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천시 중구 항동1가에 위치한 올림포스호텔이 지난달 31일을 끝으로 영업을 중단했다. 1965년 인천 최초의 관광호텔로 문을 연 지 정확히 54년만이다. 지역에서는 이 호텔이 가진 의미가 큰 만큼 향후 일대의 상권 황폐화 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4일 중구 등에 따르면, 올림포스호텔은 지하 2층∼지상 8층, 객실 176개(스탠다드 67실, 디럭스 92실, 스위트 17실) 규모로 스카이라운지와 연회장 및 레스토랑 등의 부대시설을 갖췄다. 1965년 12월 처음 문을 열 당시에는 객실이 43개였고, 꾸준히 몸집을 키웠다. 내항과 과거 개항장 일대가 내려보다이는 언덕 위에 위치해 조망이 좋다.
이곳은 역사적으로 의의가 남다르다. 개항기 옛 영국영사관 자리에 지어졌고, 1967년 카지노를 개설하면서 대외적으로 유명세를 탔다. 서울보다 1년 앞선 국내 첫 외국인 전용 카지노였다. 내부에는 1963년 인천에서 최초로 설치된 엘리베이터가 있어 최근까지도 가동됐다. 호텔 정문 한켠엔 1972년 박정희 전 대통령이 심은 기념식수도 아직 남아있다.

2000년 카지노를 운영 중이던 파라다이스그룹이 호텔을 인수하면서 ‘파라다이스 인천’으로 이름을 바꿨고, 2003년 관광호텔 특1급으로 승격했다. 2002년 한일 월드컵 당시에는 월드컵조직위원회 지정 호텔로 프랑스 대표팀 등이 머물기도 했다. 그해 9월 ‘외화 획득 실적 1000만 달러 관광진흥탑’도 받았다.
경영 위기가 본격적으로 찾아온 것은 2000년대 중반부터다. 2005년 카지노 영업장이 인천국제공항 인근 호텔로 옮겨갔고 갈수록 적자가 쌓였다. 아울러 송도국제도시와 영종도에 대형호텔들이 줄줄이 건립되면서 수익성도 크게 떨어졌다. 개업 50년 만인 2015년 11월 폐업이 결정됐다.
당시 건물은 리모델링을 거쳐 곧 선보일 ‘영종파라다이스시티’ 소속 직원들의 기숙사 등으로 활용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지역주민들과 시민단체의 반발이 이어지면서 폐업은 피했고, 2017년 2월 이름도 ‘올림포스호텔’로 바꿔 달았다. 그렇게 3년6개월을 버텼지만 결국에 불이 꺼졌다.
한국호텔업협회가 집계한 이 호텔의 연도별 숙박객(외국인 포함) 현황을 보면 2013년 5만9006명, 2014년 9만4202명으로 집계됐다. 이후 하락세를 보이기 시작해 2016년 6만8448명, 2017년 3만8775명, 2018년 3만9727명 등으로 그 수치가 저조했다. 2017년엔 사드 갈등으로 중국인 단체관광객의 발길이 끊어지면서 직격탄을 맞았다.
현재 파라다이스그룹 측은 노후화된 건물의 안전진단 뒤 향후 활용 계획을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인근 주민들로 꾸려진 중구지역발전위원회는 올림포스호텔 영업중단에 반대하는 집회를 여는 등 적극적 집단행동에 나선 상태다.
인천=강승훈 기자 shkang@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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