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동 감독은 24일 서울 CGV에서 열린 영화 ‘버닝’ 제작보고회에서 배우 전종서를 캐스팅할 당시의 느낌을 이같이 설명했다. 이날 이 감독은 전종서에 대한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전종서는 이 감독의 세번째 칸국제영화제 경쟁부문 진출작 ‘버닝’에서 유아인, 스티븐 연과 함께 주연했다. 이전에는 연기 경험이 전혀 없었다. ‘오아시스’(2002)를 통해 문소리를 발굴해내고, ‘밀양’(2007)으로 전도연에게 칸영화제 여우주연상을 안긴 이창동 감독이기에 8년 만의 신작 여주인공 캐스팅에 많은 관심이 모였다.
여주인공은 순수하고 신비로운 매력을 풍기는 동시에 파격적인 노출신을 소화해야 했다. 이 감독은 “시나리오 속 해미를 진짜로 만들 배우”를 찾기 위해 수개월 동안 오디션을 진행했다. 출연 협의 중이던 다른 배우가 있었고 여러 배우를 놓고 고심 중인 상황에서 전종서가 나타나자 이창동 감독이 곧 바로 그를 낙점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종서씨를 본 순간 ‘이 사람은 지금까지 한국영화에서 볼 수 없었던 배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용모는 물론 감성이나 내면에서 느껴지는 것들이요. 그리고 해미라는 인물이 그러하듯 전종서씨도 속을 알 수 없는 모습이 제게 보였고, 그런 점에서 이 사람밖에 없다는 강한 확신을 가졌습니다. 누구라도 전종서씨를 처음 만나면 그런 느낌을 가질 겁니다.”
1994년생인 전종서는 세종대 영화예술학과 휴학 중이라는 것 말고는 알려진 것이 거의 없다. 파격적인 데뷔작으로 칸영화제에 진출한다는 점에서 ‘제2의 김태리’라는 수식어가 붙었다. 김태리는 1500대 1의 경쟁을 뚫고 박찬욱 감독의 ‘아가씨’(2016) 주연을 따내 칸 레드카펫을 밟고 데뷔했다. 신인답지 않은 연기력으로 호평을 받으며 이후 ‘1987’, ‘리틀포레스트’ 등을 통해 독보적 분위기를 지닌 여배우로 자리매김 중이다.
전종서는 이날 제작보고회에 참석해 처음으로 대중 앞에 섰다. 쏟아지는 플래시 세례가 익숙지 않은듯 얼굴을 가리거나 자주 두리번거렸다. 전종서의 소속사 마이컴퍼니 관계자는 “전종서가 전날 잠을 제대로 이루지 못했다”며 “평소 모습과 다르게 굉장히 긴장했던 것 같다”고 전했다.
이날 전종서는 ‘버닝’에 참여한 데 대해 “이미 촬영이 진행되는 중에 영화에 합류하게 돼 정신없이 작업했지만 배운 게 너무나 많은 현장이었다”며 “행운이라 생각하며 작품에 임했다”고 밝혔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 ‘헛간을 태우다’를 원작으로 하는 ‘버닝’은 유통업계에 종사하는 종수(유아인)가 어릴 적 친구 해미를 만나 의문의 남자 벤(스티븐 연)을 소개받으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5월 8∼19일 열리는 프랑스 칸국제영화제에서 최초 공개되며 국내에는 17일 개봉한다.
김희원 기자 azahoit@segye.com
사진=CGV아트하우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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