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쿠조노 히데키(奧園秀樹·54·사진) 시즈오카 현립대 교수(국제관계학)는 23일 세계일보와 인터뷰에서 오는 27일 열리는 남북정상회담 때 반드시 성과를 거둬야 할 사안을 꼽아 달라는 질문에 이같이 대답했다. 그는 일본 NHK와 아사히신문에서 기자로 활약한 언론인 출신이며, 한국의 동서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친 경험도 있는 일본 내 대표적인 한반도 문제 전문가다.
그는 국제사회와 거리를 두던 북한이 갑작스럽게 대화 공세에 나선 데 대해 “북한이 지난해 핵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실험에 성공한 뒤 국가 핵 무력 완성을 선언했다”며 “그 전까지 국제 교섭은 북한이 일방적으로 핵 포기를 요구받았지만 이제는 북한이 미국과 대등한 입장에서 체제 보장을 위한 교섭을 할 수 있게 됐다고 판단한 것 같다”는 견해를 밝혔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강력한 제재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핵 개발과 경제 재건이라는 ‘병진 노선’ 추진이 한계에 부딪혔고, 이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미국과 대화하는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는 얘기다.
북한과 일본의 대화는 국내 문제로 흔들리고 있는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에게 위기 탈출을 위한 매력적인 카드이지만,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입장에서 봤을 때 북·일관계 개선은 큰 의미가 없다는 게 오쿠조노 교수의 분석이다. 하지만 경제 재건을 위해서는 거액의 경제협력을 받을 수 있는 상대가 일본뿐이기 때문에 장기적으로는 북한이 일본을 필요로 할 것으로 관측했다.
최근 북한은 핵실험 동결 조치를 공식 발표했지만, 아직 핵을 포기한다는 메시지는 나오지 않고 있다. 이와 관련해 오쿠조노 교수는 한반도의 상황을 고려할 때 북한의 핵 포기도 가능하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그는 “서울이 군사분계선에서 가까워 이곳에 사는 미국인을 포함한 대규모 인명 피해 등 막대한 손실이 발생하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미국의 군사 옵션은 불가능하다는 미국 내 분석이 많다”며 “그렇다면 핵이 없어도 북한이 체제 보장을 받을 수 있지 않을까. 만약 북한이 이런 판단을 하게 된다면 비핵화 결정도 가능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도쿄=우상규 특파원 skwo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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