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찰과 기업형 조직 골드문을 오가며 첩보원 역할을 했던 이자성이 조직의 리더가 되기로 결정한다. 이후 이자성은 자신이 경찰이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을 제거하기 위해 중국에서 ‘연변거지’를 부른다. 연변거지는 경찰 두 명을 살해했고, 이자성은 골드문 수장자리에 앉는다. 영화 신세계에서 그려진 청부살인의 모습이다.
그렇다면 살인을 청탁한 쪽과 직접 범죄를 실행한 사람 중 누가 더 큰 처벌을 받을까? 최근 청담동 주식부자 이희진씨 부모가 청부 살해됐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처벌 수위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21일 법조계에 따르면 살인을 청부한 사람이나 이를 실행에 옮긴 사람이나 같은 처벌을 받는다. 살인을 청구한 사람이 직접 범죄를 저지르지 않았어도 부탁을 해 사건이 발생하기만 해도 사람을 죽인 것과 형량에 차이가 없다는 뜻이다.
형법 제31조 1항에는 타인을 교사해 죄를 범하게 한 자는 죄를 실행한 자와 동일한 형으로 처벌한다고 명시됐다. 최소 형량은 5년 이상의 징역이며 최대 사형까지 선고할 수 있다. 특히 살인청부의 경우 목적을 갖고 저지르는 행위인 만큼 우발적으로 발생하는 범죄보다 높은 처벌을 받는다.
또 살인을 의뢰한 자의 죄를 실행한 자 보다 더 무겁게 다스린 경우가 많다.
김형식 전 서울시 의원은 조선족 팽모씨에게 채무관계에 있는 재력가 송모씨를 살해하도록 사주했다. 이 사건으로 김 전 의원은 무기징역을 팽씨는 25년을 각각 선고받았다.

사업문제로 다투던 동료 사업가의 살인을 의뢰한 ‘방화동 청부살인 사건’ 피고인 이모씨도 무기징역을 받았고, 살인에 가담한 두 남성에게는 징역 20년이 확정됐다.
대형 로펌 관계자는 “교사범과 정범의 법정형이 같더라도 실제 형량은 다를 수 있다”며 “살인을 의뢰한 범죄자가 자신의 범행을 떠넘기려 하거나 돈을 앞세워 정범에게 허위진술을 강요하는 등 반성하지 않는 태도를 보이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정필재 기자 rus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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