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안젤라의 푸드트립] 뜨근한 내장 스튜… "국물이 끝내줘요"

관련이슈 디지털기획 , 안젤라의 푸드트립

입력 : 2018-10-27 14:32:36 수정 : 2018-10-27 14:32:36

인쇄 메일 url 공유 - +

피렌체 사람들의 소울푸드 / 소 내장 의미하는 ‘트리파’ / 비릿맛 잡은 토마토 소스 / 몸보신탕 먹은 듯 땀이 ‘쭉’ / 차돌박이처럼 썬 곱창 넣은 / 매콤소스 샌드위치도 “굿∼’
단테, 마키아벨리 등 위대한 사상가와 예술의 고향. 바로 피렌체다. 철학과 예술의 근거지인만큼 역사가 오래된 지역으로 그만큼 식문화의 자부심과 개성이 강하다. 특히 피렌체에서 평생 잊을 수 없는 특별한 음식을 맛보고 왔는데 용기있는 사람만 먹을 수 있는 음식이라고 믿는다. 이탈리아 음식 중 가장 극한의 음식을 만날 수 있는 곳. 안젤라의 푸드트립 열한번째 컬럼의 목적지는 이탈리아 피렌체다. 



#소 내장을 즐겨먹는 피렌체 사람들



피렌체에서 무역을 하던 상인들은 아주 오래 전부터 유럽 전역으로 이동해 정착하며 살았다. 그때마다 피렌체 상인들이 그리워하던 음식이 하나 있는데 바로 소 내장이다. 이탈리아말로 소 내장을 트리파(Trippa)라고 하는데 피렌체 사람들이 오래전부터 즐겨 먹은 소울푸드 중 하나다. 피렌체에 오기 전까지는 우리나라 사람들만 곱창, 대창, 양 등 내장을 즐겨 먹는다고 생각을 했는데, 피렌체에 오니 내장 음식은 한국보다 더 흔한 피렌체사람들의 일상의 음식이었다. 



일단 트리파는 양, 벌집위, 천엽을 통칭하며 이는 소의 첫번째 위, 두번째 위, 세번째 위의 이름이다. 푸드컬럼니스트로서 피렌체에서 트리파는 섭렵하고 들어가겠다는 강한 의지로 트리파 전문 매장을 찾았는데, 엔티크한 분위기의 한 레스토랑이 눈에 들어왔다. 트라토리아 앤티치 칸셀리(Trattoria Antichi Cancelli)인데 문을 열고 들어가니 익숙하면서도 오묘한 냄새가 코를 찔렀다. 자리에 앉아 여기서 가장 많이 팔리는 음식을 추천해달라고 했다.



그러자 트리파 스튜(Trippa Stew) 즉, 내장스튜를 먹어본적이 있느냐고 코웃음을 치면서 이야기한다. ‘내장스튜? 내장탕을 말하는건가? 왜 웃는거지? 내장을 먹어본적 없을까봐 웃는건가?’ 라는 생각과 함께 내장스튜를 먹겠다고 자신있게 이야기했다. 15분 뒤 토마토 소스의 내장 스튜가 나왔다. 겉으로 보면 토마토 스프처럼 생겼는데 숟가락을 넣어보니 온갖 내장이 다 들어있는 말그대로 내장 스튜였다. 하지만 비린내는 전혀 없었고, 오히려 토마토 소스가 맛과 질감을 다 잡아주고 있어서 걸죽한 느낌의 스튜였다. 



사실 이때 감기에 걸려서 뜨끈한 국물을 먹고 싶었는데, 내장 스튜 국물을 한 입 떠먹으니 갑자기 온 몸이 편안해지면서 몸보신탕을 먹은 듯 땀이 쭉 흘렀다. 게다가 내장을 잘근잘근 씹으니 부드러움과 쫀득쫀득함을 동시에 느낄 수 있었을뿐만 아니라 소스가 잘 베여서 비린내없이 맛있게 먹을 수 있었다. 내장을 먹을 수 있는 한국인이라면 피렌체에서 이 스튜는 꼭 먹어야 할 음식 중 하나다. 



