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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의 시작을 알리는 입춘이 지났지만 삭풍은 여전하다. 차가운 눈과 얼음이 녹아내리는 따스한 봄을 기다리는 물고기가 있다. 시베리아에서 살다가 빙하기에 한반도까지 그 세력을 확장한 물고기, 열목어다.

 

연어목 연어과에 속하는 열목어는 길이 60cm 정도까지 자라는 대형 육식어류이다. 유선형 몸매에 커다란 눈과 입, 삼각형의 등지느러미와 갈라진 꼬리지느러미, 제법 큰 기름지느러미. 영락없는 연어과 어류이다. 은백색 바탕에 등에서 배로 이어진 열 개 남짓 은은한 녹갈색 세로무늬, 주황색의 가슴·배·뒷지느러미에 연보라빛 꼬리지느러미가 더해져 고급지다. 몸통과 등지느러미에 흩뿌려진 검은 반점은 단조로움을 없애준다. 눈에 열이 많다하여 열목어(熱目魚). 조선 후기의 실학서 ‘전어지(佃漁志)’에서 여항어(餘項魚)와 함께 기록된 한글 ‘연목이’를 찾을 수 있지만, 어원은 분명치 않다.

 

연어과 어류에는 바다와 하천을 왕래하는 회유성 물고기가 많다. 하지만 열목어는 하천 상류나 계곡에서 평생을 보낸다. 단풍 고운 가을이 아니라 초록 싱그러운 봄철이 산란기인 점도 독특하다. 겨울 산의 눈과 얼음이 녹아 계곡물이 불어나길 눈이 벌겋게 기다리는 것도 알을 낳기 위함이다.

 

북방계 물고기인 열목어는 시베리아를 비롯해 몽골, 중국 일부 그리고 한반도에 분포한다. 우리나라에서는 한강과 낙동강 상류에만 남아 있다. 분포의 최남단인 경북 봉화와 강원 정선의 열목어 서식지는 천연기념물로 지정·보호받고 있다. 개발 바람이 물 맑은 산골 계곡에도 여지없이 불어닥쳤다. 인간 활동으로 울창했던 산림은 성글어지고, 기후변화까지 더해져 열목어는 제 살 곳을 점점 잃어간다.

 

맑은 물이 흐르는 깊은 산골에 봄이 왔음을 알리는 한반도 열목어의 힘찬 몸짓, 오래오래 볼 수 있기를 소망한다.

 

김병직·국립생물자원관 유용자원활용과 환경연구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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