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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프리즘] 태풍 예보, 경로보다 강수·바람분포 주시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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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9-07-03 20:59:09 수정 : 2019-07-03 20:5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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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남부지방 강타한 ‘콩레이’ / 예상 밖 큰 피해에 기상청 뭇매 / 태풍마다 바람 세기·강수량 차이 / 폭우·강풍 예측 정확성 높여야

작년 10월 6일 통영에 상륙해 부산과 울산을 통과하여 지나간 태풍 콩레이로 인해 제주와 남부지역에서 큰 피해를 보았다. 기상청은 많은 언론으로부터 콩레이의 경로를 제대로 예측하지 못했다고 비난을 받았다. 그런데 태풍을 연구하는 연구자의 입장에서 보면 경로 예측이 크게 나쁘지는 않았다. 3일 예보 오차가 259㎞, 2일은 140㎞, 1일은 84㎞로서 3일에 걸친 예보 오차는 우리나라에 접근하는 태풍 경로 예보의 평균적인 오차와 비슷하거나 작았다. 태풍에 의한 강풍과 집중호우의 예보도 피해에 대비하기에 유용했다고 본다.

그럼, 콩레이의 경로와 바람 및 강수의 예보가 크게 틀리지 않았음에도 과도하게 비난을 받은 이유는 무엇일까. 미국과 일본에 비해 상대적으로 경로 오차가 컸던 이유일 수 있고, 태풍의 피해가 예상보다 크게 나타났기 때문일 수 있으며, 예보 자체가 평소 국민의 신뢰를 얻지 못한 이유일 수도 있다. 어떤 경우라도 기상청 입장에서는 콩레이 예보와 관련해서 억울하게 느껴지는 부분이 있을 것이다.

허창회 서울대 교수·대기과학

태풍이란 열대 지역에서 발생하는 여러 저기압 중 최대 풍속이 초속 17m 이상으로 발달한 강한 열대저기압을 가리킨다. 해수면 온도가 높고, 저기압성 회전이 있고, 바람 시어(대기 상·하층 사이의 바람차이)가 약하고, 대류권 중층에 충분한 수증기가 있는 등 여러 조건이 모두 만족될 때 태풍이 만들어진다. 많은 사람은 지구온난화로 열대 해수면 온도가 높아지니 더 많은 태풍이 만들어질 것이라고 예상하는데 반드시 그렇지는 않다. 해수면 온도뿐만 아니라 앞서 언급한 여러 기상 조건이 갖춰져야 태풍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태풍이 우리가 살고 있는 중위도 지역으로 올라오면 해수면 온도가 낮아지고 바람 시어가 강해져서 태풍의 세기는 급격하게 약해진다. 대만이나 일본 남부지역에 위치했을 때와 비교하면 중위도 지역 태풍은 그 중심기압이 높고 최대 풍속이 약하다. 그런데 태풍이 중위도 지역으로 북상한다고 강수량까지 줄어드는 것은 아니다. 태풍 구름의 원통 형태가 와해되면서 내부에 있던 수증기가 일시에 비로 내려 우리나라의 태풍 강수량이 대만이나 일본 남부지역과 비슷하거나 오히려 더 많은 경우도 있다.

지구온난화로 북서태평양에서 전체적으로 발생하는 태풍 숫자가 느는지, 줄어드는지를 전망하기 어렵지만 중위도에서는 태풍이 더 강해진다는 데에 학계가 어느 정도 공감대를 갖고 있는 듯하다. 중위도 해수면 온도가 높아져서 태풍이 덜 약화되거나 심지어 강해지기도 하고, 대류권 상층에서 약화된 제트류가 바람 시어를 감소시켜 태풍 구름의 원통 형태가 더 오래 유지된다. 미래에 태풍의 상대적인 강화가 뚜렷한 지역으로 우리나라와 일본을 지목하는 여러 연구 결과가 있다. 우리나라에서 태풍에 의한 피해는 해안가에서는 해일, 산악지역에서는 산사태, 도심과 농촌에서는 홍수나 강풍 둘 다에 의해 나타난다. 과거의 자료를 살펴보면 태풍 피해를 일으키는 가장 큰 요인은 강수로 나타났다. 상대적으로 바람의 피해가 비보다는 약했다. 바람의 세기는 일반적으로 태풍 중심의 오른쪽에서 강하고 방사선 모양으로 멀어질수록 크게 약해진다. 반면 강수의 분포는 태풍의 중심에 대한 상대적인 위치와 큰 상관이 없고, 대개 태풍이 진행하는 앞부분에서 강한 비가 내린다. 그런데 태풍마다 바람과 강수 분포의 차이가 너무 커 기후학적인 분포를 일반화시키기는 어렵다. 태풍 주변의 기상 조건과 반경 수백㎞ 내에 포함돼 있는 크고 작은 산악과 도심의 빌딩이 바람과 수증기의 이동에 영향을 끼쳐서 게릴라성 폭우와 국지적으로 강풍을 만들어내기도 한다.

기상청의 태풍 예보를 바탕으로 피해에 대비하는 지자체와 국민의 입장에서는 태풍의 중심위치보다는 강수와 바람의 분포 및 세기에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 그러므로 기상청에서도 태풍 강수와 바람 분포 예보의 정확성을 높이는 데 초점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언론에서도 태풍 중심 위치에 대한 예보 논란이 정작 국민이 겪는 피해와는 큰 상관이 없음을 알았으면 좋겠다. 태풍이 거의 매년 우리나라에 엄청난 사회·경제적인 피해를 끼치므로 태풍 예측성 향상과 인력 양성에 더 심혈을 기울여야 한다.

 

허창회 서울대 교수·대기과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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