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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전문가 “北 풍계리 사찰 허용, 같은 차 또 파는 것” 혹평

입력 : 2018-10-09 19:10:35 수정 : 2018-10-09 19:1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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폼페이오 4차 방북 성과 놓고 회의적 평가 쏟아져 / “지난 5월 폭파했는데 또 사찰단 제시 / 새로운 돌파구 위장한 낡은 양보일 뿐 / 풍계리 수차례 핵실험… 수명 다한 곳 / 막후 진전 없었다는 관리들 얘기 들어 / 성과 여부 불분명… 알려진 것 보면 미미” / 일각 “北·美 정상회담용 성과 남겼을 수도 / 최근 몇개월간 北·美 밀당 승자는 김정은”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의 4차 방북에 대해 미 언론과 전직 관리들은 대체로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북한이 ‘풍계리 핵실험장 사찰’을 허용하겠다고 했지만, 이미 ‘폭파 퍼포먼스’까지 마친 풍계리에 대한 사찰은 큰 의미가 없다는 것이다. 일각에선 2차 북·미 정상회담에서 두 지도자가 발표할 성과를 남겨뒀을 것이라는 추측도 있지만, 너무나 짧은 이번 방북에서 ‘물밑 협상’은 없었을 것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북한이 다른 분야에서 진전을 이룰 수 있도록 시간을 벌고 있다는 관측도 나왔다. 반면, 비핵화 협상을 재가동시켰다는 점에서 ‘빈손 방북’ 논란을 부른 3차 때보다는 성과가 있었다는 평가도 있다.

7일 평양에서 폼페이오 장관이 김정은과 회동장을 향해 함께 걷는 모습으로, 김정은 왼쪽 뒤로 보이는 인물이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앤드리아 버거 미들버리 국제학연구소 선임연구원은 풍계리 사찰에 대해 “같은 차를 또 파는 것”이라고 혹평했다고 미 NBC방송이 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풍계리 핵실험장은 지난 5월 취재진이 참관한 상황에서 폭파됐는데, 5개월 뒤 이곳에 사찰단을 들이겠다고 밝히는 것은 “새 돌파구로 위장한 낡은 양보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카네기 국제평화재단 핵정책 프로그램의 공동 책임자인 제임스 액턴은 풍계리 사찰단 허용 조치에 대해 “조크(joke)와 순전한 홍보(pure PR)”라고 지칭했다고 NBC는 전했다.

데이비드 맥스웰 미국 민주주의수호재단 선임연구원은 “폼페이오 장관의 4차 방북은 너무 짧았다”면서 북·미 정상회담을 위한 ‘준비작업’으로 평가했다고 미국의소리(VOA) 방송이 전했다. 3차 때와 달리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오찬을 함께 한 것은 ‘긍정적 논의’가 이어진 것으로 보이지만, 비핵화 조치와 관련한 세부 사안에 대해서는 의문이 남는다고 그는 덧붙였다.

“북한과 진전을 이뤘다”는 폼페이오 장관의 발언에 대해서도 냉정한 평가가 이어졌다. 헤리티지재단의 브루스 클링너 선임연구원은 CNN 방송에서 “미 정부 관리들로부터 북한과 막후에서 어떤 돌파구나 진전이 없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며 “북한과 협상에서 현재 보이는 것 외에 뒤에서 이뤄지는 진전은 없다”고 주장했다. 애틀랜틱카운슬의 로버트 매닝 선임연구원도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 후 기자회견 내용은 북한과 진전을 이루고 있다는 모호한 언급만 있었을 뿐 북한의 확고한 움직임을 확인한 계기는 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평양을 방문한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7일 오찬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이야기를 듣고 있다. 연합뉴스
풍계리 자체가 4차 방북에서 제시된 ‘카드’로 미흡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미국 국방정보국 정보분석관 출신인 브루스 벡톨 앤젤로주립대 교수는 “풍계리는 핵무기를 제조하거나 핵물질을 개발하지 않는 핵실험 장소이고, 이미 여러 차례 핵실험이 진행돼 수명을 다했다”며 “북한의 이번 제안은 상징적인 것으로 비핵화 접근은 아니고 대신 영변 핵시설에 대한 폐쇄 약속이 있었다면 고무적”이라고 지적했다. 풍계리 사찰에서는 과거 6차례 핵실험에서 사용된 핵탄두 형태 등을 확인할 수 있지만, 사찰은 파괴 당시에 이뤄졌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블룸버그통신도 “폼페이오 장관이 중대한 진전이 이뤄졌다고 했지만, 실제 어떤 성과가 있었는지 불분명하고 알려진 것만 놓고 보면 미미한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통신은 북·미가 일정한 합의에 도달하고도 발표를 안 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폼페이오 장관이 9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의 오찬이 예정된 만큼 방북 결과를 트럼프 대통령에게 먼저 보고한 뒤 발표하려는 것일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이번 4차 방북이 3차 방북에 비해 ‘진전된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하지만 최근 몇 개월 동안 북·미 간 ‘외교적 밀당’의 승자는 김 위원장이라는 평가가 많다. 고립된 불량정권의 독재자 이미지를 탈피하고, 미국 대통령을 만나는 지도자로 비침으로써 엄청난 이득을 봤다는 것이다.

워싱턴=정재영 특파원 sisleyj@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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