박준우(25)씨. 박씨는 토마스 바흐 국제올림픽위원장에게 배지를 선물 받았다.안승진 기자.

평창 올림픽 플라자 내 기업 홍보관에서 일하는 김모(26)씨도 외국인을 친절하게 대했더니 배지를 받았다며 캐나다인과 스위스인에게 받은 배지를 자랑했다. 김씨는 “친해진 외국인들이 준 선물이라 개인적으로 의미가 깊다”며 “특히 스위스인에게 받은 배지는 1996년에 나온 거라 오래 간직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렇듯 감사의 의미로 배지를 받은 사연이 있지만 일부 봉사자가 외국인에게 배지를 과도하게 요구해 눈살을 찌푸린다는 제보도 전해진다.

평창동계올림픽 자원봉사자들의 커뮤니티 공간인 ‘2018평창동계올림픽대회 대신 전해드립니다’에는 외국인만 보면 배지를 요구하는 자원봉사자가 있다는 내용의 글들이 올라와 논란을 낳기도 했다.   

◆ “‘올림픽 배지’ 넌 내 거야!” 핀 트레이딩 명소가 된 선수촌 앞

외국인 관계자가 많은 MPC(메인프레스센터), 선수촌, 올림픽 파크 인근에는 올림픽 배지를 ‘교환’하려는 사람들이 모여들고 있다. 올림픽 파크 내 올림픽 후원사 ‘코카콜라’는 ‘핀 트레이딩 센터’를 만들어 올림픽 배지를 교환하는 장을 만들 정도다.

지난 13일 만난 중국 출신 배지 수집가 정 카이(25)는 강릉 선수촌 앞에 앉아 자신이 모은 700여개의 배지를 펼쳐보였다. 그는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배지 원하세요?”라고 물으며 평창올림픽 배지를 수집하기 위해 노력했다. 카이는 “2014년부터 취미로 올림픽 배지를 모아왔다”면서 “특별한 이유는 없다”며 웃었다. 이어 그는 베이징 올림픽에서 구입한 대형 배지를 가리키며 “내가 가진 배지 중 최고”라고 엄지를 세웠다.
 
다양한 모양의 올림픽 배지들. 출처=페이스북

지난해부터 배지를 모으기 시작했다는 미국인 수집가 밥(59)도 “배지를 하루에 25개정도 교환하는 것 같다”면서 “취미로 모든 국가의 올림픽 기념 배지를 모으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우크라이나에서 평창을 찾은 유진(30)은 “서로 배지를 바꾸는 것은 외국 사람과 ‘교류’한다는 의미”라며 배지 교환의 이유를 밝혔다.

평창동계올림픽 기념품을 판매하는 ‘슈퍼 스토어’에서도 평창올림픽을 기념하는 배지를 구매하려는 사람들로 장사진을 이루고 있다. 슈퍼 스토어에서는 기념 배지 하나당 5000원에서 9000원 사이로 판매하는데, 사람들은 이곳에서 배지를 구입한 뒤 외국인이 가진 배지들과 교환하고 있었다.

선수촌 자원봉사자 최태식(20)씨는 “슈퍼 스토어에서 산 배지나 외국인에게 받은 배지를 수집가들과 교환하고 있다”면서 “올림픽 파크의 핀 트레이딩 센터에 있는 수집가 들은 깐깐해 배지를 잘 교환해주지 않는 반면 선수촌 앞 수집가들이 예쁜 배지를 많이 갖고 있고 교환도 잘 해주는 편”이라고 전했다.

평창 올림픽 플라자에서 봉사하는 이엄지(24)씨는 “외국인과 눈을 마주치는 게 일종의 교환의 신호”라고 설명했다. 그녀는 “버스정류장에 앉아있던 한 폴란드인과 눈을 마주지자 그가 다가와 배지를 교환해가더라”라며 지난 경험을 전했다.


평창·강릉= 안승진 기자 prodo@segye.com
영상= 이우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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