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미국 방송사들의 황금시간대(프라임타임)인 오후 9시 백악관 집무실에서 약 10분 가까이 대국민 TV연설을 진행했다. 그는 “멕시코 국경에서 인도적 차원을 비롯한 안보 위기가 증가하고 있다”며 57억달러(약 6조4000억원) 규모의 국경장벽 건설 예산을 편성해줄 것을 의회에 촉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국경장벽 예산 확보 문제를 “옳은 것과 그른 것, 정의와 불의 사이의 선택”이라고 규정했다. 민주당을 겨냥해서는 “정치인들이 아무 말도 하지 않는 것은 비도덕적”이라고 비판했다.
반면 민주당은 트럼프 대통령의 연설에 뒤이어 같은 분량의 대국민 연설을 진행하며 ‘트럼프 책임론’을 부각시켰다.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은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국민을 인질로 잡는 것을 중단해야 한다”며 “정부는 다시 문을 열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의 말은 잘못된 정보와 악의로 가득 차 있다”며 “대통령은 공포(fear)를 선택했다”고 지적했다.
펠로시 의장이 말한 ‘공포’는 앞서 트럼프 대통령이 셧다운 해소 회동이 결렬된 뒤 기자회견을 통해 언급한 ‘국가 비상사태’를 가리키는 것으로 해석된다.
미국으로 향하는 중미 이민자들이 8일(현지시간) 멕시코 국경도시 티후아나에 마련된 임시 보호소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대국민 TV연설을 시청하고 있다. 티후아나=AP연합뉴스 |
트럼프 대통령과 민주당이 한 치의 양보 없는 ‘강대강’ 대치를 계속하면서 연방정부 셧다운 최장 기록을 깰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역대 최장 기록은 빌 클린턴 행정부 시절의 21일(1995년 12월 16일∼1996년 1월5일)이다.
정선형 기자 linear@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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