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능을 상실한 빗물받이 / 담배꽁초·음식물 쓰레기·악취까지 / 기습 폭우…고무판으로 덮여 있는 빗물받이 / 고무 덮개 위 각종 생활 쓰레기로 가득 / 부실한 배수시설 관리…지하 주택 등 침수피해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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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부지방 기습폭우 서울 등 수도권 지역에 폭우가 쏟아진 16일 서울 중구 한 재래시장 빗물받이는 담배꽁초 등 쓰레기로 꽉 막혀 비가 그친 후에도 빗물이 빠지지 않고 고여 있었다. |
16일 게릴라성 폭우로 도로침수 등 일부 지역서 피해 발생했다. 중부지방에 걸쳐 시간당 30mm에 달하는 폭우가 쏟아지면서 수도권 곳곳의 침수피해가 잇따랐다. 이날 오후 6시까지 일 강수량은 서울 43.5㎜, 인천 26.9㎜, 파주 51.8㎜, 동두천 37.3㎜, 수원 28.3㎜ 등이다. 서울의 경우 정오부터 오후 1시 사이 많은 비가 쏟아졌다. 1시간 동안 내린 비는 35.0㎜로, 오후 6시까지 18시간 동안 내린 강수량(43.5㎜)의 80.5% 수준이다.
기습폭우가 내린 후 서울 중구 한 재래시장 찾았다. 시장을 찾은 이 모(63) 씨는 나무판으로 덮여 있는 빗물받이를 가리키며 “저러다 물난리 나면 누가 책임지느냐”라면 혀끝을 찾다.
이날 중구·종로구·용산구 일대의 빗물받이 100여 개를 살펴본 결과, 기능을 상실한 빗물받이가 널려 있었다. 기습 폭우에 음식 찌꺼기, 일회용 컵, 전단지 등이 빗물에 축축하게 뒤엉켜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한 상가 앞 빗물받이는 쓰레기 더미와 함께 담배꽁초로 막혀 그 위로 빗물이 넘쳐흐르고 있었다. 빗물받이 주변과 속을 들여다보니 한눈에 봐도 각종 담배꽁초와 음식물 찌꺼기 검은 때로 잔뜩 들어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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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부지방 기습폭우 서울 등 수도권 지역에 폭우가 쏟아진 16일 서울 중구 한 재래시장 빗물받이는 담배꽁초 등 쓰레기로 꽉 막혀 비가 그친 후에도 빗물이 빠지지 않고 고여 있었다. |
각종 스티로폼 박스, 쓰레기 등은 빗물받이 위로 쌓여 빗물이 흐를 수 없게 만들었다. 상가 입구는 마 관상 흉하고 악취가 심하게 나다 보니 인근 상인과 주민들이 고무판이나 장판으로 덮어 놓는다는 것이다. 기습 폭우 등 많은 비가 내리면 도로를 타고 빗물받이를 흘러들어 물이 도로 아래 묻힌 하수관으로 빠져나가야 한다. 하지만 상가 입구나 골목 곳곳에는 고무판이나 집에서 쓰던 장판으로 덮은 곳이 부지기수다.
단속과 관리 부족으로 침수가 우려되는 상황. 각종 쓰레기로 하수관이 막힌다면 많은 비에 역류할 수밖에 없다. 빗물받이에 쌓여 있던 담배꽁초와 생활 쓰레기, 음식물 쓰레기 등이 제 기능을 상실한 채 빗물과 함께 역류할 수 있다.
재래시장을 찾은 김 씨는 “비가 많이 내리면 배수가 제대로 안 돼 걱정이다”며 “보이는 배수구마다 쓰레기로 막혀 있거나 고무판으로 덮여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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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부지방 기습폭우 서울 등 수도권 지역에 폭우가 쏟아진 16일 서울 중구 한 재래시장 빗물받이는 담배꽁초 등 쓰레기로 꽉 막혀 비가 그친 후에도 빗물이 빠지지 않고 고여 있었다. |
빗물받이 등 배수시설의 미흡한 관리로 빗물이 땅속에 스며들면 지반이 약한 곳은 가라앉거나 쉽게 무너질 수 있다. 기습 폭우나 집중호우 때 부실한 배수시설 관리가 지하 주택 등 침수피해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국립재난안전연구원 실험 결과에서도 빗물받이가 제 기능을 못 할 경우 얼마나 위험해질 수 있는지 확인됐다. 침수 수심이 평소보다 1.4∼2.3배 깊어지고 보도블록 높이(19㎝)까지 침수되는 속도가 2배나 빨라진 것이다.
2010년과 2011년 시간당 100㎜가량 쏟아진 비로 광화문과 강남역 일대 등 도심 곳곳에서 침수피해가 잇따랐을 때도 빗물 역류가 주요 원인 중 하나였다. 서울시는 각 지자체에 장마에 대비해 4, 5월쯤 대대적인 빗물받이 관리를 지시하지만 쓰레기가 금세 다시 차오른다고 하소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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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부지방 기습폭우 서울 등 수도권 지역에 폭우가 쏟아진 16일 서울 용산구 빗물받이. 각종 담배꽁초와 오물로 빗물받이가 막혀있다. |
서울시 하천관리과 관계자는 “기습 폭우에 16일 오전부터 각 자치구에 풍수대비 정비 시지를 내린 상태다. 빗물받이에 덮개가 있을 경우 이를 제거하고, 신속 정비 지시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4월 부터 빗물받이 위에 덮여 있는 고무판이나 각종 나무판, 쓰레기 등을 제거해 달라는 홍보를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빗물받이만 서울에만 약 47만 5,000개. 서울시는 약 40만개의 빗물받이 청소를 위해 2013년 64억 7,900만원, 2014년 57억 9,400만원, 2015년 78억 1,200만원, 2016년 73억 2,900만원, 2017년 79억 9,00만원의 예산을 편성했다.
지자체에서 빗물받이를 관리 하고 있지만, 인력의 한계와 민원이 접수된 곳만 출동하는 식으로 업무가 이뤄지는 상태다. 근본적으로 문제를 해결하기에는 역부족. 시민의식이 자리 잡지 않는 한 밑 빠진 독에 불 붓기일 수밖에 없다.
글·사진=김경호 기자 stillcut@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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