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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야구장 응원문화에 푹∼ 치어리더 된 금발의 패션학도 [뉴스 투데이]

입력 : 2019-05-27 18:20:08 수정 : 2019-05-27 18: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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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한화 프랑스인 치어리더 도리스 롤랑/ 고교생 시절 첫 방한… K팝 등에 반해/ 부산대 교환학생으로 국내 정착 결심/ 모델하다 도전정신 발휘해 깜짝 데뷔/ “팬들과 소통하는 독특한 한국식 응원/ ML서도 유명… 한류 한 줄기로 주목을/ 그래도 패션이 가업… 내 브랜드 꿈꿔”
프로야구 한화 치어리더로 활동하고 있는 프랑스인 도리스 롤랑이 지난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롤랑은 한국 스포츠 응원문화의 매력이 ‘한류’의 한 축이 될 수 있을 만큼 매력적이라고 말한다. 한화 이글스 제공

프로야구 한화의 홈경기가 열리는 대전 한화생명 이글스파크의 관중석은 항상 1루 측 응원단상 앞부터 채워진다. 열렬히 홈팀을 응원하는 자리이기 때문이다. 이 응원을 이끄는 것이 치어리더의 역할이지만 팬들의 호응이 없다면 치어리더의 공연은 쇼핑몰 오픈 행사처럼 썰렁하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한국의 야구팬들은 치어리더들과의 교감과 소통을 통해 독특한 한국만의 응원문화를 만들어 냈고 이는 미국 메이저리그까지 입소문이 자자하다. 규칙도 잘 모르는 외국인들이 한국 야구장에 왔다가 응원문화에 매료돼 팬이 될 정도다. 이미 몇몇 구단에서는 얼굴까지 알려진 고정 외국인 팬들을 보유했다.

대전구장에도 외국인 유명인사가 있다. 이번에는 팬이 아닌 치어리더라 더더욱 눈길을 끈다. 그 주인공은 바로 프랑스인 도리스 롤랑(24)이다. 한국만의 독특한 응원문화 생산자의 두 축 모두에 외국인들도 자리 잡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인물인 롤랑을 지난주 대전구장에서 만났다.

롤랑이 한국과 인연을 맺게 된 것은 6년 전. 한국에서 패션사업을 하는 아버지 때문이었다. 고교 시절부터 방학 때마다 한국을 찾았다. “이전에는 한국에 대해 제대로 아는 것이 없었는데 막상 와보니 자연과 건축, 그리고 K팝을 비롯한 다양한 문화에 매료돼 깊은 관심을 갖게 됐다”고 롤랑은 말한다. 그래서 그는 파리4대학(소르본 대학)에서 미술과 고고학을, 모다르 국제 패션스쿨에서 패션디자인을 전공한 뒤 과감하게 부산대 교환학생으로 한국 정착을 택했다. “한국 사람들의 친절함과 정, ‘소맥’을 비롯한 다양한 음식 문화, 음악과 미술 패션 등 예술적인 면 등 3가지가 나를 한국으로 이끌었다”며 웃는다.

그런데 롤랑은 이제 자신이 한국을 좋아하게 된 4번째 요소가 생겼다고 말한다. 바로 치어리더가 되면서 느낀 한국 스포츠 문화의 매력이다. 치어리더가 된 것은 사실 우연에 가깝다. 인터넷 쇼핑몰에서 이국적인 스타일의 피팅모델이 필요하다고 해서 아르바이트 삼아 모델 일을 시작한 것이 계기가 됐다. 이를 통해 알게 된 사진작가와 응원이벤트 업체 관계자가 지난해 한화의 치어리더를 제안했다. “처음에는 당연히 ‘노’라고 답했다”는 롤랑은 “더군다나 그때 서울의 한 패션 회사에 입사가 확정된 상태였다”며 당시를 떠올렸다.

하지만 내면에 꿈틀대는 도전정신이 롤랑을 낯선 세계로 이끌었다. “고민이 많았지만 지금이 아니면 언제 치어리더라는 직업을 경험할 수 있겠느냐는 생각이 들었다”고 결단의 이유를 들려준다. 롤랑이 이런 결정을 하게 만든 도전정신을 보여주는 좋은 예가 있다.

