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은 국제적으로 압박한다고 해서 인권 증진의 효과가 바로 생기는 것은 아닙니다.”(문재인 대통령)
프랑스, 이탈리아 등 유럽 국가들을 순방 중인 문재인 대통령이 출국 직전 영국 공영방송 BBC와의 인터뷰에서 밝힌 내용이다. 문 대통령은 북한 주민들 인권을 개선하는 실질적 방법으로 ‘남북 간의 협력’을 첫손에 꼽았다. 하지만 법조계 등에선 북한 인권침해의 실태를 정확히 조사하고 널리 알리는 일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여전해 향후 2차 북·미 정상회담, 그리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서울 답방 등 추진 과정에서 쟁점화할 전망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2일 청와대에서 영국 BBC 기자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
14일 BBC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인터뷰에서 북한 인권에 관한 질문을 받고 “북한 주민들의 인권은 굉장히 중요하다. 북한도 보편적 인권의 길로 나가야 한다”는 원론적 대답을 했다. 이어 “그러나 인권은 국제적으로 압박한다고 해서 인권 증진의 효과가 바로 생기는 것은 아니다”고 강조했다. 국제사회가 북한을 ‘세계적 인권 탄압국’으로 지목해 공세를 펼치는 것은 올바른 해법이 아니란 시각이 담겨 있다.
문 대통령은 “북한 주민들의 인권을 가장 실질적으로 개선해 주는 방법은 남북 간의 협력, 국제사회와 북한 간의 협력, 그리고 북한이 개방의 길로 나와서 정상적인 국가가 되어 가는 것, 이런 것들이 북한 주민들 인권을 실질적으로 빠르게 개선하는 실효성 있는 방법”이라고 했다. 한마디로 북한의 개방과 경제개발을 통해 북한 주민들의 ‘삶의 질’을 끌어올리는 것이 먼저란 뜻이다.
실제로 문재인정부 들어 북한의 인권문제를 가급적 건드리지 않으려는 정책기조가 뚜렷하다. 정부는 지난 6월 ‘비용 절감’을 이유로 북한인권재단을 설립하기 위해 마련했던 사무실 폐쇄를 결정했다. 북한인권법에 따라 법무부 직속기관으로 신설된 북한인권기록보존소는 원래 정부과천청사에 있었던 것이 경기도 용인 법무연수원 분원으로 이전했다. 기록보존소 소속 검사 정원도 4명에서 2명으로 줄였다. 특히 탈북자 조사 등 핵심 업무를 맡고 있던 검사 티오(TO)가 사라졌다. 민간단체인 북한인권정보센터 측은 “북한 정권이 싫어하니까 정부가 알아서 관련 기관을 없애는 것”이라고 비판한 바 있다.
대한변호사협회가 2006년부터 격년으로 발간하고 있는 ‘북한인권백서’. 대한변호사협회 제공 |
이런 가운데 재야법조계를 대표하는 대한변호사협회(협회장 김현)가 ‘2018 북한인권백서’(제7집)을 펴내기로 해 주목된다. 변협은 노무현정부 시절인 2006년부터 북한 정부의 인권정책과 북한 주민의 인권침해 실태를 조사한 ‘북한인권백서’를 국문과 영문으로 발간해왔다. 이는 북한의 인권침해 상황을 국내외에 적극적으로 알리는 데 크게 기여해왔다는 평을 듣고 있다.
변협은 오는 17일 오후 3시 서울 강남구 변협회관 14층 대강당에서 백서 발간 기념 보고회를 개최한다. 보고회는 북한 정부의 인권정책과 인권침해 실태를 확인하고 북한 인권의 발전 방향을 모색하는 것이 목표다. 변협 관계자는 “궁극적으로는 북한 인권문제에 대해 국내뿐만 아니라 국제사회의 지속적 관심을 촉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백서는 북한의 유형별 인권침해 실태를 △생명권 △신체의 자유 및 형사사법절차상 권리 △정신적 자유 △이동권 △평등권 및 사회적 취약계층의 인권 △식량권 △정치범수용소 △교화소 등 구금시설의 인권실태 △국내외의 노동력 착취 △재외 탈북자의 인권실태 △국군포로 및 납북자의 인권문제 △사생활의 자유 등 여러 측면에서 짚었다. 변협 북한인권백서간행소위원장을 맡고 있는 김태훈 변호사를 비롯해 제성호 중앙대 교수(북한 인권정책), 법무법인 로고스 이지원 변호사(생명권), 법무법인 통인 한명섭 변호사(형사사법절차상 권리), 법무법인 을지 이재원 변호사(경제적 자유). 법무법인 동백 김현성 변호사(재외 탈북민 인권실태) 등이 보고회의 각 분야별 주제발표자로 나선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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