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라산소주는 저도주 시장 공략을 위해 알코올 도수가 17도인 ‘한라산 17’을 내달 1일 출시한다.
‘한라산 17’은 제주조릿대 잎차 침출액을 첨가한게 특징이다. 침출액은 한라산 800m 이상 고도에서 자생하는 조릿대를 이용해 목넘김을 부드럽게 했다고 회사측은 설명했다.
소주 맛이 점점 순해지고 있다.
31일 업계에 따르면 35도에서 출발한 소주는 현재 16.9도까지 내려갔다. 소주 제조사들의 알코올 도수 낮추기 경쟁은 끝이 없어 보인다. 소주사들은 최근 들어 17도 이하의 소주시장 장악을 위해 사투를 벌이고 있다. ‘순한 소주’를 찾는 소비자가 갈수록 늘고 있기 때문이다.

소주의 역사는 192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1924년 첫선을 보인 진천양조상회 ‘진로’의 도수는 무려 35도였다.
1920년대 소주 제조방식은 증류식 이었다. 그러다 1965년 도수가 30도로 떨어지고 제조법도 희석식으로 바뀌었다. 이후 도수가 낮은 맥주 등의 소비가 늘어나면서 1973년 변신을 하게 된다.
한꺼번에 5도를 낮춘 25도 소주가 탄생해 처음으로 20도대에 진입했다.
당시 주류업계는 알코올 도수가 25도 밑으로 내려가면 ‘소주가 아니다’고 단언할 정도로 25도는 마지노선 처럼 여겨졌다. 정말 그럴까.

1998년 하이트진로가 기존 진로의 알코올 도수를 2도 낮춘 23도의 ‘참이슬’을 내놓으면서 주류업계에 도수 내리기 경쟁이 재점화 됐다.
이후 주류업체들은 21, 22도의 소주를 내놓기 시작했고, 2000년대 중반에는 20도 소주까지 등장했다.
알코올 도수 20∼22도에 머물 것 같던 소주 도수는 2000년대 중반 이후 또다시 20도 밑으로 떨어졌다. 2000년대 후반에는 17도 이하의 초(超)저도주까지 등장해 80여 년 만에 소주의 도수가 20도나 낮아졌다.
여성들의 음주가 늘고 20∼30대 젊은층도 가벼운 술을 찾는 흐름을 반영한 결과다.

소주업계에서는 앞으로도 도수가 몇 도는 더 낮아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그렇다고 마냥 도수를 낮출 수도 없다. 도수가 너무 낮아지면 소주만의 씁쓸하면서도 알싸한 맛이 사라지기 때문이다.
주류업계 관계자는 “소주 특유의 맛을 유지하면서 도수를 낮추는 기술 개발이 관건이다”며 “갈수록 소주는 부드럽게 변해갈 것이다”고 말했다.
김기환 유통전문기자 kk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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