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대 총선 때 손학규 마케팅을 했다. 손학규 당시 민주통합당 상임고문이 한나라당 시절에 지역구(광명을)에서 오래 활동해 손 고문의 지지자가 많았는데 당시에는 ‘친손’(친손학규)이라고 불렸다.”(2016년 8월 진보성향 ‘오마이TV 팟캐스트’ 출연 때)
“(바른미래당 손학규 대표가) 창원에서 숙식하는 것도 제가 보면 정말 찌질하다. 그럴 듯하게 명분이 있을 때 절박하게 하면 국민들의 마음이 동하는데, 아무 것도 없이 ‘나 살려주세요’ 이렇게 하면 짜증난다. (중략) 손 대표가 완전히 ‘벽창호’다. 이게 뭐하는 짓이냐”(지난 20일 보수성향 유튜브 채널 ‘고성국TV’에 출연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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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에게 금배지를 달아 준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한 뒤 ‘배신·막말 정치’ 논란에 아랑곳하지 않고 친정인 여권을 향해 독설을 퍼부으며 ‘보수의 아이콘’이 되다시피 한 이언주 바른미래당 의원이 과거 진보매체와 최근 보수매체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와 관련한 언급인데 180도 변신한 그의 정치적 처신을 보듯 완전히 대조적이다. 아무리 소신 발언이라고 해도 자당 후보의 선거 지원을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는 손 대표를 향해 정치 도의적으로 용납하기 힘든 언행을 했다는 비판이 불가피해 보인다. 특히 자신이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정계에 입문하도록 물심양면 밀어준 정치 대선배이자 부모 연배의 당 대표에게 ‘찌질이’와 ‘벽창호’를 갖다 붙인 것에도 혀를 차는 소리가 적지 않다. 당장 당내에서부터 ‘해당·패륜 행위’란 비난이 쏟아진 이유다. 바른미래당은 이 의원의 징계 논의에 착수했다. 일각에선 이 의원이 징계를 받을 경우 자유한국당 입당 명분으로 삼는 계기가 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은혜를 배신으로 갚았다는 비난 불가피
이 의원은 2012년 총선을 앞두고 민주당의 전신인 민주통합당의 인재 영입 대상으로 들어와 경기 광명을에 전략공천된 후 광명시장과 보건복지부 장관 출신의 강적인 새누리당 전재희 후보를 꺾는 파란을 연출했다.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처럼 정치 새내기가 거물을 꺾은 셈이다. 당시 그의 승리는 민주당으로 옮기기 전 신한국당과 한나라당 소속으로 광명에서 3선을 했던 손 대표의 전폭적인 지원이 뒷받침 됐다는 평가가 많았다. 이 의원 본인도 ‘손학규계’로 불릴 만큼 손학규 마케팅 덕이 컸다고 인정한 것이다. 이후 그는 변호사와 S오일·르노삼성자동차 등에서 일한 전문가 이미지를 바탕으로 당 원내대변인과 정책위 부의장 등 주요 당직을 맡으며 승승장구했다. 20대 총선에서도 민주당 간판으로 재선에 성공했다. 그러나 탄핵정국 속에 벌어진 2017년 대선을 앞두고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 지지를 선언, 문재인 후보와 민주당 입장에선 이를 갈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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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을 탈당한 이 의원은 국민의당과 바른미래당을 거치면서 과거의 진보색채 대신 보수색채를 강하게 띠었다.
특히 ‘반문(반문재인)’을 기치로 한 거침없는 언행으로 여권에 대한 비판 수위를 높이면서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여파에 움츠려 있던 자유한국당 지지자와 ‘태극기 부대’ 등 보수·극우층의 열렬한 지지를 받았다. 이 의원이 내년 총선을 앞두고 3선 고지를 밟기 위해 한국당에 입당할 것이란 설이 끊이지 않는 배경이기도 하다.
그는 한국당 입당설을 부인하며 자신은 ‘우파의 새판짜기’에 매진할 것이란 입장을 밝힌 바 있다. 페이스북이나 강연을 통해 “우파의 가치가 실패한 게 아니라 세력이 실패했을 뿐”이라며 “어쩌면 안철수 현상부터 시작해서 우리나라 국민들이 진정 바라는 건 운동권식 전체주의 좌파도 아니고 과거의 권위주의 우파로의 복귀도 아닌 대한민국을 번영과 미래로 이끌 수 있는 ‘자유주의 우파’의 실현”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비판론자들은 이 의원이 개인의 정치적 야망과 입지를 위한 ‘배신의 아이콘’으로 전락했을 뿐이라고 평가절하한다.
◆“이언주 내부총질 중단하라” 바른미래당 징계 착수
바른미래당 임재훈 의원은 26일 당 원내대책회의에서 “대표가 온 몸을 던져 최선을 다하고 있는데 ‘찌질이’나 ‘벽창호’ 같은 발언을 하는 데 대해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며 “당원으로서 해야 할 말과 하지 말아야 할 말이 있고, 기본적인 예의와 도리가 있어야 한다”고 이 의원을 비판했다. 임 의원은 또 손 대표를 필두로 창원성산 보궐선거에 당력을 집중하고 있는 것과 관련, 이 의원이 “창원 같은 경우는 (문재인 정부) 심판선거를 해야 해서 거기에 힘을 보태야 하는데 몇 퍼센트 받으려고 그렇게 하는 것은 훼방 놓는 것밖에 안 된다”라고 한 것도 강하게 비판했다. 임 의원은 “그(이) 의원 주장대로라면 바른미래당 이재환 후보가 현 정부 심판선거를 훼방 놓는 것인데 그럼 특정 정당(한국당 승리)을 위해 후보직을 사퇴해야 하나”라며 “계파를 초월한 모든 당원에 대한 모독으로, (이 의원은) 내부총질을 중단하고 즉각 사과할 것을 촉구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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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른미래당은 전날 원외 지역위원장과 당원들로부터 해당행위로 제소를 당한 이 의원의 징계 논의에 착수하기로 했다고 27일 밝혔다. 송태호 당 윤리위원장은 “당에서 여론이 비등하니까 (징계) 논의를 해보려 한다”며 “그동안 누적된 여러 가지 문제들도 살펴볼 것”이라고 말했다.
바른미래당 원외 지역위원장 및 당원들은 이날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 의원이 당과 당원의 명예를 실추시키는 언행을 일삼고 있다”며 “찌질하다, 벽창호 등 금기어를 부모님 연배의 분(손 대표)에게 거리낌 없이 내뱉는 이 의원은 패륜적 행위로 대한민국 정치를 흙탕물로 만드는 미꾸라지 같은 존재”라고 비판했다. 이어 “인간의 덕목을 잊어버린 철면피와 파렴치는 금수와 다를 바 없다. 손 대표에 대한 이 의원의 반복되는 인격 모독과 비하 발언, 당에 대한 음해는 배려와 포용심의 한계를 넘어서게 한다”면서 “이 의원은 손 대표와 당원, 국민 앞에 백배사죄하고, 바른미래당 가치와 부합할 수 없는 행위에 합당한 책임을 지라”며 정계 은퇴를 촉구했다.
이강은 기자 kele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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