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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동열 야구대표팀 감독이 4일 서울 강남구 야구회관에서 기자회견 도중 침통한 표정을 짓고 있다. 뉴시스 |
선 감독의 해명에도 야구팬들의 따가운 시선은 그치지 않고 있다. 선 감독은 지난 4일 서울 강남구 야구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선수 선발 과정에 대한 논란에 직접 입을 열었다. 금메달 획득에도 병역특례 논란이 계속 불거지면서 ‘청탁금지법 위반 신고’가 들어가고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서 국정감사 증인으로 채택하자 보다 못해 언론 앞에 섰다.
선 감독은 “지나친 신중함이 오히려 많은 의문을 갖게 만들었다”며 “국가대표 선수 선발 과정에서 그 어떤 청탁도, 불법행위도 없었다. 저와 국가대표 야구팀에 대한 근거 없는 비방과 억측, 명예훼손은 자제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국가대표 감독으로서의 명예 또한 존중되기를 희망한다. 대표선수 선발 과정은 공정했다”며 “코칭스태프와 치열한 토론을 거쳤다. 통계, 기록 등 여러 지표를 살폈고 결과를 바탕으로 감독인 내가 최종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선수선발권은 감독에 있고 금메달로 결과 내”
단체 종목에서 선수선발은 전적으로 감독 권한이다. 축구와 농구도 마찬가지다. 이 때문에 농구대표팀에서도 허재 감독이 두 아들을 모두 대표팀에 불러 논란이 일기도 했다. 농구는 금메달을 따지 못해 병역면제 혜택이 날아간데다 감독이 물러나 일단락됐다. 23세 이하 축구대표팀 김학범 감독은 황의조 선발 당시 ‘인맥축구’ 논란이 있었지만 “결과로 증명하겠다”고 했고, 황의조는 그 믿음에 보답해 폭풍 득점으로 재평가 받았다.
그러나 야구는 금메달을 따내서 미필이었던 선수 모두 병역면제 혜택을 받았고 선 감독 역시 그대로 자리를 지키며 2020년 도쿄올림픽을 준비중이다. 당시 논란의 중심에 있던 선수들은 아시안게임에서 그다지 눈에 띄지 않았다.
선 감독은 국회에 보낸 의견서에 “판사는 판결로 말해야 한다고들 한다”며 “국가대표 야구감독이라면 그라운드에서 경기를 통해야 하고, 결과로 책임을 증명해 보여야 한다”고 했다. 이어 “아시안게임 과정에서 여러 논란이 있었습니다만, 저와 국가대표 야구팀은 최종적으로 일본을 이겼고, 국민 여러분께 금메달과 함께 즐거움을 선사해드린 데에 대해 자부심을 느끼고 있다”고 적었다.
◆호통 국감으로 끝날까
선 감독 말대로 야구대표팀은 금메달을 따냈다. 선수 선발 논란 속에도 최고의 성적을 거두었다. 그런데 국감 증인으로는 왜 채택됐을까. 이번 국감에 선 감독은 여야를 막론하고 증인으로 신청됐다. 여당과 일부 야당에서 이번 사태를 심각하게 보고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야당 한 관계자는 “국민적 의혹이 있는데 명쾌하게 해명이 되지 않았다”며 “국민적 시각에서 국회가 물어보는 것은 타당하고 바람직한 사안이라고 판단해 증인으로 신청했다”고 설명했다. 더불어민주당 문체위 관계자 역시 “국민 공분을 일으켰으니 이런 일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을 차원에서라도 한 번 국감에 부를 필요는 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국감에서 밝혀낼 수 있는 건 극히 제한적이다. 일각의 의혹처럼 특정 구단 관계자의 미필 선수 선발관련 청탁이 있었다면 이를 증명해낼 만한 녹취록이나 문자메시지 같은 명백한 증거가 있어야한다. 그러나 현재까지 드러난 건 없다. 문체위 각 의원실에도 이와 같은 제보는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때문에 전형적인 ‘망신주기식 호통 국감’으로 끝나지 않을까하는 우려도 제기된다. 호통 국감이란 증인이 논리적으로 반박하다 말문이 막히면 의원들이 “사퇴하세요!”라고 외치며 마무리하는 것을 말한다.
그렇다면, 정말 국감에 선 감독을 왜 불러냈을까. 일각에서는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 이후 큰 이슈가 없는 문체위 국감에 이만큼 관심 받을 이슈도 없다는 말이 나온다. 20대 국회에 교육문화체육관광위로 시작했다가 후반기에 교육과 분리돼 문화체육관광위로 바뀌었는데 이전보다 중량감이 떨어지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선 감독 증인 채택만으로 단숨에 이슈화됐고 23일 국감 때 수많은 카메라가 몰릴 것으로 보인다.
◆실체적 진실 못 드러내도 구조적 문제 따져봐야
병역 특례 관련 실체적 진실을 드러내지 못하더라도 국감에서 구조적 문제는 한 번 따져봐야 한다. 다른 대표팀과 달리 야구는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가 아니라 한국야구위원회(KBO)에서 관장한다. 대한민국 최고 인기 스포츠인 프로야구 위상과 달리 야구소프트볼협회는 재정 등에서 열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성인대표팀의 경우 대부분 프로야구 선수들이어서 상대적으로 형편이 나은 KBO가 맡게 됐다. KBO가 직접 나서면서 대표팀에 부정보다는 긍정적인 요소가 많았다. 프로선수들로 구성됐음에도 협회의 열악한 재정에 극소수 지원스태프로 아시안게임에 나선 3대3 농구대표팀의 사례를 볼 때 야구처럼 연맹이 나서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된다.
하지만 KBO는 구단들의 모임이다. 이 구단들은 대부분 주요 대기업으로 구성됐다. 각 구단의 지분이 조금씩 있다는 얘기다. 이 때문에 구단들의 입김이 조금이라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선수 선발 등에 있어서 직접적인 청탁이 없더라도 선 감독으로서는 현역 입대를 불사하더라도 대표팀에 뽑혀 면제를 받고자하는 오지환(LG), 박해민(삼성)이 신경쓰일 수밖에 없다.
이런 문제를 포함해 앞으로 국제대회에서 아마추어 선수 선발 등에 관련된 내용도 국감에서 다뤄진다. 민주당 문체위 간사인 손혜원 의원실 관계자는 “아시안게임에서 아마추어 선수들이 한 명도 선발되지 않았는데 이와 관련한 내용을 묻고자 야구소프트볼협회 양해영 부회장도 국감 증인으로 채택했다”고 말했다.
최형창 기자 calling@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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