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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옥수수, 단순한 농작물이 아니라고? [김현주의 일상 톡톡]

입력 : 2018-09-25 05:00:00 수정 : 2018-09-25 08:0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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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스마트농업 탐방기 (5)
미국 옥수수와 대두는 농작물이 아닌 사실상 산업작물이라는 의견이 주를 이루고 있습니다. 특히 옥수수 1부쉘(bushel·곡물이나 과일의 중량 단위로 8갤런에 해당하는 양)로 만들 수 있는 것이 매우 다양해 가히 '효자작물'이라 할만합니다.

과학기술의 비약적인 발전과 농가 및 정부의 피땀어린 노력 덕분에 미국 옥수수 생산성은 비약적으로 향상됐습니다. 지난 80년 사이 10배 가량 높아졌다는 통계도 있습니다. 그렇다보니 옥수수 재고가 문제 아닌 문제가 되고 있는 실정입니다.

2008년 세계 식량위기, 생물연료 정책 등의 요인으로 한때 옥수수 가격이 치솟으면서 다수의 농가에서 너도나도 옥수수를 재배했던 시절이 있었으나 현재 여러 이유로 예전과 같진 않은 모습입니다.

일각에서는 향후 중국이 미국만큼 옥수수를 생산하게 될 경우 옥수수 최대 생산국은 중국이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습니다. 중국은 아직도 자국에서 소비하는 작물을 생산하기에도 바쁘지만, 미국은 상황이 다릅니다. 상당히 많은 옥수수가 남아 수출하고 있으며, 그래도 남을 경우 무상 원조를 하기도 합니다.

우리나라는 세계 4위 옥수수 수입국입니다. 하지만 3위가 유럽연합(EU)이라 사실상 세계 3위 수입국인 셈입니다. 우린 주로 옥수수를 곡물사료로 쓰는데, 축산업이 발달할수록 그 의존도가 높아질 수 밖에 없습니다.

식량 안보라는 말이 나올만큼 미 정부 입장에서 한국과 미국의 농산물시장은 군사 동맹 못지 않게 매우 중요한 사안입니다. 미국의 옥수수 산업에 대해 다각도로 살펴봤습니다.

미국 중서부 지역은 기후 및 지리학 측면에서 옥수수 재배에 매우 유리하다. 실제 이 지역은 전세계 옥수수 생산량의 43%를 차지하고 있다.

상업화되고 기계화 된 양식으로 옥수수를 생산할 수 있게 되면서 미국은 옥수수를 전보다 비교적 쉽게 경작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최근 미·중 무역마찰이 빚어지면서 과잉 생산된 옥수수 소비 및 수출 이슈 때문에 미국은 골머리를 앓고 있다.

◆"아이스크림, 콜라, 스테이크…옥수수와 무슨 관련?"

감자튀김, 아이스크림, 콜라, 스테이크 등의 생산에 공통적으로 사용되는 작물은 뜻밖에도 옥수수다.

옥수수기름(옥배유)은 감자 튀김에 사용된다. 콜라와 아이스크림에는 고과당 옥수수 시럽(High Fructose Corn Syrup·HFCS)이 들어 있는데, 이는 거의 모든 가공식품에 첨가된다.

가격도 사탕 수수에서 나오는 설탕보다 6배 정도 저렴하다. HFCS 과다 섭취는 비만, 당뇨병 및 기타 성인병으로 이어질 수 있으며 특히 간(肝)에 좋지 않다.

소고기 스테이크도 옥수수와 관련이 깊다. 최근 미국 내 옥수수가 대량 생산됨에 따라 사료 옥수수가 가축 사육에서 사초 풀과 대체됐다.

옥수수는 젖소가 풀을 먹인 것보다 최대 2배 빠른 속도로 자랄 수 있게 한다. 하지만 젖소가 전분이 많고 섬유질이 적은 옥수수를 섭취하면 위가 제대로 기능하지 않는다.

이밖에도 대부분의 식품엔 미국 옥수수를 원료로 하는 성분이 들어 있다.

미국은 현재 옥수수 생산에서 전세계 1위를 차지하고 있다. 각종 통계 자료에 따르면 미국은 매년 3억5000만t을 생산한다.

최근 안전성 논란을 빚기도 한 유전자 변형 생물체(Genetically Modified Organism·GMO) 기술은 미국 내 옥수수는 생산량을 높이는 데 크게 기여했다는 평가다.

