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DI가 옳고, 대통령이 틀렸습니다. 우리 경제가 사는 길은 세금이 아니라 개혁입니다.”
바른미래당 유승민 의원이 ‘확대 재정’ 드라이브를 건 문재인 대통령을 정조준하고 나섰다. 6·2 지방선거 패배 후 당 정체성 노선 갈등과 잇따른 당 내홍으로 정치적 발언을 삼가오던 유 의원이 오신환 원내대표 취임으로 당내 계파 경쟁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자 정치적 행보를 다시 시작한 것으로 풀이된다.
유 의원은 17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문 대통령이 지난 16일 개최한 ‘국가재정전략회의’의 발언을 공개 비판했다. 문 대통령은 “지금의 상황은 저성장과 양극화, 일자리, 저출산·고령화 등 우리 사회의 구조적 문제 해결이 매우 시급하다"며 "재정의 과감한 역할이 어느 때보다 요구되는 시점”이라고 ‘재정 확대’ 기조를 이어가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유 의원은 이에 대해 “쉽게 얘기하자면 이 말은 ‘세금을 더 화끈하게 퍼붓겠다'는 대국민 선언이다”며 “대통령의 세금살포 선언은 이 정권의 경제정책이 결국 세금 쓰는 것뿐이라는 고백”이라고 질타했다. 이어 “올해 들어서는 불과 몇 달 만에 여비 타당성 면제 24조원, 생활 사회간접자본(SOC) 48조원, 선심용 지역사업 134조원 등 206조원의 묻지마 세금폭탄 리스트가 연달아 나왔다”며 “혁신성장은 그저 말뿐이고, 혁신을 위한 노동개혁, 규제개혁, 교육개혁, 인재양성에는 조금도 관심이 없다”고 지적했다.
유 의원은 또 한국개발연구원(KDI)의 보고서 내용을 인용하며 ‘세금주도성장’의 허구성을 지적했다. 유 의원은 “끊임없는 혁신으로 생산성을 올려야 한다. 순환적인 요인이 아니라 구조적인 요인 때문에 성장이 둔화한 것인데 단기적인 경기부양을 목표로 확장적인 재정정책을 장기간 반복적으로 시행할 경우에는 중장기적으로 재정에 부담이 된다”며 “쉽게 말하자면, 경기를 띄우려고 세금을 쓰면 나라 살림만 축난다, 그러니 생산성을 올리는 개혁을 하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유 의원은 “임기 3년이 남은 문재인 대통령이 이 최후의 보루를 함부로 부수지 못하도록 막아야 한다. 예산승인권을 가진 국회가, 특히 야당이 정신 차려야 할 이유”라며 “대통령은 KDI의 경고를 경청하고 진정한 개혁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성토했다.
지방선거 패배 후 잠행을 이어오던 유 의원은 문재인정부 2주기인 지난 8일부터 본격적으로 문 대통령의 경제 실정을 SNS으로 비판하고 나섰다. 그동안 정치적 사안에 대해서 말을 아껴오던 유 의원은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정국에서 선거제 개정안의 패스트트랙 지정을 반대하며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지난 2월 열린 바른미래당 워크숍에서 개혁보수와 진보를 놓고 노선투쟁을 벌인 이후 당 문제에 대해서 말을 아껴왔지만 유승민계가 적극적으로 지원한 오신환 의원이 지난 15일 신임 원내대표로 선출되면서 보폭을 넓히는 모양새다.
이창훈 기자 corazon@segye.com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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