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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외모나 조건 따지나요?” 유전자(DNA) 선호하는 일본 남녀[이동준의 일본은 지금]

입력 : 2018-12-23 13:00:00 수정 : 2018-12-23 13:1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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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고학력, 고수입, 큰 키의 이른바 ‘3고(高)’가 결혼 조건으로 꼽히던 시절에서 평균 소득, 평범한 외모, 평온한 성격의 ‘3평(平)’과 ‘4저(低·낮은 자세, 낮은 의존도, 낮은 위험, 낮은 소비)를 지나 최근에는 DNA(유전자)를 먼저 보는 ‘DNA 혼활’이 결혼 적령기를 맞이한 일본 남녀에게 ‘이성 선택의 새로운 기준’이 되고 있다.

이들은 상대의 조건이나 외모보다 약 1만개의 유전자 매칭을 통해 상대와 행복도를 가늠하고 교제 여부를 결정하는 등 나름 과학에 근거한 이상형 찾기에 나서고 있다.
DNA 혼활장에서는 DNA 검사 결과를 토대로 상대와 내가 어울리는지를 살핀다. 외모나 조건은 나중 문제다. 사진= 일본 결혼정보업체
◆DNA 혼활이란?

최근 NHK 보도에 따르면 DNA 혼활은 상대를 만나기 전 미리 진행한 유전자 검사 결과를 토대로 △상대와 궁합이 맞는 정도를 수치로 환산하고 △이를 관심 상대와 맞춰보며 △교제나 결혼 상대를 찾는 맞선·미팅을 뜻한다.

궁합이 맞는 정도는 ‘HLA(Human Leukocyte Antigen·인체 백혈구 항원)’의 다르기가 약 70% 정도 되면 ‘궁합이 좋은 것’이라고 한다. 이성 교제에서 민감한 부분으로 꼽히는 나이나 직업, 수입 등은 나중 일이다. 맞선 장에서는 DNA 궁합만으로 상대와 다음 만남을 약속하는 게 원칙이다.

◆스위스·미국 거쳐 일본 상륙 “과학적 근거 있어”

DNA로 교제 여부를 결정한다는 점에서 다소 이해하기 힘들 수 있지만, DNA 혼활은 약 5년 전 유럽과 미국 등 해외에서 먼저 진행된 후 최근 일본에 전해졌다.

DNA 혼활은 스위스 연구팀 실험으로 탄생했다. 스위스의 한 연구팀은 ‘사람은 HLA유전자의 차이를 냄새로 알 수 있다’는 기존 연구 결과를 근거로, ‘HLA유전자 차이에 따른 남녀의 호감도’를 조사했다. 연구팀은 남성이 땀이나 음식물 등의 영향을 받지 않는 환경에서 이틀동안 입은 셔츠를 여성에게 냄새를 맡게 한 후 느끼는 감정을 살폈다.

그 결과 여성은 자신의 HLA유전자와 다른 남성 체취에 매력과 호감을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이 유전자가 서로 다른 남녀가 결혼 후 출산하면 그렇지 않은 커플보다 면역력 높은 아기를 출산할 확률이 더 높은 것을 확인했다.

전문가들은 HLA의 차이가 상대에게 느끼는 호감을 높이고 이러한 좋은 감정을 바탕으로 결혼 생활 등 소위 ‘궁합’에 영향을 주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일본 정보통신연구기구 유전 행동 전문가 야마모토 다이스케 선임연구원은 “마음의 움직임에는 반드시 일정한 유전자 작용이 배후에 있다”며 “이러한 작용은 유전자와 관계없이 일어나는 것으로 생각하기 쉽지만 실상은 유전자 지배를 받는다”고 설명했다.
궁합이 맞는 정도는 ‘HLA’의 다르기가 약 70% 정도 되면 ‘궁합이 좋은 것’이라고 전해졌다. NHK 방송화면 캡처
남성 체취에서 향기를 느끼는 여성도 있다. 연애의 과학 캡처
쉽게 설명하면 이성의 체취를 맡으면 불쾌한 감정을 느낄 것으로 생각하지만 반응은 이와 상반되게 나타나는 것으로, 이러한 결과는 영국 매콰리대 심리학 연구팀, 유전공학 분야에서 진행한 연구에서도 유사 또는 동일하게 나타났다.

