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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시당할까 무서워요"… 직장인들 '사내 앱 공포증' [밀착취재]

입력 : 2018-11-29 19:36:12 수정 : 2018-11-29 21:0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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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신저 등 자체앱 쓰는 회사 늘어/ 주소록·사진·네트워크 정보 등/ 각종 개인정보 ‘접근권한’ 요구/ ‘갑질’ 양진호도 앱으로 직원 감시/
불안감에 해킹 방지앱 구입하기도/“사생활 정보 요구 최소화해야”
“아무래도 찜찜한 건 사실이죠….”

대기업에 다니는 직장인 A(30)씨는 회사에서 자체적으로 만든 업무용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을 쓸 때마다 찜찜함을 지울 수 없다. 최근 한 정보기술(IT) 회사에서 사내 메신저 앱이 직원들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는 도구로 쓰였다는 보도를 접한 탓이다. 그가 스마트폰에 저장한 사내 메신저 앱도 주소록과 통화, 사진첩, 사진 및 동영상 촬영, 네트워크 정보 등 각종 ‘접근 권한’을 허용해야만 사용이 가능했다.

그는 “컴퓨터 프로그램도 불안한데 보안성이 낮은 스마트폰은 오죽하겠느냐”며 “업무용 폰을 하나 더 살 처지도 아니고 ‘나만 못 쓰겠다’고 할 수도 없어 그냥 쓴다”고 한숨을 쉬었다.

최근 사내 메신저 등 자체 앱을 개발해 직원들의 이용을 사실상 의무화하는 기업이 늘면서 떨떠름함을 느끼는 직장인이 적지 않다. 타인의 스마트폰을 훔쳐보는 ‘스파이웨어’에 악용될까봐 우려해서다.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걱정이 큰 만큼 사내 업무용 앱 도입 전 충분한 설명에 더해 접근권한을 최소화하는 작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9일 IT 전문가 의견을 종합하면 일단 스마트폰 앱을 통한 해킹 자체는 기술적으로 가능하다. 특히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는 해킹에 다소 취약한 것으로 알려졌다. GPS를 통한 위치 추적이나 통화기록 확인 등 기능을 뜻하는 ‘스파이웨어’는 원래 자녀 보호, 분실 방지 등을 목적으로 개발됐지만 악용 사례가 끊이지 않고 있다. 최근 물의를 빚은 양진호(구속) 한국미래기술 회장도 사내 메신저 앱에 스파이웨어를 깔아 직원들 스마트폰을 원격조종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스마트폰 보안업체 관계자는 “기술적으로만 놓고 보면 개발 단계에서 관련 기능을 탑재할 수 있다”며 “감시 목적보다는 주로 내부정보 유출에 대비하는 목적이 많다”고 설명했다.

얼마 전 노동조합을 설립한 대형 회계법인 소속 회계사들도 비슷한 이유로 노조 설립에 신중을 기했다. 사내 앱을 통해 주동자가 드러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돼서다. 한 회계사는 “예전엔 불안감을 이유로 앱을 깔지 않는 사람이 꽤 있었다”며 “앱을 이용해야만 자리 등록이 되는 시스템으로 바뀌면서 다들 그냥 쓰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불안감이 확산하면서 앱 시장에는 ‘감시앱 스캐너’, ‘해킹방지 앱’까지 등장했다.

다수 전문가는 ‘불필요한 오해’라는 입장이다. 회사가 법을 어겨가면서까지 직원들을 감시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노조가 파업에 돌입한 어느 택배업체도 최근 ‘업무용 앱이 감시용으로 쓰인다’는 의혹이 제기됐지만 사실이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업체 관계자는 “직원들의 업무 편의에 따라 설치한 기능이고 기술적으로도 불가능하지만 오해가 다소 쌓인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일부에선 업무용 앱의 과도한 권한 요구가 불안감을 키운다는 지적이 나온다. 직원들 입장에선 업무용 앱을 안 쓸 수도 없는데 주소록과 전화기록, 카메라·동영상 촬영 등 민감한 정보 요구가 너무 많다는 것이다. 지난해 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 자료를 보면 앱을 내려받을 때 요구하는 접근권한은 평균 18개였고, 그중 9.4개는 각별히 민감한 정보 요구였다.

박창호 숭실대 교수(정보사회학)는 “스마트폰 앱은 효율과 편의 증대, 사생활 유출 가능성이란 양날의 칼이 다 있다”며 “스마트폰이 일상의 중심이 되고 개인정보 유출 문제에 민감해진 사회 분위기도 불안감이 커진 데 한몫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그는 이어 “사측이 앱을 제작할 때 접근권한 항목을 최소화하고 도입 취지와 기술적 한계 등을 직원들한테 충분히 설명한다면 불필요한 오해를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창수 기자 winteroc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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