“사실 내성적인 성격이라 어릴 때부터 이를 어떻게 극복할까 고민했어요. 그래서 14살 때 군인인 삼촌의 권유로 4000m 상공에서 낙하산을 메고 강하했죠. 새로운 것에 대한 두려움보다는 도전을 기꺼이 받아들이는 편이에요.”

일단 도전에 나섰지만 치어리더는 그에게 아직 낯선 문화였다.

“프랑스에서 치어리더라면 북을 치거나 큰 모자를 쓰고 나오는 사람들을 말해요. 오히려 마스코트가 더 관심을 끌죠. 한국처럼 팬을 즐겁게 하기 위한 역할을 하는 독특한 문화는 색다르게 다가왔어요.”

여기에 준비과정도 만만치 않았다. 춤을 전문적으로 배운 적이 없는 탓에 온몸에 멍이 들 정도의 하드 트레이닝이 두 달간이나 이어졌다. “처음에는 많은 사람 앞에서 춤을 추는 것에 부끄러움도 많이 느꼈다”는 그는 “박자를 타는 방식도 프랑스와 달라서 어려웠다”고 털어놓는다. 이제는 어느 정도 적응을 마쳤지만 “지금도 새로운 곡을 선보일 땐 몸과 마음이 따로 노는 경우가 있어 스스로 화가 나지만 그래도 동료들과 팬들이 응원해 주니 힘이 된다”며 “실수했던 곡을 완벽하게 소화한 뒤엔 성취감이 두 배”라고 말했다.

요즘 롤랑의 야구장 출근길은 흥분과 설렘으로 가득 차 있다. “관중들이 주는 힘차고 열정적이면서 긍정적인 에너지를 생각하면 절로 기분이 좋아진다”고 말한다. 롤랑이 치어리더의 재미에 푹 빠진 이유다.

그래도 고충이 있기 마련. 하지만 롤랑은 “춤이 어렵고 언어를 이해하지 못해 단체활동에서 잠깐씩 소외될 때 정도”라며 크게 힘든 점이 없다고 주저 없이 답한다. 기본적인 한국어를 이해하고 말할 수 있지만 아무래도 완벽할 수는 없어 “의사소통이 어려울 때는 스마트폰의 통역 애플리케이션의 도움을 받는다”고 부연했다.

프로야구 한화 치어리더로 활동하고 있는 프랑스인 도리스 롤랑(가운데)이 지난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열린 한화의 홈경기에서 동료들과 함께 춤을 선보이고 있다. 한화 이글스 제공

힘든 연습과정도 타향살이의 어려움도 모두 잊을 만큼 지금은 치어리더의 매력에 사로잡혀 있지만 롤랑의 인생 목표는 따로 있다. “집안 자체가 할머니부터 패션업을 해온 만큼 나중에 친구와 함께 패션 브랜드를 만드는 것이 꿈”이라고 밝힌 그는 “고급보다는 대중적인 브랜드를 한국에서 론칭하고 싶다”면서 언젠가는 한국에서 자신의 전공을 살려 나갈 계획임을 분명히 했다.

한국에 푹 빠져 살아서일까. 롤랑은 치어리더 경험을 통해 외국인으로서 일러주고 싶은 점 하나를 빼놓지 않았다. 바로 한국의 스포츠 문화 역시 K팝, K드라마, K푸드 못지않은 ‘K컬처’의 한 요소로 손색이 없다는 것이다.

“한류의 국제적 파급력이 현저하게 확장되고 있어요. 저도 K팝만큼 한국 영화나 드라마에도 빠져 있지만 팬과 하나 되는 야구의 응원문화야말로 외국인들이 관심을 가질 가능성이 큰 분야입니다. 이제는 한국 스포츠 응원문화를 ‘한류’의 한 줄기로 주목해야 해요.”

 

대전=송용준 기자 eidy015@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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