◆DNA 혼활, 마스크 쓰고 ‘킁킁’ 냄새 맡는 건 아냐

DNA 혼활장에서는 DNA 검사결과를 토대로 상대와 내가 어울리는지를 살핀다. 결과표에는 ‘매칭정도(상대와 궁합이 맞는 정도)’를 가늠할 정보가 표시돼 있다. 이에 처음 본 이성 체취를 맡을 필요가 없는 것이다.

현재 일본에는 4개 업체에서 DNA 혼활을 진행하고 있다. 회원은 주로 20대 젊은 층으로 이들은 △결혼 상대를 효율적으로 찾고 △교제 실패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을 줄이는 한편 △불필요한 시간이나 감정 낭비를 피하고 싶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특히 결혼 적령기이거나 넘어선 30대 여성들은 ‘사회적 시선을 의식해 빠르고, 검증된 결과를 원한다’고 한다.

이들은 검사비로 수십만엔이 들지만 지갑을 흔쾌히 열며 미래 배우자 찾기에 여념이 없다.
서비스에 가입한 30대 여성은 “하루빨리 좋은 사람과 만나 행복한 생활을 하는 게 중요하다”며 “시간을 낭비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지난 17일 도쿄 도심의 한 레스토랑에서 DNA 맞선 파티가 열렸다. 가면으로 얼굴을 가린 참가자들은 상대와 대화하며 DNA 매칭도를 살폈다.

이날 맞선에서 ‘적합도 82%’를 나타나낸 커플은 곧 공통 관심사를 찾아내 대화에 빠져들었다.
남성은 상대 여성과의 대화에서 “감각적으로 맞는 부분이 많아 불가사의한 느낌이 들었다”고 말했다. 여성은 남성과 “이야기하기 편했다”며 싫지 않은 모습을 보였다.

지난 7월부터 이 서비스를 이용했다는 한 여성은 “그동안 많은 미팅에 참가했지만 새로운 사람과 만나 연애하는 게 힘들었다”며 “DNA 맞선으로 좋은 상대를 찾는 수고가 줄어들지 않을까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편 여성은 이날 공무원 남성을 만나 데이트를 약속했다. 상대 남성과 적합도는 76%로 ‘좋은 편’에 속했다.
한 여성은 “DNA 맞선으로 좋은 상대를 찾는 수고가 줄어들지 않을까 기대한다”고 말했다. NHK 방송화면 캡처
일본은 지금 비혼, 만혼 등 독신의 증가로 출산율이 급격히 떨어져 사회 문제시되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정부와 기업은 맞선을 주선하며 젊은 층 짝 찾아주기에 여념 없다. 업계에서도 돈이나 외모 등 조건에서 벗어나 소중한 만남 그리고 인연을 만들어주기 위해 다양한 아이디어를 내는 모습이다.
‘마스크 미팅’ 중인 일본 남녀. 자리에 나온 이들은 “외모보다 인품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사진= 마스크 de 혼활
얼마 전 국내 모 결혼 정보업체는 이상적인 결혼 조건으로 남성은 키 177cm, 연봉 5320만원, 자산 2억 5000만원 이상인 공무원, 여성은 30세 미만의 키 165cm, 연봉 4200만원, 자산 1억 7000만원 이상인 교사 등 전문직이라는 설문 결과를 전했다.

여기에 해당하는 사람이 과연 몇 명이나 될까? 1% 환상을 좇기보다 함께 하면 기쁜 누군가를 찾는 게 현명해 보인다.

이동준 기자 blondi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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