#피렌체 중앙시장에서 맛 본 내장 샌드위치



내장스튜를 먹고 나니 감기기운이 좀 가라앉는 것 같다. 피렌체에 사는 이탈리아 친구를 만나 피렌체의 명물인 중앙시장으로 이동을 했는데, 내장 스튜를 먹고 왔다고 이야기하니 반가운 얼굴이다. 사실 피렌체 중앙시장에서 꼭 먹어야하는 음식이 있는데, 내장이 들어가서 쉽게 권하기 어려웠다고 말했다. 그래서 무슨 음식이냐고 물어보니 “내장 샌드위치”라고 말하며 사악한 웃음을 지었다. ‘내장 샌드위치?!!?’ 상상을 하니 조금 두려워지긴 했지만, 점령해야겠다는 도전의식이 생겨서 팔을 끌고 가자고 했다. 



시장에 들어가니 내장만 팔고 있는 정육점도 정말 많았다. 대부분 삶아서 팔고 있어서 고약한 냄새가 나지는 않았다. 이 지역 사람들이 내장을 얼마나 많이 먹길래 이렇게 내장 정육점까지 따로 있는 것인가 생각을 하며 내장 샌드위치 맛집으로 향했다. 내장 샌드위치를 파는 곳이 꽤 있었는데, 현지인 친구가 추천해준 곳은 중앙시장의 다 네르보네 (Da Nerbone)다. 다른 곳보다 기다리는 줄이 굉장히 길고, 구글로 검색을 해보니 리뷰가 가장 많은 인기 레스토랑이다. 사실 시장안에 있는 곳이어서 레스토랑이라고 말하기도 어렵지만, 샌드위치를 산 뒤 앉아서 먹을 수 있는 서민적인 분위기의 테이블이 마련돼있다. 내가 주문한 것은 가장 기본적인 내장 샌드위치인데 내 눈 색깔을 보더니 “아시아 사람인 것 같은데 매운 고추를 넣어줄까?” 라고 물어봐서 끄덕거렸다.



가격은 하나에 4유로 수준이고, 샌드위치가 얼마나 큰지 하나를 다 먹기에 부담스러운 사이즈다. 겉은 바게트빵처럼 딱딱한 질감이고, 그 안에는 삶은 곱창을 차돌박이처럼 얇게 썰어서 빵 사이에 끼운 뒤 매운 소스를 뿌린것이 전부다. 



‘이렇게 단순한가?’하는 생각과 함께 한 입을 크게 베어물었다. 내장은 부드럽게 잘 삶아져 있었고, 역시 비린내는 전혀 나지 않는다. 생각보다 부드러워서 부담스럽지 않은 맛이다. 그리고 고추와 올리브오일을 섞어서 만든 소스를 뿌려주는데 은근하게 매운 맛 때문에 중독적인 맛이 매력이다. 그리고 글라스 와인을 함께 먹을 수 있었는데 여기선 절대 고급 와인을 먹을 필요가 없고, 하나에 1유로정도하는 평범한 와인과 곁들여 먹으면 된다. 내장을 부드럽게 목 넘김할 수 있는 음료로서의 목적이니 부담없이 같이 씹고, 마시고, 삼키면 된다. 





푸드디렉터 김유경 foodie.angela@gmail.com



■푸드디렉터 안젤라(본명 김유경)는 MBC ‘찾아라 맛있는 TV’, KBS ‘밥상의 전설’ 등에 출연하며 1인 미디어 푸드채널 테이스티코리아를 통해 한국의 맛을 전 세계에 알리는가 하면 해외의 맛을 국내에 소개하고 있다. ‘요리는 오감을 깨우는 여행’이라 생각하는 그는 오늘도 맛있는 기행을 떠난다.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이나영 ‘수줍은 볼하트’
  • 이나영 ‘수줍은 볼하트’
  • 조이현 '청순 매력의 정석'
  • 에스파 지젤 '반가운 손인사'
  • VVS 지우 '해맑은 미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