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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에서 생물다양성협약 사무총장을 맡고 있는 크리스티나 파슈카 팔머는 지구의 다종다양한 생물이 기후변화 등의 이유로 사라지고 있는 현상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지구 온난화는 매년 오르는 기온이나 자연재해 등으로 피부로 느낄 수 있지만 생물이 사라지는 건 쉽게 알아차릴 수 없다는 것이다. 그는 생태계가 긴밀히 연결돼 있기 때문에 특정 생물이 사라지는 건 연쇄적으로 지구 환경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기후변화만큼 생물다양성이 사라지는 것에 대해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3일(현지시간) 파슈카 팔머 의장은 영국 가디언과 인터뷰를 통해 “기후변화와 생물다양성은 다른 특징을 지닌다”며 “우리는 기후변화를 매일 느낄 수 있지만 생물이 사라지는 건 제 때 알아차릴 수 없고, 만약 (눈에 보일 정도로) 알게 됐을 때는 이미 늦은 시기”라고 지적했다.
팔머에 따르면 지난 30년 동안 지구의 생물다양성 지수는 지속적으로 악화하고 있다. 서식지 파괴, 화학물질 사용에 따른 오염, 외래 침입종의 영향으로 지난 30여년 동안 지속적으로 생물이 사라졌는데 이 추세대로라면 아프리카에서는 2050년 포유류와 조류의 절반이 자취를 감추고, 아시아의 어장은 회복될 수 없을 정도로 망가질 것이란 예측이 나오고 있다. 생물이 사라지는 현상에 대해 팔머는 탄소를 흡수하는 식물, 바닷 속 생물이 없어지면서 지구온난화가 가속화되는 등 지구 환경에 치명적인 영향을 끼치는 한 원이이라고 지적했다.
이처럼 생물다양성이 화두로 떠오르고 있지만 생물을 보존하려는 노력은 기후변화 대처 노력과 대비해 미흡한 편이라고 팔머는 강조했다. 유엔에 따르면 공룡이 사라진 뒤 현재 여섯 번째 대멸종기를 맞고 있다는 우려에 따라 2002년, 2010년 생물다양성과 관련한 국가 간 협약이 이뤄졌다. 특히 2010년 일본 아이치현에서 열린 생물다양성회의에서 196개 회원국이 2020년까지 지속가능한 어업 등을 위해 생물 서식지 소실을 절반으로 줄이고, 육지의 보존구역도 10%에서 17%까지 확대하기로 약속했지만 공염불에 그쳤다. 팔머는 “생물다양성을 둘러싼 각종 수치가 좋지 않다는 걸 보여주고 있다”며 “나는 우리 인류가 자신들의 멸종을 기록하는 첫 번째 종이 되지 않았음 좋겠다”고 우려했다.
팔머는 이달 말 이집트 샴 엘 셰이크에서 열리는 생물다양성 회의 등 앞으로 우리가 어떻게 대처하느냐에 따라 지구의 모습이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팔머를 포함한 전문가들은 이 회의에서 회원국들이 구속력 있는 협약을 만드는 데 공감대를 이뤄 2020년 중국 베이징 회의 때 파리기후변화협정과 맞먹을 정도의 이행방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팔머는 우려스러운 상황이지만 생물다양성 복원을 위한 희망도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예컨대 아시아, 아프리카에서 멸종위기종으로 분류된 일부 생물들이 개체수를 회복했고, 아시아의 숲 면적이 2.5% 증가하는 등 생태계 자정능력이 지속된다는 점이 확인됐다. 또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국가 수반 중 처음으로 최근 “생물다양성이 사라지는 것을 멈추지 못한다면 기후와 관련된 각종 문제를 해결할 수 없을 것”이라며 생물다양성에 대해 공론화하기도 했다.
팔머는 “위험한 상황에 대해 우리는 반드시 알아야 하며 행동하지 않은 채 멈춰있을 순 없다”며 “(생물을 복원할) 기회가 점점 줄어들고 있는 가운데 우리는 한 시민으로 정치적, 사회적으로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희경 기자 hjhk38@segye.com
사진=글로벌리서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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