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 2명 중 1명꼴로 미세먼지로 스트레스나 불안을 느끼는 것으로 조사됐다. 어린 자녀를 둔 부모들도 아이의 바깥 활동이 제한되는 등 삶의 질이 저하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28일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개최한 1차 인구포럼 ‘대기환경과 저출산·고령화’에서는 ‘국민인식조사결과-미세먼지와 아동 및 노인의 삶’ 보고서가 공개됐다. 65세 이상 1000명, 만 12세 이상 아동 보호자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다.
이에 따르면 노인 응답자의 25.5%는 미세먼지로 건강상의 문제를 경험했다고 답했다. 이들 중 40.9%는 병원 치료를 받았다. 증상은 호흡기 질환(14.5%), 알레르기성 결막염 등 안과 질환(6.9%), 알레르기성 비염(7.2%) 순으로 많았다. 63.4%는 일생생활에 불편함을 느끼고 있었다. 스트레스나 불안 등을 경험했다는 응답도 절반 이상이었다. 스트레스·불안을 ‘매우 자주 경험한다’가 17.8%, ‘종종 경험한다’가 32.8%였다.
아동의 경우에는 44.5%가 미세먼지로 건강 이상 증상을 경험했으며, 87%가 병원 진료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응답자의 30.9%는 미세먼지가 심한 날 자녀의 등원·등교, 소풍·수학여행 등 공식적 야외활동을 하지 못하게 했다고 답했다. 가족모임 등 비공식적 야외활동을 취소한 경우는 41.7%로 더 많았다.
아동 부모를 대상으로 미세먼지가 미치는 영향을 10점(매우 부정적) 척도로 점수를 매기게 한 결과 놀이, 문화·여가활동이 8.3점, 신체적 건강 8.1점, 삶의 질 8점으로 부정적 영향이 컸다. 스트레스 항목도 6.6점으로 점수가 높았다. 자녀를 둔 부모의 71.4%는 공기가 더 좋은 곳으로 이사를 고려한 적이 있고, 55.4%는 이민까지 생각해본 적이 있었다. 추가 출산계획이 있는 부모 가운데 80% 이상은 미세먼지로 임신·출산을 고민하고 있다고 답했다.
미세먼지와 관련한 정보는 아동 부모의 경우 75.6%가, 노인은 61.3%가 매일 확인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노인 대부분(90.3%·복수응답)은 TV와 라디오에서 정보를 확인하고 있었으며, 젊은층인 아동 부모들은 스마트폰을 활용하는 경우가 94.4%였다.
미세먼지 대처방법(복수응답)으로 아동 부모들은 손발, 얼굴 자주 씻음(94.2%), 마스크 착용(93.6%), 외출·야외활동 자제(89.4%) 순으로 실천율이 높았다. 노인들은 창문 닫고 실내 환기 자제(77.8%), 손발, 얼굴 자주 씻음(73.3%), 마스크 착용(63.5%) 순이었다. 다만 한부모 가구나 고졸 이하 부모, 독거노인, 저소득 노인 등 취약계층은 상대적으로 미세먼지 확인이나 대응에 소홀했다. 특히 노인의 68.5%는 공기청정기가 없었다.
이상정 보사연 부연구위원은 “미세먼지는 노인과 아동의 신체적, 정신적 건강에 부정적 영향을 주고 있다”며 “국민 삶의 질 제고를 위해 미세먼지 대응책이 마련돼야 하며, 사회·경제적 취약계층에 대한 관심과 배려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진경 기자 lj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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