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스틱은 20세기 신이 내려준 선물이라고 각광을 받았고, 우리의 삶을 바꿔 놓은 획기적인 물질로 우리 생활 곳곳에서 가장 쉽게 발견할 수 있다. 플라스틱은 열을 가해 재가공이 가능한 열가소성수지와 그렇지 못한 열경화성수지로 구분할 수 있다. 열가소성수지는 열을 가하면 액상으로 전환되고 온도를 낮추면 다시 고체상태로 바뀐다. 반면 열경화성수지는 열을 가하면 녹지 않고 오히려 더 단단해지고 타 버리는 특성이 있으며, 내열성이 좋은 장점을 갖고 있다. 대표적 열가소성수지는 폴리프로필렌(PP)과 폴리에틸렌(PE)이 있고, 열경화성수지는 에폭시와 페놀수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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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도 한림대 교수 환경생명공학 |
플라스틱은 19세기 중·후반 미국을 중심으로 당구가 붐을 일으키면서 당구공으로 사용되던 코끼리 상아가 품귀돼 이를 대체하기 위한 목적으로 발명됐다. 영국의 알렉산더 파크스가 1855년에 섬유소에 질산, 알코올, 장뇌를 혼합해 코끼리 상아 대체 목적의 최초 플라스틱을 합성했으나 시간이 지나면 제품에 금이 가 상업화하지 못했다. 이후 1869년 미국인 존 웨슬리 하야트가 코끼리 상아를 대체하는 셀룰로이드라는 상업화 플라스틱 개발에 성공했다. 그러나 셀룰로이드는 천연 셀룰로오스를 주원료로 사용했기에 합성물이라고 하기에는 부족한 면이 있었다.
인류의 최초 합성수지는 화학자 리오 베이클랜드가 1907년에 합성에 성공한 페놀수지다. 이어 1937년 석탄을 원료로 한 나일론이 발명됐고, 석유화학 시대를 거치면서 가솔린 생성과정의 부산물인 나프타를 섭씨 800도 이상에서 분해해 에틸렌이나 프로필렌 등을 만들고, 이러한 단량체의 중합반응을 통해 사슬처럼 연결된 중합체(폴리머)인 플라스틱을 생성하게 됐다. 현대의 플라스틱은 석탄이었지만 석유의 재발견을 통해 석유화학산업의 주요 제품으로 자리매김하게 됐다.
석유계 플라스틱은 음식을 담는 용기부터 가구, 장난감까지 영역을 넓히게 돼 탁월한 내구성과 저렴한 비용으로 플라스틱 제품이 범람하게 됐고, 현재는 플라스틱이 세상을 점령했다고 표현할 수 있을 정도다. 그러나 플라스틱의 큰 장점인 내구성으로 인해 플라스틱 제품의 폐기·처리과정에서 문제가 생겼다. 폐 플라스틱의 소각처리는 2차 오염물질인 다이옥신과 같은 독성물질을 발생하고, 생분해가 잘되지 않는 플라스틱의 특성으로 매립처리도 쉽지 않다. 폐 플라스틱은 장기간 지속적으로 다양하게 환경과 생태계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대표적 사례가 북태평양에 존재하는 한반도 면적의 7배에 달하는 약 1조8000억개의 폐 플라스틱으로 이뤄진 쓰레기섬이다. 폐 플라스틱은 분해과정을 거치며 미세플라스틱으로 변화되면서 생태계를 교란해 먹이사슬을 통해 인간에 유입되고 앞으로는 인류 건강에 커다란 위해 요인으로 작용하리라 예상된다.
플라스틱의 일부 원료 물질은 체내에 유입되면 내분비기관 안에서 호르몬의 생리작용을 교란하는 환경호르몬으로 작용한다고 알려져 있다. 환경호르몬은 생식기능과 면역기능을 약화 또는 파괴하거나 기형 성장 장애 등을 가져오는 유해 화학물질이다. 특히 대표적 환경호르몬 물질인 비스페놀 A가 몇년 전 초등학생 대상으로 농도를 측정한 결과 검사 대상 모두에게 검출되면서 충격을 주었다. 비스페놀 A는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과 유사한 화학구조로 돼 있는데 남성에게 무정자증을 유발하며 뇌 기능에도 악영향을 미치고 여성 난임과도 연관성이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최근 들어 플라스틱 사용을 자제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특히 포장지로 활용하는 플라스틱의 사용 제한이 가시화되고 있다. 무엇보다 플라스틱을 지속적으로 반복 사용할 수 있는 재활용기술이 개발·보급돼야 하지만 플라스틱 제품 생산과정에서 재활용을 고려한 제품 설계 제작이 우선적으로 이뤄져야 할 것이다.
김승도 한림대 교수 환경생명공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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