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갯벌따라 떠나는 인천 삼형제섬 신·시·모도 자전거 라이딩 [최현태 기자의 여행홀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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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9-07-04 10:00:00 수정 : 2019-07-05 10:2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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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라빠라빠라 빰! 달리고 달리고∼ / 두 바퀴로 즐기는 인천 ‘삼형제 섬’ / 신도, 시도 찍고 모도··· 찍으면 무조건 ‘인생 샷’
 

눈이 부시게 푸르다. 그 하늘과 맞닿은 바다. 그리고 사랑하는 이의 숨결처럼 귓불을 간지럽히는 바람. 가파른 언덕을 오르다 숨이 턱 밑까지 차오를 때쯤, 눈앞으로 훅 치고 들어온다. 끝없는 바다와 고즈넉한 섬마을 풍경. 그래, 이 모습을 보러 여기까지 왔지. 시간에 쫓겨 서두를 필요는 없다. 땀이 나면 잠깐 쉬어가면 그뿐. 허기지면 간판도 없는 식당에서 국밥 한그릇 말아먹고 나무 그늘에서 눈을 붙이면 신선놀음이 따로 없다. 필요한 것은 오로지 튼튼한 내 두 다리. 넘치는 자유를 선사하는 힐링여행. 섬마을 자전거 라이딩에 한 번 빠지면 헤어나올 수 없는 까닭이다.

 

삼목선착장

#신·시·모도를 아십니까

인천광역시 영종해안북로 삼목선착장. 인천공항으로 가는 고속도로를 타고 영종도에 들어선 뒤 이정표를 따라가니 선착장이 나타난다. 낯선 이름의 ‘삼형제섬’ 신·시·모도로 안내하는 배가 아침 7시10분터 부지런히 손님들을 실어나르는 중이다. 승용차와 사람을 함께 실을 만큼 제법 규모가 큰 선박이다. 평일인데도 일명 쫄쫄이바지 등 라이딩 복장을 제대로 갖춰 입은 이들을 쉽게 만날 수 있다. 이들은 꽤 값비싸 보이는 자전거를 한손으로 가볍게 들어 올리며 배에 오른다. 알고 보니 삼형제섬은 자전거 트레킹 마니아들에게 꽤 알려진 곳이란다. 신도, 시도, 모도를 묶어 신·시·모도로 불리는 삼형제섬은 장봉도와 함께 인천광역시 옹진군 북도면을 완성하는 ‘가족’이다.

삼형제섬 지도

요즘 결별 소식으로 연예가를 뜨겁게 달군 ‘송송 커플’의 송혜교가 주인공으로 출연해 큰 인기를 모은 드라마 ‘풀하우스’를 비롯, ‘슬픈연가’, ‘연인’ 등의 촬영 장소로 입소문을 탔는데 삼형제섬은 다리로 연결돼 당일치기로 다녀오기 좋고 아기자기한 섬마을 풍경과 바다를 한꺼번에 즐길 수 있다.

 

배가 삼목선착장을 출발하면 가장 먼저 손님을 맞는 이는 갈매기떼. 오랜 학습효과로 먹을거리가 풍성함을 알아차리는 꽤 똑똑한 갈매기들은 육지손님들이 공중으로 던지는 새우깡을 잽싸게 부리로 낚아채는 서커스를 선사한다. 아이들과 연인들은 재미있나 보다. 한 봉지가 다 없어질 때까지 새우깡을 뿌린다. 이들 옆에는 가지 말자. 성질 나쁜 갈매기를 만나면 새똥 세례를 피할 수 없으니 후회해도 소용없다.

 

갈매기와 노닥거리다 보면 10분 만에 첫섬 신도에 도착한다. 일반 자전거, 전동 바이크, 킥보드 등 여러 대여업소에서 다양한 탈것을 빌릴 수 있으니 입맛대로 골라보자. 무거운 촬영장비를 짊어진 기자는 전동 바이크의 힘을 빌렸다. 라이딩을 하다 보면 곳곳에 가파른 언덕이 나오는데 전동 바이크를 선택하면 좀더 편안하게 섬풍경을 즐길 수 있다. 이마저도 힘들다면 뒷좌석에 편안하게 앉아 갈 수 있는 3명이 타는 삼발이 전동 바이크 힐링카도 있으니 다리가 부실하다고 걱정은 말자. 

