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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수질 오염 개선 마지막 퍼즐은 ‘개천 살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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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8-11-19 21:15:39 수정 : 2018-11-19 21:1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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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전국시대의 사상가 순자가 쓴 ‘자도편(子道篇)’에 보면 남상(濫觴)이라는 말이 나온다. ‘거대한 양자강(揚子江)도 민산(岷山)에서 발원한 술잔을 띄울 정도의 물에서 시작한다’는 의미다. 작은 물줄기가 흘러흘러 큰 강이 되는 것처럼 시작이 중요하다는 말로도 쓰인다. 서울을 지나 인천 앞바다로 향하는 우리나라 대표 하천인 한강도 상·하류를 통틀어 보면 총 514㎞에 이른다. 중랑천, 양재천, 탄천 등 36개의 큰 지류 하천이 한강으로 모이고, 더 거슬러 올라가면 660여개 작은 하천, 4000여개의 지천과 도랑, 계곡을 거쳐 태백의 깊은 산속 ‘검룡소’까지 이르게 된다.

과거 수도권 주민의 식수원인 팔당호가 오염으로 몸살을 앓을 때도 본류 자체보다는 경안천 등 오염된 상류 지천들로부터 유입되는 각종 오염물질이 주된 요인이었다. 최근까지 정부에서 하·폐수와 가축분뇨 등을 공공처리하는 시설 투자를 지속한 결과 지천별 수질은 꾸준히 개선되고는 있다. 경기 군포에서 시작해 서울 구로·양천구를 가로지르는 안양천의 경우 1990년대 생물화학적 산소요구량(BOD)이 15∼19㎎/ℓ까지 악화돼 물고기도 살기 어려웠지만 건강한(2.6㎎/ℓ) 하천으로 거듭났다.

박천규 환경부 차관
그러나 공업단지, 축산단지, 중소 도심을 가로지르는 일부 지천은 아직도 오염도가 높은 편이다. 시가화 지역 지천의 약 30%가 BOD 기준 5㎎/ℓ를 초과는 수준이다. 특히 지천 중에서도 마을을 관통하는 개천의 경우 인근 주민 생활의 일부분이 되고 있어서 오염이 더 크게 다가온다. 전국에 이러한 개천만 2만 곳이 넘는 것으로 추정된다. 처리되지 못한 생활오수, 비만 오면 밀려드는 도로 오염물질, 과잉 살포된 비료, 방치된 가축분뇨, 생활쓰레기 등이 오염을 가중시키고 있으며, 그 숫자와 범위가 넓어 문제를 해결하는 데 어려움이 크다.

더욱이 한정된 예산과 인력을 가진 공공부문의 노력만으로는 전국의 모든 개천을 깨끗하게 만드는 데는 시간이 많이 걸린다. 그런 점에서 과거 김해 대포천 사례를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1990년대 늘어난 양돈단지로 수질이 급격히 악화됐으나, 민관이 함께 거버넌스를 구축하고 기어이 수질을 개선해 낸 사례다. 마을 주민이 자발적으로 성금을 거두어 하천 자율감시, 쓰레기 수거 등 환경개선 활동을 추진했고, 대포천은 가재와 재첩이 사는 생명의 공간으로 바뀌었다.

외국에도 유사 사례가 많다. 영국에서는 1990년대 도시재생을 위한 거버넌스인 ‘그라운드워크’를 결성해 개천의 오염문제를 해결했고, 일본 후지산 남단에 위치한 미시마시도 1999년에 지자체, 시민단체, 200여개 기업이 힘을 모아 개천을 살리는 데 성공했다. 환경부에서는 이러한 성공사례가 단발적으로 끝나지 않고 전국 개천의 수질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수질관리를 위한 민관 협력 체계’를 제도화하려고 한다. 환경부는 성공적인 모델을 창출하기 위해 올해부터 한강 공릉천, 낙동강 내성천, 금강 소옥천, 영산강 영산천 등 8개 하천을 대상으로 시범사업을 추진하고 있으며, 그 결과를 토대로 제도시행 기반을 마련할 예정이다.

개천 살리기는 개천을 벗하며 사는 주민의 참여를 통해서만 이루어질 수 있다. 연어가 돌아온 울산 태화강, 수달이 돌아온 전주천처럼 우리 마을 개천에도 가재, 버들치를 볼 수 있는 날을 기대해 본다.

박천규 환경부 차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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