GMO 옥수수를 바라보는 우려의 시선도 적지않다. 미국 내 옥수수 농장의 85%가 GMO 작물을 재배한다. 이들 작물은 경제적 효과는 있으나, 아직까지도 인체 내 안전성에 대한 지속적인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일각에선 GMO는 인류 식량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발명된 게 아닌 특정 기업 이익을 위해 발명된 것이라고 주장한다. 과거 미국의 한 다국적 종자회사가 제초제인 '라운드업(Roundup)'을 판매하기 위해 개발한 것이며, 기존 종자에 비해 총 생산량이 증가하지 않을 것이라고 부연한다.

◆美 농업 빈부격차 점점 커져

미국 정부는 농가에 매년 162억 달러의 보조금을 지급한다.

농업 보조금 가운데 쌀이 70%로 가장 많고 뒤이어 원면 44%, 옥수수 42%, 콩 28% 순이다. 농업 인구의 10%가 보조금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다.

다른 산업군처럼 농업 분야에서도 빈부 격차가 점점 커지고 있다.

이 보조금은 농업 패턴을 변화시켰다. 중소 규모 농장이 무너지고, 농업 대기업 위주로 재편됐다. 200만여 명의 독립적인 농민들이 임금근로자로 바뀌었다.

옥수수는 미국의 광대한 농지에서 생산되며 바이오 에탄올, 가공식품, 가축 사료 및 음료와 같은 다양한 제품에 사용된다.

그렇다보니 옥수수는 미국의 생활방식 뿐만 아니라 정치적 및 경제적 문제와도 관련이 깊어 단순 농작물로만 봐선 안 된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옥수수, 정치·경제 이슈와 함께 종합적으로 바라봐야

플라스틱 병을 집을 때에 이들의 화학성분이나 제조과정을 생각하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그렇지만 아이오와 옥수수생산 촉진협회(Iowa Corn Promotion Board·ICPB)의 선택을 받은 농부와 과학자 그룹은 옥수수 산업계의 미래를 발전시킬 친환경 바이오플라스틱 성분을 만들어내기 위하여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한국바이오안전성정보센터(KBCH) '바이오화학산업동향(TWB)'에 따르면, ICPB는 조합 기금을 옥수수에서 다른 수요를 만들어내는 연구에 지원했다. 그 결과 ICPB는 바이오플라스틱을 만드는데 이용되는 원료인 모노에틸렌 글라이콜(monoethylene glycol·MEG)을 옥수수에서 산업 규모로 생산하는 독점 기술에 대한 특허를 보유하게 됐다.

미국 옥수수 재배자 협회(National Corn Growers Association·NCGA)가 개시한 시장 수요가 큰 지속가능 화학물질 생산의 재생가능 원료로 옥수수를 이용하는 새롭고 혁신적인 기술을 찾기 위한 글로벌 경쟁 대회인 Consider Corn Challenge에서 ICPB의 특허 공정이 첫번째 수상자로 선정되는 명예를 안았다.

아이오와 옥수수 연구 및 사업 개발 위원회 피트 브레히트(Pete Brecht) 회장은 "더 많은 제조자들이 높은 효율의 친환경 재료에서 자신들의 제품을 생산하면서도 화석 연료 의존을 줄이려 하기 때문에 ICBP의 옥수수 기반 MEG는 시장의 큰 수요를 충족시킬 잠재력을 보유하고 있다"며 "바이오 기반 재료를 위한 제조 공정을 개선시킨 이 새로운 방법은 재생가능 제품 시장을 계속 확대시켜 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경쟁제품에 비해 높은 수율을 보여주는 옥수수 기반 MEG 새로운 바이오 기반 공정은 기존의 바이오 기반 MEG 대비 폐기물 발생이 적은 장점도 있다"며 "이 재생가능 재료로의 전환은 미국 석유 수입 의존도를 낮추고, 수백 종의 소비자 제품 환경 발자국을 향상시키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MEG는 부동액, 플라스틱 음료수 병, 폴리에스터 섬유 등의 제조에 이용되는 산업 화학물질이다. MEG는 병과 폴리에스터의 약 30%를 차지하고 있다.

2016년 620억 파운드의 MEG가 판매되었으며, 매년 MEG의 전세계 수요는 4%씩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 4%를 옥수수 기반 MEG가 충당한다면 옥수수에 대해서 매년 9400만 부쉘의 추가 수요가 발생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브레히트 회장은 "옥수수 기반 바이오 MEG 생산 효율을 향상시키는 특허 기술은 지역 작물을 이용하는 석유 기반 에틸렌 유도체 수요를 줄이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며 "화석 연료 수요와 의존을 줄일 뿐만 아니라 옥수수를 재배할 때 대기에서 이산화탄소를 섭취함으로써 환경보호에도 기여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같은 전략은 옥수수와 관련한 신제품의 상업화를 늘리고, 옥수수 농부들에게 새로운 기회를 만들어줄 것으로 기대된다.

아이오와=글·사진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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