 

시도와 모도를 연결하는 다리위

#자전거, 갯벌, 하늘 그리고 바다 

 

시도와 모도를 연결하는 다리 위에서 바이크를 멈춘다. 출발할 때만 해도 꾸물꾸물하던 날은 어느새 화창하다. 넓게 펼쳐진 갯벌은 바다, 그리고 푸른하늘로 이어지고 바다로 치고 들어온 섬자락은 아름답다. 계속 셔터를 누를 수밖에. 요즘 스마트폰은 DSLR 뺨치는 고성능 카메라를 장착했으니 누구나 사진작가가 되는 곳이다. 인스타그램에 삼형제섬 풍경을 올리면 ‘좋아요’가 끊임없이 눌러질 것이다. 시원하게 뻗은 갯벌과 푸른하늘을 바라보니 답답했던 가슴이 뻥 뚫린다. 이런 것이 진정한 힐링이다.

 

신석기시대부터 인간이 살았기 때문일까. 삼형제섬의 가장 큰 매력은 태고의 순결이다. 조선시대에는 넓고 비옥한 목초지 덕분에 말을 사육하는 국영목장이 있었단다. 이름이 모두 독특한데 사연이 있다. 신도는 조선왕조 말엽인 1880년부터 화염을 제조해 진염으로 불렸다. 1914년 강화군 제도면에 속한 뒤 순박하고 성실한 주민들을 기려 ‘믿을 신(信)’를 써서 신도라 불리게 됐다. 고려 말 외적의 침략에 대비, 강화도 마니산에서 비밀군대를 양성했는데 시도를 목표로 활쏘기 연습을 한 것에서 유래돼 ‘활 시(矢)’가 섬이름에 붙게 됐다. 조선왕조 말인 1875년 김포군 통진에서 살던 차영선이 고깃배로 모도 앞에서 조업을 했는데 고기는 잡히지 않고 띠(풀뿌리)만 잔뜩 어망에 걸리는 바람에 조업을 아예 포기하고 이 섬에 눌러앉아 살게 됐다. 그래서 ‘띠 모(茅)’를 사용한 모도가 됐다.

 

신도는 봄철에도 진가를 드러낸다. 흐드러진 벚꽃과 바다를 함께 즐길 수 있는 유일한 곳이기 때문이다. 구봉산 구봉정에 오르면 시도, 모도, 영종도, 인천대교, 영종대교, 송도신도시, 인천국제공항이 한눈에 들어오는데 경사가 완만하고 1∼2시간 코스의 다양한 등산로가 있어 트레킹으로도 안성맞춤이다.

 

수기해변

#고즈넉한 바다와 숲이 주는 힐링

 

삼형제섬을 연결하는 해안누리길은 신도선착장∼모도 소공원 구간 9.5km이고 도로가 잘 조성돼 라이딩 초보라 해도 자전거로 둘러보기 아주 적당하고 걸어서 트레킹하기도 좋다. 코스는 신도선착장∼신도·시도 연도교∼해당화꽃길∼슬픈연가 드라마 촬영지∼수기해변∼노루메기∼시도·모도 연도교∼모도 배미꾸미 조각공원 코스를 추천한다. 

 

시도의 해당화 꽃길은 1.4km에 걸쳐 해당화가 장관을 이룬다. 연인과 함께라면 슬픈연가 촬영지인 개질과 드라마 풀하우스 촬영지 수기해변은 필수 코스. 특히 섬자락에 매달린 숲이 포근하게 바다를 둘러싼 수기해변은 어머니의 품 같은 고즈넉함이 편안한 휴식을 준다. 숲과 바다를 동시 볼 수 있다니 그것만으로도 여기에 올 이유다. 팁 하나. 반드시 자전거를 세워놓고 바다를 배경으로 뒷모습을 찍으시라. 인생샷을 건질 수 있다. 단, 피서철이면 붐빌 테니 피하시길. 피할 수 없다면 수영복을 가져가는 것도 방법이다. 코앞에 강화도 마니산이 자리 잡은 수기해변은 수심이 얕고 모래해안가를 따라 10여개의 이국적인 그늘막도 설치돼 수영과 휴식을 함께 즐기면 된다. 맛있는 캐러멜 마키아토를 아이스로 마실 수 있는 카페도 있다.

 

염전체험

해당화 꽃길에는 염전이 있으니 ‘짭짤한 체험’도 할 수 있다. 연인이라면 밀대를 서로 다정하게 잡고 소금을 만들어 보자. 짭조름하지만 달콤한 한 컷을 덤으로 얻을 수 있다.

