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백악관에서 민주당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과 척 슈머 상원 원내대표 등을 만나 부분적 셧다운 중단을 논의했지만 합의에 실패했다. 의회 전문매체 더힐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합의 실패 직후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기자들에게 “우리는 절대적으로 국가의 안보 때문에 국가 비상사태를 선언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내가 아직 한 적은 없지만 나는 그렇게 할 수 있다”면서 “국가 비상사태를 선언하고 빠르게 장벽을 건설할 수 있다. 이는 일을 하기 위한 또 다른 방법”이라고 엄포를 놨다. 트럼프 대통령은 특히 국경장벽 예산이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몇달, 몇년 동안이라도 셧다운이 지속될 수 있다는 강경한 입장을 고수했다고 미 언론은 전했다.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이 4일(현지시간) 워싱턴 백악관을 나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국경 보안에 관해 논의한 내용을 기자들에게 발표하고 있다. 왼쪽부터 척 슈머 상원 민주당 원내대표, 스테니 호이어 하원 민주당 원내대표, 펠로시 의장, 딕 더빈 민주당 상원의원. 워싱턴=AP연합뉴스 |
하지만 민주당도 전혀 물러설 태세가 아니다. 펠로시 하원의장은 협상 결렬 직후 “우리는 정부 셧다운을 끝내고 업무 재개가 되기 전까지 국경안보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방침을 대통령에게 분명히 했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장벽 건설을 위한 국가 비상사태가 선포되면 소송을 제기할 방침이다. 하원 지출위원회의 에반 홀랜더 대변인은 “국가 비상사태 선포에 관한 대통령의 권한은 전쟁 등 진정한 국가 비상사태를 위한 것”이라며 “돈 낭비인 장벽 건설을 위해 대통령 권한을 주장한다면 의회의 법적 도전을 초래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국가 비상사태를 선언해도 의회의 도움 없이는 재원 조달이 불가능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워싱턴포스트(WP)는 셧다운 사태가 보름을 넘기면서 수백만명의 세금환급이 지연되고 저소득층을 위한 ‘푸드 스탬프’(식량·영양 물품 공급) 제공이 중단되는 등 여파가 확산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저소득층 3800만명에게 제공되는 푸드 스탬프 프로그램이 심각한 기금 부족으로 혜택이 감소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특히 셧다운이 2월까지 이어지면 매년 초 이뤄지는 세금환급에 차질이 빚어져 1400억달러의 환급이 중단 또는 지연될 우려가 있다고 WP는 덧붙였다.
교통안전청(TSA)도 이날 트위터에 셧다운이 길어지면서 보안 담당 직원들이 업무를 중단하고 있다고 전했다. 셧다운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항공 보안에도 빨간불이 켜졌다는 것이다. 항공 관계자들은 특히 항공 관제 인력이 부족해질 경우 항공기 결항 사태를 부를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한편, 믹 멀베이니 백악관 비서실장 대행은 이날 셧다운 문제 등 국정 현안을 논의하기 위해 백악관 참모들을 대통령 별장인 캠프 데이비드로 소집했다고 ABC방송이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6일 캠프 데이비드에 합류해 대책 논의에 나선다고 백악관은 전했다.
워싱턴=정재영 특파원 sisleyj@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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