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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 디자이너와 소상공인의 협업… ‘상생’을 일구다 [서울의 디자인 이야기]

입력 : 2019-07-09 06:00:00 수정 : 2019-07-08 21: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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⑦ 새 비즈니스 모델 ‘서울디자인브랜드’ / 신진 디자이너 브랜드 발굴 / 쇠락하는 문구 산업과 접목 / 트렌디한 제품 만들어 호평 / ‘소통의 도구’展 새 가능성 제시 / 디자인 과정은 질문의 연속 / 시대 조건 투영한 해법 모색 / 다양하고 지속적 지원 사업 / 문화적 가치 창출 기여 기대

디자인은 일상생활 속에서 경험할 수 있으며 우리의 다양한 문화를 형성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렇다면 다양한 문화 속에 담겨 있는 디자인 중 좋은 디자인은 무엇인가? 문화를 생성해 가는 디자인 과정은 무엇인가?

영국의 디자이너이자 교육자였던 노먼 포터(1923∼1995)는 그의 저서 ‘디자이너란 무엇인가’에서 “질문하기, 그리고 좋은 질문 찾기는 디자이너란 역할에서 상상할 수 없는 최고의 존엄성과 적합성을 획득하는 데 근본적인 요소”라고 했다. 디자인 과정은 질문의 연속이며 시대 조건을 투영해야 한다는 의미다. 끊임없는 질문을 통한 디자인은 문제의 해결 방법을 모색하게 하고, 소통의 방법을 탐구한다. 또 디자인은 우리 곁에 함께하는 것들이 자유롭게 소통하며 공존할 수 있도록 하는 매우 유의미한 과정이다.

◆디자인 문화를 만들어 가는 방법은 무엇인가?

디자인 문화 정책의 일환으로 영국의 디자인 뮤지엄은 2007년부터 디자인 레지던시(residency)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지난 12년간 건축, 제품, 뉴미디어 등 디자인 전반에 걸쳐 디자이너 40여명을 발굴해 지원하고 있다.

디자인 레지던시(residency) 프로그램으로 디자이너들을 발굴하고 지원하는 영국 디자인 뮤지엄의 전경. 영국 디자인 뮤지엄 홈페이지 캡처

디자인 뮤지엄의 핵심 사업 중 하나로, 뮤지엄 꼭대기 층 작업 공간을 디자이너에게 지원하며 7개월간 진행된 프로젝트를 전시의 형태로 연결해 일반 관람객에게 공개한다. 이런 방식은 디자이너에게 창의적 디자인을 모색하게 하는 동시에 대중과 상호 교류하는 디자인 문화의 가치를 창출하는 데 기여한다.

신선한 아이디어 그래픽, 독특한 재료와 제작 기술로 디자이너에게 영감을 주는 일본의 소규모 디자인 소품 브랜드 디브로스(D-Bros)는 “디자인을 생활 속에서 즐기는 사람이 증가하면 증가할수록 행복하고 부드러움이 넘치는 사회가 돼 가는 것이라 생각하며 디자인은 사람과 사람, 사람과 사회 사이에 행복한 커뮤니케이션을 만들어 내는 큰 힘을 가지고 있다”고 말한다.

◆위기를 극복할 방법은 무엇인가?

‘모나미 153’ 볼펜은 1963년 대중에게 소개된 이후 국민 볼펜의 대명사가 됐다. 2000년대 디지털 산업의 발달로 문구 산업의 불황이 시작됐다. 모나미는 2013년 매출액이 전년 대비 36.2% 급락하는 위기를 맞기도 했다. 위기를 돌파하기 위한 강구책으로 ‘모나미 153 리미티드 에디션’, 소비자들과의 소통 공간 등 다채로운 디자인과 마케팅에 대대적인 변화를 주었다. 그 결과 모나미는 직면한 위기를 다양한 의미와 가치를 더하는 디자인으로 극복해 문구 업계의 살아 있는 ‘국민 볼펜’ 자리를 이어가고 있다. 이런 노력으로 50년 넘게 이어져 온 모나미 볼펜의 디자인은 제품을 넘어 브랜드 그 자체가 됐다. 모나미와 같이 자본력과 기술력이 뒷받침되는 기업들과 달리 소자본으로 사업을 시작하는 소상공인과 제조 노하우와 유통망이 부족한 신진 디자이너가 겪는 어려움을 극복할 방안은 무엇인가?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하는 모델은 무엇인가?

지난해 필자가 서울디자인재단과 함께 공동 디렉터 겸 큐레이터로 참여한 ‘서울디자인브랜드 :소통의 도구’전은 한·중·일에서 영감과 창조의 도구이자 소통의 도구로 사용해온 과거의 문방사우 및 현대의 문구를 재해석한 전시다. 일본은 기능성을 강조하는 다채로운 문구 100여점을 선보였으며, 중국은 자금성의 고궁박물관과 함께 중국 지식인들이 서재에서 사용하는 문구 100여점을 선보였다. 한국은 세대별 문구를 주제로, 어린이부터 성인에 이르기까지 시기별로 사용하는 다양한 문구 1500여점을 전시했다. 특히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하기 위해 트렌드 변화와 새로운 감성의 디자인이 필요한 소상공인과 신진 디자이너와의 협업을 통해 상생 모델을 제시했다. 상생 모델 사례는 우수한 평가를 받아 지난해 중국 쑤저우 디자인 위크에 특별 전시로 초청되기도 했다.

