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은 18일 "80년 5월 광주가 피 흘리고 죽어갈 때 광주와 함께하지 못한 것이 그 시대를 살았던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정말 미안하다"며 "공권력이 광주에서 자행한 야만적 폭력과 학살에 대해 대통령으로서 국민을 대표해 다시 한번 깊이 사과드린다"라고 말했습니다.
문 대통령은 이날 광주 국립 5·18 민주묘지에서 열린 제39주년 5·18 광주민주화운동 기념식에 참석, 기념사를 통해 이같이 밝혔는데요.
문 대통령이 취임 후 광주에서 벌어진 학살에 대해 직접 사과 발언을 한 것은 이번이 사실상 처음입니다.
문 대통령은 "내년이면 40주년인 만큼 내년에 참석하는 것이 좋겠다는 의견이 많았지만, 저는 올해 꼭 참석하고 싶었다"며 "광주 시민들께 너무나 미안하고, 너무나 부끄러웠고, 국민들께 호소하고 싶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헌법 전문에 5·18 정신을 담겠다고 한 약속을 지금까지 지키지 못하고 있는 것이 송구스럽다"고 덧붙였습니다.
◆文 "5·18 부정하고 모욕하는 망언 거리낌 없이 외쳐지는 현실 너무 부끄럽다"
특히 문 대통령은 "아직도 5·18을 부정하고 모욕하는 망언들이 거리낌 없이 큰 목소리로 외쳐지는 현실이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너무나 부끄럽다"고 밝혔습니다.
문 대통령은 "6월 항쟁은 5·18의 전국적 확산이었고, 대한민국 민주주의는 광주에 너무나 큰 빚을 졌다"며 "5·18의 진실은 보수·진보로 나뉠 수 없다. 독재자의 후예가 아니라면 5·18을 다르게 볼 수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는 "'광주 사태'로 불리던 5·18이 광주민주화운동으로 공식 규정된 것은 노태우 정부 때이며, 김영삼 정부는 국가기념일로 지정했다"며 "대법원 역시 신군부의 군사 쿠데타부터 5·18에 대한 진압 과정을 반란과 내란죄로 판결해 주범들을 단죄했다"고 언급했는데요.
문 대통령은 "이미 20년도 더 전에 5·18의 역사적 의미와 성격에 대해 국민적 합의를 이루고 법률적 정리까지 마쳤다"며 "더 이상의 논란은 필요하지 않다. 의미 없는 소모일 뿐"이라고 잘라 말했습니다.
문 대통령은 "우리가 해야 할 일은 광주 5·18에 감사하며 민주주의를 발전시켜 나가는 것"이라며 "미래로 나아가도록 국민 여러분이 마음을 모아 달라"고 당부했습니다.
이어 "학살의 책임자, 암매장과 성폭력 문제, 헬기 사격 등 밝혀내야 할 진실이 여전히 많다"며 "규명되지 못한 진실을 밝히는 것이 지금 우리가 해야 할 일"이라고 강조했는데요.
◆"5월은 분노와 슬픔 아닌, 희망의 시작이자 통합의 바탕돼야"…용서·화해 강조한 文
문 대통령은 "비극의 5월을 희망의 5월로 바꾸는 것은 당연히 정치권도 동참해야 할 일"이라며 "5·18 이전, 유신 시대와 5공 시대에 머무는 지체된 정치의식으로는 단 한 발자국도 새로운 시대로 갈 수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지난해 5·18 민주화운동 진상규명특별법이 제정됐으나, 아직 진상조사규명위원회가 출범조차 못하고 있다"며 "국회와 정치권이 더 큰 책임감을 갖고 노력해달라"라고 촉구했습니다.
그러면서 "정부에서는 국방부가 자체 조사위 활동을 했고, 국방부 장관이 공식 사과를 했다"며 "진상규명위가 출범하면 정부도 모든 자료를 제공하고 적극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문 대통령은 "대구 달구벌과 광주 빛고을은 '달빛동맹'을 맺어 정의와 민주주의로 결속했다"고 소개하기도 했는데요.
그는 "광주에 대한 부정과 모욕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권영진 대구시장은 광주 시민들께 사과의 글을 올렸다"며 "두 도시는 역사 왜곡과 분열의 정치를 반대하고 연대와 상생, 협력을 실천하고 있다. 이것이 우리가 가야 할 용서와 화해의 길"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문 대통령은 "오월은 더는 분노와 슬픔의 오월이 아닌, 희망의 시작이자 통합의 바탕이 돼야 한다"며 "진실 앞에서 우리의 마음을 열어놓을 때 용서와 포용의 자리는 커질 것이며, 진실을 통한 화해만이 진정한 국민통합의 길임을 광주가 우리에게 가르쳐준다"고 역설했습니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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