 

시도와 모도를 연결하는 다리는 하루에 두 번만 나타나는 ‘잠수교’였는데 2002년에 현재 다리로 새로 들어섰다. 고풍스러운 가로등과 조각가 이일화씨의 작품이 어우러져 연인들의 데이트 코스로 입소문이 났다. 다리 부근은 숭어, 우럭, 망둑어가 잘 잡혀 강태공들에게 인기가 높은 곳.

 

모도와 이일호 조각공원

#낯선 섬에서 만난 예술 작품

 

모도의 배미꾸미 해변에는 ‘모도와 이일호’라는 근사한 조각공원이 기다린다. 이일호씨가 개인 작업실을 짓고 앞마당인 해변에 다양하고 거대한 작품들을 조성해 놓았다. 코앞에 펼쳐진 푸른 바다와 하늘을 프레임 삼아 펼쳐진 조각작품들이라니. 생각만 해도 근사하지 않은가. 역시 작품별로 사진찍기는 필수. 모도체험 둘레길 박주기(박주가리)도 뜻하지 않은 선물을 선사한다. 모도 남쪽 끝뿌리 지명으로 모양이 마치 박쥐처럼 생긴 데서 유래된 이름. 모도를 영문 ‘Modo’로 표기한 거대한 조각작품이 해변에 서 있는데 선명하게 붉은 글자가 푸른 바다와 하늘과 아주 심하게 마리아주를 이룬다. 모델이 3명이 필요하다. 바로 알아맞혔다면 당신은 아이큐가 높을 것이다. ‘odo’에 한명씩 들어가 자신만의 포즈를 취해보자. 그냥 화보가 따로 없다.  

 

역시 SNS에 올리면 ‘인싸’ 대열에 합류할 수 있다. 조개잡이 등 체험어장도 조성돼 있다. 

 

시도와 바다
청계닭백숙
바지락 칼국수

#청계닭백숙 들어 보셨나요

 

Modo까지 왔다면 신호가 올 것이다. 꼬르륵하고. 자전거 라이딩이라지만 때론 가파른 언덕을 만나다 보면 체력 소모가 상당하다. 이제 삼형제섬 풍경을 볼 만큼 봤으니 먹어야 한다. 푸짐해도 좋다. 신도선착장까지 돌아가는 길에 다 소화될 테니. 모도의 ‘해당화 나들목’ 식당에서는 특이한 닭요리를 꼭 먹어야 한다. 영계백숙이 아니라 ‘청계닭백숙’. 알이 푸른색이어서 청계로 불리는데 토종닭보다 육질이 쫄깃쫄깃하고 고소한 맛이 손을 멈출 수 없게 한다. 주인장이 뒷마당에 청계닭 300마리를 직접 키운다니 품질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 청계닭백숙을 쪽쪽 찢어 양념을 씻어낸 묵은지에 싸먹으면 오감이 활짝 열리면서 맛의 신세계가 펼쳐진다. 라이딩의 피로가 말끔하게 가시는 것은 당연. 닭 크기에 따라 6만∼7만원인데 닭죽까지 서비스로 내오고 4명이 배터지게 먹을 수 있다. 식당 주인이 직접 재배한 배추와 부추로 만들어 바삭한 식감이 돋보이는 김치전과 부추전에 인천 지역 막걸리 소성주를 한잔 곁들이면 꿀맛. 반찬으로 나온 오징어젓갈은 순식간에 동난다.

 

청계알을 소개하는 해당화 나들목 주인장 신향자씨
소라찜

후식으로 소라찜을 빼놓지 말자. 식당 주인 신향자(61)씨는 “원래 소라찜을 전문으로 했었죠. 가족들이 물이 많이 나갈 때 직접 가서 소라를 잡는답니다. 청계닭백숙과 소라찜을 입맛대로 골라 먹을 수 있게 돼서 요즘 손님이 부쩍 늘었어요”라며 활짝 웃는다. 소라찜은 이쑤시개로 천천히 빼내야 내장이 끊어지지 않고 잘 딸려 나온다. 내장과 반드시 함께 먹어야 고소한 맛을 즐길 수 있다. 파란색 쓸개는 쓴맛이 강하니 손으로 떼어서 먹기를.

 

인천=글·사진 최현태 기자 htchoi@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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