지난해 서울시가 주최하고 서울디자인재단이 주관한 ‘서울디자인브랜드 :소통의 도구’ 전시 전경. 신진 디자이너와 소상공인을 연계해 개발한 상품들은 DDP 입점 상품 매출의 20%를 차지할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서울디자인재단 제공

산업사회에서 디지털 사회로 변화하면서 기존 제조와 유통 중심의 산업 중 하나인 문구 산업은 점점 쇠퇴기를 맞이하게 됐다. ‘소통의 도구’ 신규 개발 상품전에서는 쇠퇴하고 있는 문구 산업의 소상공인과 청년 신진 디자이너가 협력해 만든 한국적 감성의 문구 상품을 새롭게 선보였다.

‘소통의 도구’ 협업 프로젝트의 첫 번째 목표는 사양돼 가는 문구 산업 소상공인에게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하는 모델을 생성하고, 두 번째는 신진 디자이너의 브랜드 가치를 발굴하고 지원하는 것이었다. 신진 디자이너는 현시대의 트렌드를 읽는 능력을 디자인으로 제시하고, 문구업체는 양산·유통·판매 등 일련의 과정의 노하우를 공유하며 상호보완적 상생의 협력 관계를 통해 브랜드의 가치를 높일 수 있다. 디자인을 위한 디자인에 머무르는 게 아니라 개발 상품을 실제 제품으로 양산, 유통해 디자이너와 판매자, 소비자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결과물을 만들어 냈다.

지난해 ‘소통의 도구’ 전시 중 신규 개발 상품전이 중국 쑤저우 디자인 위크에 초청받아 전시돼 있는 모습. 문구 산업 소상공인과 젊은 디자이너의 협업 비즈니스 모델은 쑤저우시에도 벤치마킹할 새로운 모델이란 호평을 받았다. 서울디자인재단 제공

전시가 끝난 현재도 문구 소상공인 기업과 그래픽 디자이너가 협업을 통해 개발한 27종의 상품과 8명의 신진 디자이너가 개발한 펜 트레이, 문진 등의 데스크 용품, 책꽂이 등의 독서 용품, 가방 및 파우치 등 16종의 상품을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스토어에서 판매하고 있다. 입점 상품 매출의 20%를 차지하면서 소비자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 이 프로젝트를 시작으로 서울의 우수한 디자인 상품과 신진 디자이너·소상공인 협력 모델이 지속해서 퍼지고, 디자인 문화 산업의 활성화에 기여하기를 기대한다.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살림터에 있는 DDP 스토어는 서울의 품격 있는 라이프 스타일을 전파하는 디자인 유통 플랫폼이자 서울 디자인의 현재를 제시하는 장이다. 서울디자인재단 제공

◆의미 있는 일의 지속적 실천 방법은 무엇인가?

지속 가능성의 실천적 관점에서 서울디자인재단의 서울디자인브랜드 사업 계획은 일회성에 머무르지 않고 다각도로 진행된다. 서울디자인브랜드를 위해서는 디자인 상품 발굴과 프로세스가 중요하며 이런 계획을 추진하려면 지속적인 노력과 시간이 필요하다. 일례로 올해 DDP 스토어는 서울의 디자인 라이프 스타일을 제시하는 플랫폼 역할을 하고자 매월 입점선정위원회를 통해 입점 제품을 공개 모집하고 있으며, 최저 수수료로 디자인 공예상품의 판매 및 홍보를 이끌고 있다. 이 결과 수수료를 20%로 낮춰 현재 4개월간 96개 브랜드 512개 제품을 발굴해 입점시켰다.

이를 토대로 현재 ‘서울디자인브랜드 소통의 도구 앙코르’전과 더불어 DDP 스토어에 입점한 만 39세 이하의 신진 디자이너를 지원하는 ‘서울디자인브랜드 기획전’을 추진해 신진 디자이너 42개 브랜드의 300여개 제품을 DDP 기록관에서 전시하고 있다. 나아가 서울디자인브랜드를 국제적으로 홍보하기 위해 올해 하반기에는 프랑스 파리의 디자인 박람회 ‘메종 오브제’ 참여를 준비 중이다. 내년엔 세계에서 가장 큰 규모의 밀라노 국제 가구 박람회 ‘살로네 델 모빌레’ 참여를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DDP 배움터에 있는 DDP 스토어의 모습. 계단 밑 등 공간 사각지대를 상품 전시 공간으로 확대했을 뿐 아니라 조형계단의 아름다움을 가장 낮은 곳에서 만날 수 있다. 서울디자인재단 제공

도시 전체가 디자인 축제의 장인 박람회에서 서울디자인브랜드는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까? 세계적인 디자인 브랜드의 각축장에서 성공의 가능성을 찾기를 희망한다. 디자인 산업의 발신지 역할을 하는 서울디자인재단의 다양하고 지속적인 디자인 지원 사업이 서울디자인브랜드의 현실적 산업 효과와 문화적 가치 창출의 선순환 구조에 기여하길 기대해 본다. 이런 이유로, ‘질문하기, 그리고 좋은 질문 찾기’를 끊임없이 하며 그 해법을 찾아가는 서울디자인재단의 행보에 귀추가 주목된다.

심대기 대기앤준 스튜디오 공동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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