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최근 10일간 4개국 해외순방에 나선 이낙연 국무총리에 대해 ‘투톱(Two-Top) 외교’라며 힘을 실어줬다. 일본에 대한 한국의 수출규제 조치가 이달 초부터 이뤄지면서 한일 간 갈등 관계가 심화되는 상황에서 해외 순방을 나간 이 총리에 대해 일각의 비판이 제기되자 문 대통령이 이를 엄호한 것으로 풀이된다.
문 대통령은 16일 오전 청와대에서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총리의 순방외교를 ‘투톱 외교’라는 적극적인 관점으로 봐주길 바란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정상 외교 수요가 폭증하면서 대통령 혼자 감당하기가 어려워 대통령과 총리가 적절히 역할을 분담해 정상급 외교무대에서 함께 뛸 필요가 있다”라며 “대부분 나라는 정상 외교를 투톱 체제로 분담한다”고 이 총리를 엄호하는 발언을 이어갔다.
문 대통령은 “의원내각제 국가는 국가원수인 대통령과 정부를 총괄하는 총리가, 입헌군주제 국가는 국왕·총리가, 사회주의 국가도 국가주석·총리가 정상 외교를 나누고 있다”라며 “우리나라는 대통령제이지만 독특하게 국무총리를 두고 있고 헌법상 총리에게 행정 각부를 통할하는 권한을 부여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따라서 우리의 총리도 정상급 외교를 할 수 있는 위상을 가지고 있다”라며 “이 총리의 순방이 신남방외교 외연 확대, 경제 분야 실질 협력 기반 마련, 중동에서의 균형 외교 실현 등의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외교부도 올해 업무보고에서 ‘투톱 외교’를 공식화했다. 대통령의 외교 일정은 선택과 집중을 강화하는 대신 총리가 정상급 외교에 나서서 여러 나라와 외교관계를 두텁게 하는 한편, 해외에 진출한 우리 기업 활동을 적극적으로 지원한다는 전략이 ‘투톱 외교’의 주요 내용이다.
앞서 이 총리는 지난 13일 방글라데시·타지키스탄·키르기스스탄·카타르 등 4개국을 공식 방문하기 위해 8박 9일 일정으로 대통령 전용기를 타고 순방길을 떠났다. 이 총리는 출국 직전 SNS에 올린 글에서 “외교와 경제관계를 다변화하고, 우리 기업의 대규모 수주를 도우려한다”고 방문 이유를 설명했다.
이 총리의 순방에는 외교부, 산업통상자원부, 국토교통부 관련 공무원 등이 공식 수행원으로 함께했다. 국회에서도 각 방문국 의원 친선협회장 의원이 함께했고 코트라, 한국무역협회, 코이카, 한국해양수산개발원 등 경제단체 및 공공기관 관계자들도 동행했다. 한일 관계를 조율하는 주무부처 외교부의 강경화 장관 또한 지난 10일 7일 일정으로 에티오피아와 가나,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아프리카 3국 방문차 출국했다.
자유한국당 황교안 당대표는 11일 최고위원회의에서 “현 상태는 대통령과 정부가 외교적으로 풀어야 할 문제”라며 “일본은 철저한 시나리오를 만들고 하나하나 단계적으로 경제보복을 펼치는데 일본과 갈등을 조정해야 할 외교부 장관은 일주일이나 아프리카 순방에 나섰다. 그래놓고 대통령이 기업인 만나고 5당 대표 모아봐야 무슨 뾰족한 수가 나오겠느냐”고 쏘아 붙였다.
나경원 원내대표도 이 자리에서 “당면한 현안을 책임져야 할 사람들이 자리를 비우고 해외로 나가고 있다”라며 “당면한 위기를 책임지고 해결할 사람들이 자리를 비우고 해외로 나가는 정권, 이게 문(文) 정권의 현실 인식”이라고 일갈했다. 그러면서 “이 총리는 순방을 취소하고, 강 장관은 당장 귀국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상욱 바른미래당 원내부대표 역시 이 총리와 강 장관의 해외 순방에 불만을 드러냈다. 지 원내부대표도 같은 날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이 총리가 13일 해외 출장이 잡혀 있다고 한다. 정부가 그렇게 목을 매는 추가경정예산을 처리하겠다고 야당에 협조를 구하면서 총리가 자리를 비우는 일이 미리 정해진 일정이라 하나 매우 유감스럽다”라며 “더욱이 한일 간의 무역 분쟁으로 국민들이 정말 죽니 사니하는 위기 상황에서 강 장관은 한가하게 아프리카 순방 차 출국했다고 한다”고 비판했다
이석우 총리실 공보실장은 이 같은 야당 비판에 같은 날 이메일 브리핑을 통해 “이번 순방은 올해 초부터 기획했으며 구체적인 준비는 석 달 전부터 시작했다. 국왕, 대통령, 총리 등 최고위 인사들과 면담이 예정돼있는 만큼 전체 일정을 재조정하는 데는 많은 외교적 무리가 있다”고 해명하며 “총리는 해외 순방 중에도 일본 수출 규제 대처 등 현안을 계속 보고받고 적절한 대처를 지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 총리는 일본통으로 알려졌는데, 동아일보 도쿄 주재 특파원 출신으로 있던 이 총리는 한일의원연맹에 오랫동안 몸담아 오며 한·일 관계에 정통한 일본통으로 알려졌다. 10일 이 총리는 자신에 대한 ‘대일(對日) 특사’ 가능성에 대해 서 “공개하기는 어렵지만 외교적 노력이 여러 방면에서 이뤄지고 있다”고 답한 바 있다.
장혜원 온라인 뉴스 기자 hodujang@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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