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을 떠나면 현지 분위기에 조금이라도 더 녹아들고 싶어진다. 겉모습만 보고 ‘인증샷’만 찍고 오는 것은 ‘반쪽짜리 여행’처럼 느껴진다. 해설사의 설명이라도 듣게 되면 그래도 멀리 여행 온 보람이 느껴진다. 여기에 여행지에 사는 주민들의 옛 추억까지 녹아든다면 여행의 만족감은 배가된다. 인터넷에 많이 나오는, 뻔히 알 만한 여행지의 모습 말고 좀 더 깊은 현지의 모습을 느끼려면, 주민들이 직접 운영하는 ‘관광 두레’ 프로그램을 이용하면 된다. 2013년에 시작한 관광 두레 사업은 2018년 현재 49개 지역에서 160여개 주민 사업체가 지역 고유의 특색을 살린 관광사업이다. 여행자는 여행지에서 색다른 경험을 하게 되고, 주민들은 관광으로 일자리를 얻는 1석2조 효과도 있다. 한국관광공사는 주민들이 직접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관광 두레 사업 여행지를 소개했다.
가평 경기도잣향기푸른숲 탐방로 |
가평 주민이 만든 ‘가평주민여행사 가치가’(가치가)의 모토는 ‘같이하는 가치 여행’이다. 지속 가능한 가평의 여행 문화를 만들어가기 위해서다. ‘가치가’는 이 계절 가평에서 가장 먼저 찾아야 할 곳으로 잣나무 숲을 추천한다. 축령산과 서리산 일대에 우리나라 최대 규모 잣나무 숲이 있다. 이곳에 자리 잡은 경기도잣향기푸른숲(잣향기푸른숲)은 산림 치유 프로그램과 숲 체험을 즐길 수 있는 산림 휴양 공간이다. 해발 450~600m에 위치한 잣향기푸른숲은 수령 80년이 넘는 잣나무가 숲을 이룬 곳이다. 미끈하게 뻗은 잣나무가 하늘을 가릴 정도로 울창해 여름 햇볕도 이곳에서는 힘을 못 쓴다.
가평 월사집 목판 탁본 체험하기 |
춘천 쟁강협동조합의 자전거투어 |
강원 춘천에는 게스트하우스 공동체 쟁강협동조합이 있다. ‘쟁강’이라는 이름은 자양강에서 유래했다. 춘천댐이 생기기 전 이곳 주민은 북한강을 자양강이라 불렀고, 쟁강이 됐다. 쟁강협동조합에서는 자전거 투어, 일출 카누 투어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쟁강협동조합을 구성하는 게스트하우스 중 ‘나비야’는 춘천 최초의 게스트하우스다. 한옥의 기둥과 서까래, 주춧돌, 문짝 등을 다듬고 깎아 만들었다. 주인장이 20년 가까이 문화관광해설사로 일해, 춘천에 대한 이야기를 듣기도 좋다. 이웃한
폐교를 리모델링한 여수 캠핑장. |
전남 여수 금오도캠핑장은 캠핑과 해양 레저를 동시에 즐길 수 있다. 대유마을과 소유마을 주민이 만든 섬마을 공동체 금오도버들인이 운영한다. 섬 모양이 자라를 닮았다고 ‘자라 오(鰲)’자를 써서 금오도(金鰲島)라 했다. 최근 아름다운 바다를 조망하며 걷는 ‘비렁길’이 널리 알려지면서 탐방객이 부쩍 늘었다.
경남 남해 두모마을은 남해가 간직한 소박한 체험 마을이다. 비탈진 샛길을 내려서면 다랑논 너머 녹색과 감색 지붕을 이고 있는 아담한 바닷가 마을이 모습을 드러낸다. 마을 뒤편으로 한려해상국립공원에 속한 금산봉우리가 드리워지고, 포구 건너편은 서포 김만중의 유배지인 노도가 가깝다.
두모마을의 관광 두레 체험은 잔잔한 해변을 중심으로 펼쳐진다. 두모마을의 옛 이름은 드므개마을이다. ‘드므’는 예전 궁궐에서 쓰던 물 항아리로, 마을 앞 바닷가가 큰 항아리처럼 움푹 들어간 모양이다. 마을에서 인기 있는 체험은 초보자도 쉽게 도전하는 바다 카약이다. 파도가 잔잔한 두모마을 앞바다에서 노를 저어도 좋고, 노도 인근까지 다가갈 수도 있다. 포구 옆 바다에서는 스노클링을 즐길 수 있다. 한려해상국립공원에 속한 앵강만의 두모마을 일대는 바닷속 풍경이 매력적이다. 물안경을 쓰고 바닷속에 코를 박으면 물고기들이 움직이는 광경이 선명하게 다가선다.
흥미진진한 해변을 벗어나면 한적한 마을 길이 이어진다. 골목 곳곳에는 두모마을을 알리는 익살스러운 벽화가 있다. 두모마을 해변 주변으로 캠핑장이 있다. 별이 내리면 바다는 한낮의 분주함과 또 다른 템포로 파도 소리를 들려준다.
이귀전 기자 frei5922@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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